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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링 Jul 06. 2023

선생님 따라 걷기

우리 학교에서 있었던 일



  요즘 우리 반에서는 선생님 발 따라 걷기가 유행이다. 체육관이나 영어교실, 급식실 등 교실을 이동할 때 학생 안전을 위해 줄을 세워서 교사가 직접 인솔하는데, 이때 선생님 발만 쳐다보고 따라 하는 것이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을 읊으며 선생님의 발걸음을 따라서 걷는다. 맨 앞에 한 놈이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을 그 옆의 놈이, 또 뒤의 놈이 따라 하다가 이제는 반 전체에 퍼졌다.



  발뿐만 아니라 몸짓도 따라 한다. 나는 학교에서 주로 훈장님처럼 뒷짐을 지고 걷는데 그것은 기본이요 팔을 흔드는 방향, 핸드폰을 쥔 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시선까지 따라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려면 선생님에게서 눈을 뗄 수 없어 바짝 긴장하고 걸어야 한다. 가끔 텀블러를 한 손에 들고 홀짝거리며 걷는 날이면 손에 투명 컵을 쥐고는 자기들도 괜히 홀짝이는 척을 한다. 제법 귀엽다.



  그래서 가끔 멀쩡히 걷다가 갑작스레 절뚝거리기도 하고 촐랑 폴짝대며 걷기도 하고 스케이트 타는 척도 하고 급발진을 하기도 하며 애들을 교란시킨다. 그럼 앞쪽에서 진두지휘를 하던 애들이 혼비백산이 되어 으악 소리를 지른다. 선생님의 이상한 발걸음까지 따라 하려고 할 땐 이미 늦어서 벌써 멀쩡히 걷고 계신다. 우리 교실에서 체육관, 영어 교실까지 이동하는 데 50초 남짓한 시간 동안 비밀스럽게 즐기는 우리만의 놀이다.



  우리 반 애들은 내가 좋아서 껌뻑 죽는다. 항상 선생님을 관찰하고 살핀다. 내 말 한마디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웃기도 하고 몸이 얼음장처럼 굳어 사시나무처럼 떨기도 한다. 그저 젊은 선생님이라면 좋아 죽는 단순한 이유도 있을 것이고 내가 워낙에 상명하복이 몸에 배도록 가르친 이유도 있을 건데 어쨌든 날 좋아한다. 내 눈빛 내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어리고 순수한 마음 20개와 함께하는 이 행복은 배에 기름 낀 아저씨들이랑 일하는 회사원들은 영영 모를 것이다. 나보다 돈은 좀 더 벌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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