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이유들, 하지만 결국은 엄마의 잘못 같아..
첫째 아이는 예민한 편이었다.
성격은 순둥순둥했지만 신생아 시절 배앓이도 매우 심하게 했고 통잠도 어려워했으며 시각, 청각이 특히 예민했다.
미각도 예민했는지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유식 먹이기가 너무 어려웠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오늘도 이유식 세 번을 어떻게 먹이지? 가 나의 고민이었다.
모유도 먹이고 분유도 먹이던 시절, 아이는 영유아 검진에서 키와 몸무게가 모두 중상위에 속해 있었다. 하도 오동통해서 귀여운 볼살은 흘러내리는 듯했고 두 팔과 두 다리는 눈사람처럼 볼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키를 쟀는데 아이 키가 갑자기 하위 3프로로 내려가 있었다. 3~4개월 동안 아이의 성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놀란 나는 당장 서울대 병원 소아내분비과에 예약을 했고 진료의뢰서를 받으러 다니던 소아과에 갔다.
그런데 소아과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작은 건 유전이라며 4개월 뒤인 다음 영유아 검진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말만 했다.
그때 강력하게 진료의뢰서를 써 달라고… 그렇게 했다면 지금 너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엄마가 타인을 너무 신경 쓰는 바람에, 내가 너무 극성엄마인가 하는 생각에 엄마의 촉을 믿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일까?
저돌적이고 할 말은 다 하는 엄마였다면 우리 아가는 건강했을까?
나는 내가 너무 극성인가? 내가 키가 작기 때문에 우리 아이도 작은 걸까? 하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왔고 우리 아이는 그렇게 가장 중요한 성장의 시기를 놓치게 되었다.
그렇게 소아과를 다녀온 후 2개월 뒤 18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정말 잠을 자기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자다가도 울기 다반사고 매일 새벽마다 깨서 그때 즈음 둘째를 임신했던 나를 쉬게 하기 위해 남편이 새벽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밖에 산책하는 일이 많았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니 철분이 부족하면 잠을 못 잔다고 해서 철분제도 사다 먹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아이와 씨름을 하며 힘들게 여름을 보내게 되었고 아이 피부에 땀띠가 많이 나서 크림을 실비로 처방해 주는 병원을 찾다가 동네의 다른 소아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얼굴을 보더니 철분 검사를 해 보자고 했다. 아이 얼굴이 핏기가 없다며…
얼떨결에 우는 아이를 달래 가며 피를 뽑아 간이 철분 검사를 했는데 간이 검사였음에도 결과는 처참했다.
아이는 당장 수혈을 받아야 할 만큼 철분이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은 다시 검사를 하자며 피를 뽑으셨고 검사 결과를 대학 병원으로 보내서 아이를 전원시켜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갑자기 닥친 상황에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하염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너무 아파하고 있었다. 말도 못 하고 표현도 못하지만 온몸으로 ‘나 아파!’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