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치료
지금 생각하면 우연히 찾아간 소아과의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은 우리에게 은인이셨다.
은인을 넘어, 땅바닥에 이마를 맞대고 절을 하고 싶을 만큼 우리에겐 고마운 분이셨다.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은 당장 대학 병원을 가라고 하셨고 우리는 다행히 동네에 대학 병원이 있어서 그 다음날로 병원을 가게 되었다.
대학 병원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이 정도 철분 수치로는 얼마 안 있어서 곧 호흡곤란이 왔을 수치라고 하셨다.
아이가 갑자기 말도 안하고 이러는 것도 늘 어지럽고 멍한 상태라 인지와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철결핍성 빈혈이 8개월 정도 진행되었던 걸로 생각되는데 그 동안 신체와 인지, 언어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하셨다.
우리 아이를 오진했던 소아과에서 철분제를 자비로 사서 먹였지만 그 정도 철분제로는 우리 아이의 부족한 철분양에 보충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고농도의 철분제 보충을 하며 철결핍성 빈혈 치료가 시작되었다.
주기적으로 피도 뽑으며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가 곧 건강해져서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다 나으면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져서 또래 아동을 곧 따라잡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 기대는 기대에 불과했으며 우리 이쁘고 착한 아기는 병원을 자주 다니며 다양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기라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만약’ 이라는 가정이 우스운 것이긴 하지만 만약 그 때 크림을 처방받으러 그 소아과를 가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나는 아이가 아프면서 여러 가지 가정을 생각하곤 했다.
‘이랬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때 그 소아과를 가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의 문장만큼은 그 문장의 반대가 사실인 현재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눈물도 많고 아픔도 많은 인생의 시간 속에서 가정이 현실이 되지 않은 지금을 감사할 수 있는 ‘꺼리’를 더욱 많이 생각해야겠다.
그리고 자신의 직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에 충실하지 않을 때 자신과 타인에게 끼칠 수 있는 위험이 그리고 그 결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늘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