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효율성'의 갈림길에서
어느샌가 자신의 "에너지를 뺏는 사람은 곁에 두지 않는 편"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문화가 생겼다. 그에 대한 공감대도 상당한 것 같다. 나를 갉아먹는 유해한 관계를 끊어내는 건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의문도 든다. 모든 관계를 '에너지의 득실'로만 재단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깨달음들 중 몇 가지는, 나와는 영 관련이 없어 보이던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중에서 왔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든 타인을 위해 희생할 의무도, 남의 고민 따윌 대가 없이 들어줄 어떠한 의무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어쩌면 효율 추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살다 보면 누구라도 지칠 때가 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 되겠어. I'm sorry"라고 말할 수 있다. 충분히. 하지만 그걸 적극적인 삶의 방식으로 삼는 건... 좀 모르겠다.
(추신: 이 글을 통해 누구를 재단할 생각도, 비판할 마음도 없다. 그것은 내 삶 자체가 오래된 유보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 언젠가 삶이 저절로 내 물음에 답해줄 때까지. 질문을 안고 가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