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주언니 Jul 09. 2024

우리의 이혼 후, 진주는 3일동안 문 앞을 지켰다 .







  내일 포르투갈로 떠난다.



  책을 만들게 되어 마냥 기쁠 줄 알았던 포르투갈 여행인데, 지금 나는 긴장과 예민의 끝을 달리고 있다. 어떤 글을 써야 하지, 사진을 어떻게 찍어와야 할까, 영상도 담아와야 하는데 나 혼자 할 수 있을까.



  공모전에 이혼한 여자가 떠난 여행기를 쓰겠다고 해서 뽑히긴 했는데, 정작 글을 쓰다 보니 이혼을 강조하며 어그로 끌고 싶지는 않고. 이혼이라는 단어가 내게는 참 익숙하고 다정해졌는데,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호기심과 놀라움의 대상이라는 게 가슴 한 켠 씁쓸하기도 하고.











  아직도 작년 뉴욕 여행 캐리어를 열어본 적이 없다. 내가 그렇지 뭐. 이제는 캐리어를 열고 포르투갈 짐을 싸야 하는데. 오늘 야간근무를 출근하고 내일 퇴근하며 공항으로 가려면 진짜 이제 싸야 하는데,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하다.













  이렇게 헛헛한 속에 진주마저 없다. 이혼하고 시끄러운 마음에는 항상 진주가 함께 했다. 눈뜨자마자 현실이 아파 눈물이 날 때, 텅 빈 거실이 너무 조용해서 못 견디겠을 때, 이따금 울리는 휴대폰 알람에 그 녀석과의 사진이 불쑥 뜰 때, 홀로 침대 위에서 경사 승진한 걸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내가 혼자라고 느낄 때면, 옆엔 항상 진주가 있었다.



  이제 정말 포르투갈 짐을 싼다. 현관문 앞에 캐리어를 펼쳐두고 이것저것 대충 담아보는데, 펼쳐진 은색 캐리어가 마치 진주로 보여 동작을 멈췄다.














  

  이제야 이렇게나마 말하지만. 너와 모든 걸 정리하고 너를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날이 있었다. 네가 나간 현관문 앞에서 진주가 삼일 밤낮을 웅크려있던 날들이 그랬다.


  진주야 이리와 해도 진주는 듣지 않았고, 택배 아저씨 소리마다 귀를 쫑긋거리던 진주는 삼 일 후에야 내 곁으로 와서 다시 잠들곤 했다. 정말 너를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 그런 날들이 있었다.



  오늘은 진주마저 없다. 이 요란한 마음을 진주와 걸으며 날려버리곤 했는데, 오늘은 같이 걸을 진주마저 내 옆에 없다.














  * 짐을 잘 챙긴 게 맞는지, 뭔가 잊은 건 없는지 생각하다가 괜히 또 할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할머니 진주 뭐 해?. 이제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았는데, 진주를 생각할 때면 아직도 네가 미워지는 날이 있나 보다. 나는 다시 돌아올 건데, 진주가 또 삼일 밤낮을 기다리면 어떡하지.









포르투갈 2주 동안 금산 할머니집에 있을 진주.
















우리 진주 처음 안아본 날 .

















.

작가의 이전글 이혼하고 나니 엄마가 보였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