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_임신 중 달리기 정말 괜찮을까?

계속 달릴 것인가, 멈출 것인가?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by 런예지



살면서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려 할 때 덥석 발목이 잡히곤 한다. Runday로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의 도장을 겨우 4개 찍은 날 둘째 임신을 확인했다. 기다리던 소식이긴 했다. 둘째는 첫째 때 냉동해뒀던 배아 두 개 중 하나를 자궁에 넣었기 때문에 임신될 확률이 더 높았다. 둘째가 우리 부부에게 와줘서 더할 나위 없이 감동이었지만 ‘이제 갓 재미를 붙인 달리기를 여기서 멈춰야 하나’ 하는 고민이 마음 한 가락에 자리 잡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배우 이시영이 임신 중에 ‘2017 평화통일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게 떠올랐다. 이시영은 임신 6개월 차였는데, 제법 봉긋 나온 배를 안고 달리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환하게 읏으며 방송 리포터의 질문에 답했었다. ‘이시영은 배우인가? 복싱 선수인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시영이 아마추어 복싱으로 시작해서 국가대표 복싱 선수로까지 선발된 건 알고 있었지만 ’임신 중‘에 그것도 ’ 하프마라톤‘ 참가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녀의 도전은 사람들의 상식 바깥에 있었고, 완주 후 '아기 있어 메달도 두 개'라며 웃는 그녀는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그녀처럼 가능하면 나도 계속 달리기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이시영, 임신 6개월에도 하프마라톤 완주 "메달 2개, 할수 있다"(OSEN 2017.09.24. 기사)





임신한 몸으로 계속 달리기를 해도 될지 판단하기 위해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찾아봤다.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에서는 임산부가 운동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임신 중 규칙적인 운동은 산모와 태아에게 이롭다고 말한다. 또 유산소 능력 및 근력 향상,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되고, 임신성 고혈압, 당뇨와 같은 위험 발생 요소들을 줄이고, 임신 스트레스 및 요통 감소, 출산 시 진통 완화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래도 임산부들은 운동을 하기 전에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개인에게 맞는 운동을 실시해야 한다고 한다.



<임산부 운동 처방>

*횟수 : 일주일에 최소 3번, 되도록 매일

*강도 : 중강도, 최대 산소 소비량의 40~60%, 운동 중 대화가 가능한 정도

*시간 : 최소 하루 15분에서 점진적으로 늘려 30분까지 늘려나가며

일주일에 총 150분 이상 운동하기

*타입 :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대근육을 사용하는 주기적이고 활동적인 신체활동

(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승마 등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면서 진행되는 운동은 금지)




임산부에게 운동은 권장하지만 달리기는 어떨까? 마라톤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마라톤 온라인>에 따르면 임신한 대부분의 여성들도 임신 중에 가볍게, 중간 정도의 강도로 훈련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한다. 단, 전문가들은 아래의 경우에는 달리기를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임신으로 인한 고혈압, 조기 막 파열, 현재 임신 중이거나 이전에 임신했을 때 조기진통이 있었던 경우, 자궁경부가 조기에 팽창할 때, 임신 2분기 혹은 3분기에 지속적인 출혈이 있을 경우, 태아가 부적절하게 클 경우

출처 : <마라톤 온라인> 여성과 달리기 中 임신한 여성주자가 주의해야 할 것들



책 <마라톤>(제프 겔러웨이, 전원 문화사)에 ’임신 중 달리기’에 대한 내용이 있다. 저자 제프의 아내 바바라는 임신 전부터 열성적인 러너로 그녀는 출산 직전까지 달렸다고 한다. 대신 평소보다 (일주일에 90-110Km 정도) 달리는 거리와 속도를 낮췄고,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거리도 차츰 줄여 일주일에 30-35Km 정도를 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임신 중 달리기에 대해 아래 다섯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체온이 너무 올라가지 않게 몸은 늘 시원하게 해라.
둘째, 꼭 뛰어야 할 필요는 없고, 빠르게 걸어도 좋다.
셋째, 임신 초기에는 조심해라.
넷째, 사람은 모두 다르다. 다른 사람의 운동 프로그램을 따르려 하지 말고
자기 고유의 것을 만들어라.
다섯째, 몸의 변화에 주의해서 운동 프로그램을 매일 조절해라.



다행히 나는 달리기를 삼가야 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여성이 임신 중 가벼운 강도로 달리기가 가능하다고 해서 달리는 삶을 이어나갔다. 초보 러너라 워낙 천천히 달렸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되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달리기는 ‘해방과 사유의 시간’이었다. 달릴 때만은 아기를 안고 돌보는 일과 집안일에서 벗어나 어깨를 비롯한 온몸이 해방되었고, 조마조마하지 않고 느긋하고 평화롭게 내가 하고 싶은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육아를 하며 고여있던 삶에 Runday Competition 도장은 선명한 성취의 흔적이었다. 벅찼고, 다음 달릴 날이 기다려졌다.



하지만 2주일 정도 지나, 달리고 들어온 날 질에서 ‘피가 섞인 질 분비물’이 나왔다. 곧바로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피가 섞인 질 분비물이 있을 때, 발목, 손, 얼굴이 갑자기 부어오를 때, 심한 두통이나 눈에 장애가 발생할 때, 한쪽 종아리가 붓거나 통증이 있을 때, 조기 분만의 징조가 있을 때, 이유 없이 복통이 있을 때’ 등의 경우에는 운동을 즉시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음파상 아기에게 이상은 없었다. 그래도 몸에 이상 반응이 있으니 겁이 났다. 내가 새내기 러너라 아직 달리기가 몸에 익숙하지 않아 아기가 잘못될까 봐 불안감에 달리기를 멈췄다.







임신 기간 동안에 달리기를 계속할지 잠시 멈출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여성 러너들에게 위 자료와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




계속 주기적으로 달리기로 결정했다면 그 선택을 지지한다. 달리기 중과 후에 내 몸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위의 ‘임신 중 달리기 조언’을 잘 지킨다면 예비 엄마와 태아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임신 중이니 무리가 되지는 않게 임신 전보다 거리를 조금 줄이거나, 속도를 조금 늦춰서 달리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나처럼 몸에 이상 반응이 몸에 나타나면 달리기를 멈추고 주치의와 상의하길 바란다.




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 마음 또한 이해하고 선택을 지지한다. 짧지만 한 달간의 달리기 경험은 내 몸에 깊이 각인되었다. 끊을 수 없는 달리기의 맛을 본 것이다. 결핍은 더 간절한 욕망을 낳았고, 욕망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출산 후 몸을 회복해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날은 수없이 많다. 몇 달 쉰다고 러닝과의 연결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출산 후 몸이 회복되면 서서히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 조깅, 러닝, 마라톤 참가, 울트라 마라톤까지 취향에 맞게 거리와 강도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절대 안정'을 권하는 문화가 있다. "임산부는 좋은 것만 먹고, 좋은 말만 듣고, 좋은 생각만 하고 최대한 많이 자야해."(골방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치열한 현대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작은 생명과 임산부를 위한 말이라는 걸 이해하지만, 그런 말을 계속 듣는 임산부들은 스스로의 활동을 제약하게 되고, 사소한 일도 아기에게 해가 되었을까봐 걱정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프마라톤 완주 후 임신 6개월 차 이시영에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축하의 반응도 많았지만, 걱정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한 임신한 여성 러너는 출산 전보다 강도가 약한 일상 달리기를 지속하는데도 아이에 대한 무책임과 여성 러너의 이기심(뱃속 아기보다 달리기가 더 중요해?)으로 보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고 한다.



임신한 여성 러너의 달리기 유지와 중단은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오로지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다. 사람에 따라 러닝 경력, 임신한 몸과 마음의 상태, 사는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전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없다. 태아와 자신을 위해 그 누구보다 신중하게 결정할 그녀들의 선택에 나는 '무한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여성 러너와 운동을 사랑하는 모든 임산부들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축복와 어려움이 공존하는 시기를 가뿐히 뛰어넘고 즐거운 운동 생활을 이어나가길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임신과 츨산이라는 시기를 각자의 선택에 따라 건강하고 지혜롭게 보내고 엄마의 운동 생활을 이어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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