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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량 Mar 16. 2023

메이크업 배운지 4년만에 켈리최 전속 아티스트 된 비결

노현주 인생소개서



메이크업아티스트, 이름 좀 알리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여기 노현주님은 마흔이 넘어 메이크업을 처음 배우고 4년만에 글로벌 사업가 켈리최 회장님의 한국 전속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그 짧은 시간 동안 그처럼 명성을 얻고, 무려 켈리최 한국 전속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요?






세상에 못생긴 사람은 없다

노현주 인생소개서




켈리최 한국 전속 메이크업아티스트

2021. 12~현재 <노현주 스튜디오> 대표

2019. 12~2021. 11 블레스파티하우스 헤어메이크업 실장

2018. 08~2019. 12 봄날의정원 웨딩홀 메이크업 실장



마흔한살에 메이크업을 배우다


마흔한살. 

남들은 직장에서 완전히 자리잡을 나이에 처음으로 메이크업을 배우기 시작했다.


발단은 남편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10여년간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퇴사하고 다른 일을 찾겠다고 선언하면서, 나에게도 그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했던 것이다.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이 뭐야?”


내가 하고 싶은 일?


결혼 전 학습지 교사를 한 적은 있지만, 결혼 후 일을 한 적은 없었다. 

늦은 나이 결혼해 쌍둥이 딸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5년이 흘렀고, 이제 와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남편의 질문은 가슴 속에 파장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커져갔다.


‘내가 무슨 일을 하면 가장 행복할까? 내가 해보고 싶었지만 못한 건 뭐가 있지?’


20대 시절 메이크업박스를 들고 다니던 언니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는데, 엄마나 공부나 하라며 말려서 못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이제는 말리는 사람도 없고 취미 삼아 메이크업이나 배워보자!


호기롭던 마음도 잠시, 압구정에 있는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주눅이 들었다. 

학원이라기보다 고급 호텔에 온 듯 입구부터 화려했다. 

교실로 들어서니 어리고 예쁜 수강생들로 가득했고, 심지어 선생님조차 나보다 한참 아래였다. 

아줌마인 내가 올 곳이 아닌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며칠 후 눈썹 그리는 법을 배우는 데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초등학교 3년 내내 서예를 배우며 상을 휩쓸었는데, 펜슬을 들 때의 그 감각이 글씨를 쓰기 위해 붓을 들 때의 그 감각과 꼭 같았다.


나도 할 수 있어!


심장 박동이 빠르게 뛰는 데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날부터 꿈을 꾸듯 6개월간 메이크업 학원을 다녔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을 불편해 하던 나였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 저절로 바뀌었다. 

같이 배우는 수강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원 뒷정리까지 하고 있었다.


수묵화가 채색화가 되듯 누군가의 말간 얼굴이 내 손으로 인해 아름답게 피어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교육을 마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나자, 학원에 더 나갈 일이 없어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그때 구세주처럼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주씨, 내가 새로운 웨딩숍으로 옮기게 됐는데, 나 좀 도와줄래요?”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페이도 모르고 대답하냐고 선생님이 웃으셨지만, 그때 내 마음은 정말로 아무것도 상관없었다. 

메이크업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프로가 된다는 것 – ‘진상’ 손님은 없다


웨딩숍으로 출근한 첫날부터 선생님은 내게 풀메이크업을 지시했다. 

경력이 없던 나를 전적으로 신임한 것이다. 

한없이 기뻤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선생님이 내 작업물에 피드백을 할 때면 일일이 기억해 두었다가 엄마를 대상으로 연습했다. 

딸이 드디어 천직을 찾았다며 막무가내 설득해서는, 매일 새벽 나이 든 엄마를 앉혀 놓고 메이크업 연습을 하고 출근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놀랄 정도로 눈에 띄게 실력이 상승했다.


“현주씨, 내가 왜 현주씨에게 첫날부터 풀메이크업 맡겼는지 알아요?”


나는 그저 내 성장 속도가 빨라서 선생님이 기회를 주신 거라고 생각했다.


“현주씨는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거든. 그래서 어떤 고객이 가도 현주씨에게 가면 만족하는 거야. 물론 실력이 기본이지만 말야.”


한 사람 한 사람, 온전히 내게 온 고객에게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속된 말로 ‘진상’ 고객을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웨딩홀 내에서도 아티스트들끼리 “이 고객 진상 타입이야” 하는 말을 주고 받곤 했다.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상은 어떤 사람인데요?”

“원하는 게 많으면 진상이지.”

“그게 왜 진상이에요? 그분에겐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니까 원하는 게 많은 게 당연하잖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찾을 때는 결혼식, 돌잔치, 각종 대회 등 인생에서 특별한 경사가 있을 때다. 

결혼식날 딸을 보내는 어머니라면 예민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곱게 키운 딸을 다른 이의 가정으로 보내는 서운한 마음, 앞으로 잘 해나갈까 염려되는 마음, 내 아이가 다 컸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 등등 만감이 교차하고, 사돈 부부를 비롯해 한동안 못 뵈었던 주요 친지들과 인사를 나눠야 하는 자리에 약간의 부담감도 느낄 수 있다.


‘그 마음 저도 다 알아요’ 하는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면 다른 아티스트들이 진상 타입이라고 하던 고객도 내게는 친절하기만 했다.


가끔 자신이 못 생겨서 어떤 메이크업을 해도 단점을 가리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저는 눈이 너무 작아서 커버하기 좀 힘드실 거에요” “제 얼굴이 너무 길죠?” 이렇게 움츠러든 분들을 보면 가슴이 아렸다.


세상에 예쁜 얼굴, 못 생긴 얼굴은 있을지라도 완벽하게 예쁜 얼굴, 완전하게 못 생긴 얼굴은 없다. 

누구나 예쁜 구석이 있고, 장점을 살리는 메이크업을 하면 단점으로는 시선이 쏠리지 않게 된다. 

그런 고객에게는 화장을 한 후에 한층 더 밝은 목소리로 톤을 올려 얘기했다.


“고객님! 거울 한 번 보세요! 고객님이 봐도 이제까지 거울 본 날 중에 오늘이 제일 예쁘죠?”


그럼 거울을 보고는 고객 역시 씨익 웃는다. 

늘 단점만 쳐다보니 못 생겨 보였던 얼굴이 자신이 봐도 참 예뻐 보이는 것이다. 

고객이 웃으면 내 마음도 덩달아 환하게 빛이 나듯 행복해졌다.


‘난 좋은 손님만 만나’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이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내게 오는 손님은 좋은 분들 뿐이었다.


진상 손님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하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었다. 

만나는 고객이 사랑스럽다 생각하면 그 사람은 생각 그대로 내 앞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켈리최 회장님의 한국 전속 아티스트가 되다


10년간 집에만 있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하루하루 자신을 태우듯이 메이크업에 미쳐 살다보니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보통 10년 경력을 쌓아도 독립하기 쉽지 않다고 하는데, 웨딩홀과 파티전문업체를 거쳐 3년만에 독립을 선언했다.


누군가의 울타리 안에서 일하다가 홀로 서려니 두려움이 없진 않았다. 

메이크업 학원에 들어서던 첫날처럼 또다시 두려움이 엄습해왔지만, 그동안 열과 성을 다해 고객을 대한 덕분인지 고객은 점점 더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주야, 급하게 연락해서 미안한데 내일 켈리최 회장님 메이크업 가능할까?”


언니는 켈리최 회장님을 롤 모델로 삼고 인생에서 부단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지난 3월에는 켈리최 백일장에서 3등까지 수상한 멋진 여성이었다. 

언니가 내게 연락한 날은 켈리최 회장님이 한국에 강연을 하기 위해 들른 참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운명’이라는 것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2022년 4월 16일 토요일은 메이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나만을 위한 휴일을 보내기로 마음 먹고 비워둔 주말이었다.


“언니, 나 내일 시간 돼!”


그동안 귀동냥으로만 들었지 켈리최 회장님에 대해 잘 모르던 나는 새벽까지 회장님의 유튜브와 기사 등을 살펴보며 그분의 성향과 패션 스타일을 분석했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생각하기에 켈리최 회장님에게 가장 어울릴만한 화장품만을 단촐하게 들고 갔다.


보통 처음 대하는 고객을 대할 경우 고객이 어떤 스타일을 요구할 지 모르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메이크업 도구와 제품을 챙겨 가지만, 회장님 앞에서 창고에서 있는 물건 없는 물건 꺼내듯 거대한 메이크업 박스를 챙겨가고 싶진 않았다.


“어머,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화장품만 가져왔네.”


회장님이 펼쳐놓은 메이크업 제품들을 보고 짧게 한 마디 하셨다.


혹시 챙겨간 게 적다고 준비성 없는 사람으로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없진 않았던 터라, 회장님 말씀을 듣자마자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과 함께 ‘역시 내 눈이 맞았어!’ 하는 자신감이 동시에 솟아났다.


“회장님, 그동안 회장님이 입으셨던 의상과 메이크업을 쭉 살펴봤습니다. 화려한 화장도 잘 어울리시지만, 오늘은 회장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드러나도록 좀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해줘요.”


전 세계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회장님이지만 소탈하기 그지없었다.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최선을 다해 메이크업을 해드렸고, 다행히 회장님은 마음에 쏙 들어하셨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하루 더 한국에 머물 예정인데, 혹시 시간이 되면 내일도 와줄 수 있나요?”


사실 다음날은 오전에 예약이 잡혀 있어 회장님이 부탁한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안절부절 하는 와중에, 또 한번 기적적으로 예약자가 시간을 앞당겨 다시 회장님을 뵐 수 있었다.


둘째날은 회장님의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가 살아나도록 지적이면서도 파워풀한 느낌의 화장을 선보였다.

두번째 메이크업을 받으신 후 회장님이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이랑 익숙해진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회장님은 성모마리아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으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웰씽킹을 운영하는 박진영 대표님에게 연락이 왔다.


“앞으로 회장님이 한국에 오실 때마다 노현주 선생님께 메이크업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켈리최 회장님의 한국 전속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되어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 기뻐 차안에서 꺄악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한국에 내노라 하는 메이크업 스튜디오들이 즐비한데, 내가 선택되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못 생긴 사람은 세상에 없다


여전히 나는 메이크업을 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 

내 손을 통해 누군가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마법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고객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두배 세배 더 행복해진다.


반푼이 아줌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모임에 나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나도 모르게 메이크업 박스를 열게 된다.


인사를 하고 몇 분만에 말을 트고는, 핀을 꺼내 “앞머리 좀 올려봐요. 내가 더 예쁘게 만들어줄게” 하고는 펜슬로 눈썹을 그려주곤 한다. 

손거울을 보여주며 “이렇게 하니까 인상이 확 살아나면서 훨씬 이쁘죠?” 하면 나이, 직업, 성향에 상관없이 누구나 아이처럼 좋아한다.


이 세상에 못 생긴 여자는 단 한명도 없다. 

누구나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고, 본인조차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드러내주면 한 사람 한 사람 우주의 제각기 빛나는 별처럼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나다운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노현주.


고객들에게 이렇게 기억되고 싶다. 단순히 손기술 좋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행복하도록 도와줄 때가 내가 가장 행복하니까.



노현주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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