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이라 쓰고 선인세라고 읽는다 (feat. <아키온>)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당연히 전편을 읽고 오신 분들이겠죠?
안 읽어보신 분들은 앞의 글을 먼저 읽어주시고요 :)
한번 합을 맞췄으니, 리나모 작가님과는 속도감 있게 쭉쭉 작업 진행할 줄 알았으나…
리나모 작가님이 귀잡연을 쓰고 번아웃이 와버린 거죠.
한달만 쉬겠다고 했었는데, 두 달여를 쉬고…
동방뱃사공님한테 미안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날들이 지속되었습니다 �
리나모 작가님의 희귀근육병이 도져 아팠죠,
리나모님의 어머님이 중환자실에 몇 번이나 실려갔죠,
또 리나모님 직장과 이사 이슈 등등…
삶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 이런 일들은 대처한다고 쳐도, 진정한 문제는 작품 자체였습니다.
작품을 무려 세 번이나 전면 수정할 줄이야!!! OMG
아직도 동방뱃사공님의 여유 넘치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네요.
아하, 이번 수정이 3차 회귀인가요?
동방뱃사공님, 부처신가요?
단 한번도 속도가 느리다고 타박하지 않고,
3번째 수정에도 미소 지으며 농담을 던지는 당신이란 사람 대체 무엇?
그저 한없이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이 계속 생기면서 작품 집필 속도는 굼벵이가 절하고 갈 정도로 늦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또 뭘 했냐?
마냥 리나모 작가님이 원고를 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죠.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이게 원고를 보아하니, 웹소설이라기보다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장르소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그래서!
창비 공모전에 이 작품을 제출해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작가랑 고생은 같이 하고, 출간 권한은 다른 데 넘긴다는 게 껄끄럽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요.
중요한 건 작품을 띄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나를 ‘출판사 대표’로만 정의하면, 다른 출판사에 출간하라고 하는 게 이상한 일이겠지만,
생각을 넓혀 ‘작가의 파트너’로 정의하면 편집자와 에이전트 역할을 맡으면 되는 거니까요.
데드라인이 있으면 어떻게든 마감을 하는 게 또 작가의 특성이란 말이죠.
부처 같은 동방뱃사공님이 무한히 기다려주니까, 작품 속도가 차일피일 늦어지는 것 같아서 '공모전' 카드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리나모 작가님도 공모전 응모에 동의를 해주셨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몇 번이고 집필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하셨었고요.
그래서 공모전 결과는?
땡!!!
창비 공모전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알았기에 핑크빛 단꿈을 꾸진 않았지만,
그래도 작품력은 자신 있었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는데, 결과는 탈락!
당선작을 보니, 음, 창비 심사위원의 취향에는 안 맞았겠구나 싶었습니다.
당선작은 훨씬 '문학적' 색채가 강하더라고요.
다른 공모전이 뭐가 있나 또 찾아봤습니다.
블라이스 공모전이 있더라고요.
리나모 작가님을 독려해 요쪽으로 제출하라고 했죠.
원고량이 부족해 미리 내진 못하고,
마지막 마감날 겨우 원고량을 맞춰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보니 조회수가 꽤 괜찮은 거예요?
껄껄~
아주 조금 기대를 했습니다.
눈밝은 심사위원이라면, 진흙 속의 진주 같은 이 작품을 알아봐주리라 기대했어요.
헙!
그런데 엄청난 일이 발생했습니다.
공모전 응모가 안 되었다는 사실!!!
혹시나 하고 다시 체크해봤더니,
우리 리나모 작가님 제출할 때 공모전 응모 박스에 체크를 안 한 거… ㅠㅠ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어이없는 건 당선이 확실한 것도 아닌데,
마치 수상을 뺏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거죠.
작가님도 완전히 망연자실했습니다.
초를 다투며 마감했건만, 우째 이런 일이…
사실 초를 다투며 마감했으니, 이런 일이 벌어졌겠죠.
너무 급하게 제출하다보니 이런 실수가 ㅠㅠ
공모전 기간에 웹소설을 업로드하면,
응당 공모전 응모하기 위해서일 텐데,
체크 박스에 체크가 돼 있지 않은 원스토리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원스토리 잘못은 아니지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지면 뭐 누구든 탓을 해야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ㅠㅠ
그런데 공교롭게도 블라이스 공모전 끝무렵에 또 문피아 공모전이 있더라고요.
이런 걸 뭐라고 한다?
네, 더 잘 됐습니다.
문피아 공모전이 상금도 더 크고요.
이번에는 작가님도 저도 아주 응모 요강을 꼼꼼히 훑고,
작가님이 아이디와 비번까지 알려주셔서 잘 제출되었는지 제가 더블체크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공모전 결과는?
땡!!!
문피아 공모전에서도 떨어졌습니다.
여기도 당선작을 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문피아 공모전은 아시다시피 남성향 색채가 강하고, 여긴 또 그야말로 ‘웹소설스러워야’ 하더라고요.
<아키온-바깥의 왕과 철의 성녀>의 경우 웹소설과 장르소설 사이쯤 위치한 작품이라,
좋게 말하면 작품성 있고,
나쁘게 말하면 시장 포지션이 애매합니다.
웹소설 독자들이 보기에는 무겁고,
종이책 독자들 보기에는 가벼울 수도 있는 거죠.
은근과 끈기의 한국인 특성을 가진 저 아니겠습니까?
또 가능성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공고를 보게 되었던 겁니다!
‘2025년 중소출판사 제작지원’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작품 초고와 작품 기획안, 출간 계획 등을 내면,
좋은 작품을 골라 출판기획장려금 4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였습니다.
챗지피티가 일상에 완전히 녹아든 지금 이 시대에,
AI와 인간의 대립을 다룬 이 작품은 반드시 세상에 빛을 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또 보고서 하나는 자신이 있거든요 �
그래서 이건 진심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네! 붙었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악!!! 드디어!!!
이리하여 거금(?) 400만원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작!’이러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다만, 이 돈이 투자자에게 다 회수되었다는 슬픈 결말…
은 아니고 당연히 투자자에게 돌려드려야지요 ㅠㅠ
통장에 돈이 있었다가 없었습니다.
이 말이 뭔지 진심으로 알게 됐다는 ㅠㅠ
자, 그리고 이 작품을 드디어 카카페에 피칭했습니다.
그리고 단번에 프로모션 통과!
동방뱃사공님의 하해와 같은 인내와
리나모 작가님의 피, 땀, 눈물
그리고 저의 불굴의 도전 정신
3인조가 함께 완성한
디스토피아 판타지 <아키온> 작품 소개는 다음 편에서 확인하시죠.
지금 <아키온>을 보러 가시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