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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사나수

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 외인들

2025.4.6. vs. 경남 @수원월드컵경기장

by nasanasu


이제 겉옷을 입지 않고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되었다.

수원의 최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홈에서 2연승을 거둔 상태다. 이을용 감독의 경남이 어떤 축구를 할지 예측이 되지 않지만 벚꽃의 화사함 같은 기대감은 어쩔 수 없다.


오래간만에 N석에 자리를 잡았다. N석만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가 있고 왠지 모르게 경기장의 주인공 같은 착각이 들게도 한다. 깃발 때문에 경기 장면을 놓칠 때도 있지만 애간장을 타게 하는 그런 부분도 N석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배드민턴 우승을 휩쓸고 있는 안세영 선수가 시축을 했다. 유명인들이 시축 했던 날 승률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기억 때문에 살짝 불안하기도 했지만 누구도 오늘의 경기를 예단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기면 된다. 축구도 징크스도.


미약했던 불안감은 일찍 터진 선제골로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골문 앞에서 넘어졌던 브루노 실바가 다시 일어나 슈팅을 갈겼다. 수비수와 골키퍼가 서로 미루는 상태라 그 슈팅이 당황스러웠으리라. 실바의 시즌 첫 골이라 더 의미가 있는 골이었다. 집념의 골이었다.


이어서 파울리뇨와 일류첸코의 환상적인 이대일 패스가 만든 파울리뇨의 골이 터졌다. 제대로 갈긴 슛이 왼쪽 상단 구석에 꽂혔다. 실로 통쾌한 골이었다. 그 정도의 거리에서 최근에 파울리뇨의 골이 계속 터지고 있다. 앞으로 상대할 팀들에겐 이런 흐름이 거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전반전에 두 골이라 승리의 확률이 이미 높아진 상태인데 파울리뇨의 두 번째 골이 또 터졌다. 이 골 또한 경남 수비수의 안일한 볼 처리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집념이 만들어 내었다. 갈겼다는 표현을 또 써야 할 만큼 호쾌한 슈팅이었다.


이미 승리가 결정된 상황에서, 또 하나의 골이 터졌다. 이번에는 파울리뇨의 측면 패스를 일류첸코가 논스톱 골로 성공시켰다. 최초에 업사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VAR을 통해 골로 인정되었다. 일류첸코 특유의 세리모니가 나왔고 그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일류첸코는 공격이든 수비든 동료들을 계속 챙기고 독려하는 선수다. 팀 속에 한 개인이라기보다는 팀 그 자체를 수행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전반전인데 4:0이다.

후반전 막판에 항상 기적을 바라야 했던 이전의 경기들과는 완전히 다른 기분으로 남은 경기를 관람했다. 이렇게 편안하게 후반전을 지켜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멀리서 오신 원정팬들을 생각해서라도 한 골 정도는 먹혀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허용하지 않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3명의 외인이 4골을 창조했다. 세라핌까지 골을 넣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네 명의 외인 모두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올 시즌의 외인 구성은 정말 완벽하다고 본다. 수원에는 실바나 파울리뇨처럼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 선수가 절실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부분이 당연히 채워진 동시에 경기 전체를 관장할 줄 아는 일류첸코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진다. 세라핌의 움직임도 좋아지고 있어서 곧 골이 터질 기세다.


편안한 침대에 누워 경기를 지켜본 느낌이다. 그동안 아쉬운 경기를 견뎌낸 시간들이 있으니 이 정도의 편의는 누려도 되는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서 연승을 이어가길 바란다. 오래간만에 N석에서 응원가를 부르니 속에 있던 근심들이 조금 떨어져 나간 거 같아서 더 기분 좋은 날이었다. 그러고 보니 안세영 효과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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