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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사나수

상승 추세에 들어선 결정력

2025.4.19. vs. 화성FC @수원월드컵경기장

by nasanasu


강풍주의보가 있던 날이다.

비는 많이 오지 않았지만 바람은 심상치 않았다.

축구는 어떤 날씨에도 경기를 진행하지만 온화한 날씨 속에서 관람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팬들이 비슷할 것이다.

그저 멀리서부터 이런저런 교통수단을 이용해 경기장에 와서 비바람을 견디며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을 팬들이 아무런 사고 없이 왔다가 가시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수원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3월 15일 이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경기에서는 무려 네 골이나 넣으며 골결정력에 대한 숙제를 조금 풀어주었다. 이제 재현성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숙제가 되었다.

지붕이 있는 자리이든 오픈된 자리이든 바람 때문에 빗물을 맞을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다. 킥오프의 순간 모든 불편함은 사라지고 이제 경기에 몰입한다. 약체로 분류되는 화성FC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수원의 안정적인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반전 이른 시간에 일류첸코의 헤더골이 터졌다. 일류첸코는 자신이 우측 이건희에게 패스한 볼을 크로스로 받아서 골을 성공시켰다. 크로스와 헤더 모두 일품이었다. 쉽게 갈 것 같은 게임이다.

이어서 어느새 우측으로 이동한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를 브루노 실바가 헤더골을 터뜨렸다. 시야가 확보되었는지 의문이었지만 몸을 기울이며 정확한 슛을 만들어냈다. 그림 같은 크로스와 헤더가 미술 작품처럼 아름다웠다.

이미 승리의 기운이 만연해진 상태인데 전반 추가 시간에 한 골이 더 터졌다. 브루노실바의 미친 듯한 크로스를 세라핌이 밀어 넣었다. 두 경기 연속골에 흥분했는지 세라핌은 골을 넣고 골대 안에서 넘어졌다. 그 모습 또한 기쁨을 가중시켰다. 3:0 이라니! 골결정력에 대한 재현성을 확보하는 순간이다.

후반전에도 몇 차례 찬스가 있었지만 골을 만들아내진 못했다. 그래도 전개의 과정들은 높이 평가할만했다. 후반전의 유일한 골은 화성FC가 만들어냈다. 이 과정을 전부 지켜봤는데 군더더기 없는 흐름과 결정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수의 인원이었지만 원정석에 있던 화성팬들의 노고를 위로해 주기에 충분한 골이었다.

경기는 3:1 수원의 승리로 끝났다. 적은 양의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경기장 곳곳의 팬들은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선수들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경기장을 걸었다. 그런데 흐린 하늘빛처럼 찝찝한 마음은 뭘까. 수원의 골이 터질 때마다 4인의 외인이 뭉쳐서 서로 포옹하는 장면을 세 번이나 지켜보았다. 그러고 보니 외인들만이 골을 넣고 있다. 이번 시즌 외인 구성이 완벽해서 무척이나 반가운 상황이지만 골을 넣는 선수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이날 김지현도 박승수도 골을 넣을 수 있었다. 다음 경기에는 공이 골문으로 들어갈 슈팅을 날릴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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