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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사나수

안정적인 승리에 익숙해지는 빅버드

2025.5.11. vs. 천안 @수원월드컵경기장

by nasanasu


야구든 축구든 현재의 순위와 무관하게 그날의 컨디션이나 운의 영향을 받는 스포츠다. 수원은 홈 개막전 이후 7경기 무패 행진 중이고, 천안은 7연패 중이다. 전력 차이가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연속성은 언제든 끊어지듯이 수원의 무패나 천안의 연패가 많이 쌓인 만큼 그 기록이 깨질 확률도 점점 높아졌다는 의미가 된다.


반팔을 입어도 춥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즐기기엔 최상의 날씨였다. 라인업을 보니 외인이 두 명뿐이다. 파울리뇨는 교체 명단에 있었지만 브루노 실바는 없었다. 외인 의존율이 심한 수원이다 보니 라인업만 보고도 어쩐지 전력이 반감된 느낌마저 받았다. 2부 리그로 강등되는 모습과 2부 리그에서 두 시즌째를 머물다 보니 이런저런 의심만 늘어간다.


박승수가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그래서 왼쪽 측면에서 뭔가 일이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일은 오른쪽에서 시작되었다. 이민혁의 돌파와 세라핌의 크로스, 수비 맞고 나온 볼에 집중했던 이민혁의 어시스트로 일류첸코가 첫 골을 넣었다. 일류첸코의 박자 빠른 터닝슛은 그가 일류 스트라이커임을 다시 증명했다. 거의 매 경기 그의 골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뒤이어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천안의 반칙이 선언되었다. 키퍼의 거의 정면 방향이었고 직접 슈팅이 가능한 거리였다. 두 명의 키커가 찰 준비를 했지만 우리는 이기제의 왼발이 그 공을 쏘아 올릴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회전이었을까. 키퍼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위치였는데도 공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해 골문으로 들어갔다. 이기제는 이제 레전드가 되어 간다. 염기훈의 왼발만큼 이기제의 왼발도 매번 확신을 갖게 만든다.


2:0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에는 양쪽 다 골이 터지지 않았다. N석 앞에서 지켜보니 세라핌의 존재감이 확실히 눈에 띄었다. 브루노 실바의 역할을 백 프로 이상 해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체력과 스피드는 물론 골 트래핑하는 스킬도 그렇게 뛰어난지 새삼 놀라웠다. 앞으로 더 희망적인 관측을 하게 만드는 경기였다.


이날의 아쉬운 점은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박승수였다. 그의 플레이가 형편없었다는 게 아니다. 예전처럼 자신의 장점

을 충분히 드러내줬고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단지 두 번의 골 찬스를 놓친 아쉬움이 있었다. 그 정도는 넣어주어야 하는 상황임을 그 자신도 알았기에 벤치에 들어가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기의 승패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니었다. 찬스에서 골을 놓친 경험이 그를 더 단련시켜 주리라 믿는다. 그런 아쉬운 기억은 본인이 가장 오래 잊지 말아야 한다.


8경기 무패 행진이다. 최근 원정에서 고전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음 주에 있을 부산 원정에서는 다른 결과를 가져다 주기를 기원한다. 이제 연승의 기록을 확고히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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