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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사나수

그곳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2025.6.1. vs. 부천 @수원월드컵경기장

by nasanasu


K리그 1에서는 전북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과정에는 전진우의 활약이 있었다. 수원에서 이적 후 그는 전북의 핵심 공격수가 되어 필요한 순간마다 골을 넣고 있다. 수원에 있다가 팀을 옮긴 선수들 중에는 이제야 자기 팀을 찾은 듯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번엔 부천으로 옮긴 바사니를 만난다. 그가 돌진하는 방향이 수원의 골대라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다.


전반전에 수원이 PK 찬스를 얻었지만 파울리뇨는 골로 성공시키지 못했다. 지난 경기에서도 일류첸코가 PK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PK가 이제 수원의 새로운 숙제가 되었다. 기세가 꺾인 탓인지 부천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점유율에서는 수원이 압도했으나 결과를 만들어내는 쪽은 부천이었다. 이번 경기도 어렵게 갈 거 같은 예감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이날의 하프타임 이벤트에는 오현규가 등장했다. 센터서클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말을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했다. 뭔가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2022년 겨울, 그는 수원을 강등의 위기에서 살리고 유럽으로 떠났다. 다시 빅버드를 밟은 그는 결국 2부로 강등된 수원의 팬들 앞에 서있다. 그에겐 어떤 죄도 없지만 이 상황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낀 것 같다. 그러나 그가 빅버드의 한복판에 서있는 모습, 그것으로 팬들은 행복해한다. 우리 모두 같은 수원팬의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오현규의 등장이 분위기를 환기시킨 것일까. 후반전의 수원은 다른 팀이 되어 팬들 앞을 뛰어다녔다. 전반전에도 몸놀림이 남달랐던 세라핌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골이었다. 이제 경기는 원점이 되었고, 승리의 바람이 모든 수원팬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뒤이은 수원의 공격에서 심판의 손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부천 수비수의 핸드볼 반칙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기뻐하는 수원팬들의 마음속 한편에는 불안이 도사리고 있었다. 과연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키커는 김지현이다. 숨죽인 팬들은 역전을 환호할 준비를 하는 동시에 실패할 수 있다는 평정심도 붙잡고 있다. 김지현이 움직인다. 공이 떠난다. 키퍼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골망이 철렁인다. 키퍼의 움직임보다 공의 속도가 빨랐다. 역전이다!


십분 뒤에는 세라핌의 측면 크로스가 부천의 수비수를 맞고 골로 기록되었다. 예상과 다르게 두 골이나 앞서간다. 흐릿한 승리의 예감이 이제 확신으로 변했다. N석에서는 파도타기 응원이 펼쳐졌다. 축구장에서 파도타기 응원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E석과 W석에서도 응원에 동참했다. 이런저런 각자의 사정들을 가지고 축구장을 찾은 사람들이다. 별로 내키지 않았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날만을 기다리며 일상을 견뎌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자리에 와있고 따라서 이 정도의 기쁨을 누릴 자격들이 충분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네 번째 골마저 터져 버렸다. 이기제의 환성적인 크로스를 일류첸코가 성공시켰다. 이제 승리는 백프로다. 또 네 골이다. 요즘 들어 다득점 경기가 많다는 건 골 감각 유지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신호이고 막판 순위 싸움에서도 유리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제 2위까지 올라왔다. 1위 인천이 아직도 멀어 보이지만 승격에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다. 힘겨운 여름을 잘 견뎌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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