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15. vs. 인천 @수원월드컵경기장
K리그2 독보적인 선두 인천, 그리고 그 뒤를 쫓고 있는 수원. 시즌 시작 전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던 두 팀의 첫 대결은 수원의 어이없는 퇴장으로 싱겁게 끝났고, 이제 진짜 승부를 펼칠 결전의 날이 되었다. 수원이 이 경기를 잡는다면 선두 추격의 발판이 될 것이고, 진다면 우승과는 멀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게 될 빅매치였다.
원정석이 가득 차있는 빅버드를 목격하는 건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2만 관중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N석만큼의 커다란 함성이 저쪽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질 것 같은 마음과 그래도 이길 것 같은 마음이 혼재하며 나를 흥분시켰다. 이런 빅게임을 건강한 몸 상태로 관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킥오프 휘슬이 울렸다.
볼 점유에서는 우위에 있어 보였다. 그런데 결정적인 침투는 드물었다. 몇 차례의 슈팅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수비에 치중한 것처럼 보였던 인천은 일단 공격 태세가 갖춰지면 무섭게 치고 들어왔다. 제르소를 수비 한 명이 커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첫 실점을 허용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골 장면이었다. 먼 거리 때문에 원정석의 함성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들려왔다. 그렇게 전반전은 끝났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수원 관중들의 우산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E석과 W석의 1,2층에서 돌아가는 청백적 우산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그 응원가가 끝나기도 전에 원정석이 다시 열광의 몸짓들로 들썩였다. 두 번째 실점이었다. 이러면,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견고한 인천의 수비를 뚫기 위해 수원의 선수들은 조금 더 빨리, 많이 움직이려고 애쓰는 게 보였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코너킥 찬스에서 공중볼 경합이 있었고 김지현 선수가 불편한 자세에서도 볼을 키핑하며 슈팅 찬스를 만들어내더니,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빅버드가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했다. 후반 66분이었다. 쫓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해볼 만한 게임으로 뒤바뀌었다.
그 뒤에 이어진 또 하나의 볼경합 과정에서 이규성의 날카로운 슈팅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왔다. 튕겨 나온 방향이 골문 안쪽 방향이라 더 안타까웠다. 참으로 충격적인 탄식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모두의 염원과 무관하게 이날의 운은 수원 쪽에 있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 갈수록 슈팅의 날카로움은 약해져 갔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느려졌다. 후반 추가시간은 4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4분이 지나고 브루노 실바가 공을 몰고 올라오자 모든 수원팬들은 마지막 공격을 기원했지만 패스미스로 인천 수비수에게 공을 넘겨주고 말았다. 휘슬이 울렸다. 수원의 빅버드 첫 패배다.
하나의 퍼포먼스로 자리 잡힌 인천의 만세 삼창 쇼를 그저 멍한 눈으로 지켜봤다. 그 함성 속에서 수원 선수단이 관중들을 항해 고개를 숙였다. 기대가 컸던 경기였기에, 그리고 이긴다는 결과를 상정했을 때 어떤 1승보다도 값진 승리가 될 것을 알았기에 실망감은 배로 불어났다. 그래도 야유보다는 박수가 압도적이었다. 보는 사람보다 뛰는 사람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인천 축구의 견고함으로부터 배운 점이 있기만을 바란다.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온 시즌이다. 지금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 건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