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29. vs. 부산 @수원월드컵경기장
비소식이 있었지만 비는 보이지 않고 습한 무더위가 들이닥친 날씨다. 지난 홈경기 인천전 패배로 팬들의 기세가 꺾였는지 주차장도 블루포인트도 별다른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기세의 저하가 아니라 더위 때문일 거다. 아직은 시즌의 중반을 지나고 있을 뿐이니.
라인업을 보니 김지현이 미드필더로 내려와 있었다. 그는 최근 연속골을 기록하고 있어서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는 선수이다. 포지션을 조금 변경하더라도 그 신뢰에 금이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그가 축구하는 얼굴이 마음에 든다. 골을 넣은 후에도 유지하는 진중한 표정이 특별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무엇을 맡겨도 잘 해낼 것 같은 표정.
수원을 상대하는 팀들이 자주 사용하듯이 부산도 변형된 파이브백을 구사했다. 중앙부에서 침투해 들어가기는 어려웠으므로 주로 측면에서 위협적인 공격으로 이어졌다. 좌측에서 파울리뇨가 프리킥을 얻어냈다.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가 올라갔고 뒤쪽에서 놀라운 점프로 김지현이 머리를 갖다 댔다. 불행히도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흘러나온 볼을 최준영이 골로 연결시켰다. 7년 만의 득점이라 한다.
부산도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이 빨라서 몇 번의 골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다행히 실점 없이 전반전을 끝냈다. 보통 후반전이 시작할 즈음 N석에서는 청백적 우산 퍼포먼스가 진행되는데 이날은 대신 <더블 레인보우>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만약, 이날도 예전처럼 우산 퍼포먼스를 했더라면 경기의 결과가 달라졌을까.
후반전 초반은 부산이 경기를 지배했다. 빠른 시간에 만회골을 넣기 위해 분주하게 슈팅을 날렸지만 수원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기제의 환상적인 크로스가 일류첸코의 헤더골로 연결되었다. N석이 또 한 번 진동했지만 아쉽게도 이골은 일류첸코의 반칙으로 취소되었다.
이후에도 수원은 여러 번의 득점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매번 놓쳤다. 놓치는 순간들이 누적되고 심판마저 적이라는 생각이 들자 수원팬 마음 한 편에는 익숙한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후반 90분 즈음 N석에서는 청백적 우산 퍼포먼스가 시작되었고, 추가 시간 8분이 선언되었을 때 부산의 동점골이 터졌다. 수원의 마음들이 털썩 주저앉았다.
조급해진 선수들은 실수를 남발했고 감정이 달아오른 팬들의 고함소리는 거칠어졌다. 마지막 코너킥 찬스마저 놓쳐버렸고 오히려 부산의 마지막 공격이 무산되는 광경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의 모든 선수들이 쓰러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다른 구장의 경기 결과도 모두 무승부였다. 수원이 이겼다면 인천과의 간격은 좁힐 수 있었고 전남과의 간격은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치는 건 스포츠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반복이 의지를 능가하여 익숙함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