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사나수

무더위와 답답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2025.7.12. vs. 충북청주 @수원월드컵경기장

by nasanasu


선두와의 격차가 7점으로 줄었다. 다이렉트 승격을 포기할 만큼 거대해 보이지는 않는 숫자다. 또한 3위와의 격차는 4점을 유지 중이다. 이래저래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많다. 선수단도 같은 의지로 출전하겠지만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다는 의지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비록 상대팀들도 승리가 계속되어 격차가 해소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빅버드의 E석은 햇빛에 노출되어 있어서 이런 날씨에 관람하기는 괴로울 것 같지만 햇빛과 그늘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참 아름답다. 땀을 흘리며 자리에 고정된 사람들도 그 풍경에 일조하고 있다. 원정석에는 소수의 충북청주 팬들이 있었지만 깃발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위세가 있어 보였다.


전반전에는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수원의 공격 과정이 그다지 나빠 보이진 않았다. 원터치 패스에 의한 측면 침투가 몇 차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상하게 페널티 박스 안으로만 들어오면 패스나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수비 밀집도가 심하기 때문이겠지만 긴 과정을 거쳐온 좋은 흐름이 거기서 딱 끊기는 느낌은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이기제의 역대급 왼발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업사이드 판정을 받은 장면은 무척 아쉬웠다.


후반전에도 수원은 여러 차례의 찬스를 만들어 냈다. 물론 상대 키퍼의 신들린 선방도 훌륭했지만 전반전에 있었던 막판 흐름 깨기의 장면들이 반복되었다. 슈팅과 패스 선택의 순간에 옳지 않은 선택들이 이어지면서 이렇게 좋은 찬스들을 놓쳤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상기하게 되었다. 이렇게 아쉬워하며 끝나는 모습과 어이없이 골을 먹혀 패하는 모습이 있었다. 극적으로 골을 성공시켜 승점 3점을 챙기는 짜릿한 모습도 후보에 있었고 가장 절실히 바라는 모습이지만 흐름이라는 게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세라핌의 측면 스피드는 정말 놀라웠고, 파울리뇨의 감각적인 슈팅은 위협적이었다.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데 터지지 않았다. 박승수가 가세되면서 좌우의 수비가 약간 흔들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충북청주의 스로인 위치가 지나치게 수원 쪽으로 이동되어 팬들이 분노했던 그 볼은 하프라인을 넘지 못했다. 공중볼 경합에서 일류첸코는 안전하게 키핑 했고 중앙에 자유롭게 서있던 파울리뇨에게 전달되었다. 설마 그 위치에서 슈팅을 날릴 줄은 몰랐던 관중들은 골망이 흔들렸을 때 다른 때보다 더 커다란 함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세 개의 후보 중 가장 희박해 보였던 모습이 현실화되는 순간!


이러려고 그렇게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더위가 싹 사라지듯 통쾌한 골이어서 그 기쁨은 배가 되었다. 팬들을 극한의 인내 단계로 몰아넣었던 게 괘씸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승점 3점을 챙긴다. 해야 할 우리의 숙제 하나를 무사히 완수한다. 만약 답답함과 무더위를 견딘 인내가 다른 모양으로 종결됐다면 우리 기분이 어땠을지 아찔하다. 이로써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는다. 여름이라는 변수는 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희망이 아니다. 예언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