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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사나수

멀어지는 다이렉트 승격

2025.7.27. vs. 서울이랜드 @수원월드컵경기장

by nasanasu


폭염의 날씨가 대한민국의 육지를 점령한 주말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소파에 누워 쾌적하게 집관을 하고픈 충동도 잠시 일었으나 그래도 직관의 맛을 외면할 수 없어 경기장으로 몸을 끌고 간다. 햇빛이 그야말로 쏟아진다. 더위에 대한 두려움은 응원가를 연주하는 타악기 소리가 들리자 점차 잦아들더니 빅버드의 잔디를 바라보자 날씨와 상관없이 우리가 보아왔던 익숙한 풍경이 가슴을 잔잔하게 요동치게 만든다.


2부 리그에 올라온 이후 서울이랜드에게는 전패다. 결과만이 남는 리그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천적 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김도균 감독의 지략 때문인지 선수들의 정신력이 수원을 상대할 때 특별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긴 적이 없다는 기록은 마음 한구석을 주눅 들게 만든다. 그러나 수원은 3연승 중. 이 기세가 기존의 징크스를 깨뜨려주길 바라는 마음도 이상하지가 않다.


우려 섞인 기대로 시작된 경기는 다소 이른 시간에 허용한 실점으로 그 열기가 한풀 꺾였다. 수원 수비수의 백패스가 양형모 골키퍼에게 가는 동안 상대 공격수가 공의 스피드에 버금가는 속도로 압박해 왔고 잠시 머뭇거린 골키퍼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공을 골대안으로 집어넣었다. 허무한 실점이었다. 수원에게도 경기를 전개해 나갈 계획이 있었을 텐데 그 노선을 변경해야 했을 것이고 계획의 변경은 자연스러울 리 없었다.


수원이 공격하는 길목에는 상대의 수비수가 밀집되어 있었고 굳이 그 혼잡한 도로 안으로 들어가길 고집하는 수원의 플레이는 늘 불편한 슈팅 찬스와 부자연스러운 패스 궤적을 만들어냈다. 측면의 크로스도 안정적이지 못해 짧거나 길어서 위협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수원은 언제나 어렵게 공격하고 상대팀은 쉽게 치고 들어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수원이 공격할 땐 수비수가 늘 근접에 밀착되었지만 상대방은 비교적 편하게 패스하고 슈팅을 날렸다. 빠른 판단력으로 수비가 다가오기 전에 볼처리를 해내는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후반 초반에 허용한 두 번째 실점도 그렇게 전개되었다. 서울이랜드 공격수들은 빈 공간을 잘 활용했고 최종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빈틈으로 슈팅을 날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은 갓 이적한 강성진과 김민우를 투입하며 공격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으나 밀집 수비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두 차례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며 짧은 환호로 거둬들여야 했다. 오프사이드로 그전의 훌륭한 과정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상대 수비 라인을 항상 신경 쓰고 있어야 하고 자신이 그 선을 넘었을 경우 빠르게 선 밖으로 이동하는 노력을 해야 했다. 명백히 존재하면서도 치명적인 규정을 안일하게 대처한 건 아닌지 무척 아쉬웠다.


결국 경기는 0:2 패배로 끝났다. 징크스는 여전히 이어졌고 1위 인천과의 승점차는 10점으로 벌어졌다. 사실상 다이렉트 승격은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인천보다 네 번의 승리를 더 챙겨야 가능하단 얘긴데 물론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현재까지 인천의 전력으로 미루어볼 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수원은 그저 남은 경기 모두 이기겠다는 자세로 한 경기 단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혹시 모를 기회가 올 수도 있고 2위라도 지켜서 승격의 기회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 날씨 안에서 많은 선수가 고생했고 그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 괴로워했다. 이 땀이 결실을 맺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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