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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사나수

경기 시작 후 5분 관리의 중요성

2025.8.30. vs. 성남 @수원월드컵경기장

by nasanasu


김포 원정에서 패한 후 화성 원정에서도 비기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두 상대로부터는 쉽게 승점 3점을 챙길 것으로 기대했기에 실망감이 더 심하다. 홈에서 다시 승리 기운을 되살려야 할 텐데 상대팀 성남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1위 팀 인천을 이긴 후 최근 2연승 중이다. 수원이 2부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인천을 이긴 팀이라는 사실이 특히나 무겁게 압박해 들어오는 느낌이다.


지난 홈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두 경기를 쉬었던 일류첸코가 돌아왔다. 그래서 승리가 없었던 두 번의 원정 경기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워터풀 수원 행사 마지막 경기이니 그간의 아쉬움들이 물에 씻겨 내려가길 바란다. 성남팬들도 최근 두 팀의 흐름상 승리를 기대하는 마음이 클 것이다. 사연 없는 경기가 있으랴마는 이날의 경기도 각자의 사연과 절실함이 맞붙는 거대한 싸움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가자! 한 번 해보자! 다시 일어나자!


기세 좋게 시작한 경기였는데... 5분 만에 골을 먹혔다. 참 쉽게 공격으로 전환되는구나, 어어 참 쉽게 패스가 전달되는구나, 어어 저러다 골 먹을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그 흐름 그대로 실점을 했다. 그때 주최 측의 착오가 있었는지 N석에 워터가 뿜어졌다. 그 앞에서 성남 선수들은 단체 세리모니 사진을 찍었다. 뭐 이리 쉽게 골을 먹히나...


경기 시작 후 선수나 관중도 정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실점을 하게 되면 하루가 다 틀어진 기분이다. 그런데 더욱 어처구니없었던 건 후반전의 그 초기 시간이었다. 5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수비수 조윤성이 위험한 태클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다지 위험한 지역도 아니었는데, 굳이 그렇게 무리한 수비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 실수 하나의 파장이 얼마나 클 것인지 정녕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일까.


이쯤 되면 승점 3점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겠고 어떻게든 버티다가 동점이라도 만들어주길 바라야 했다. 코치, 선수들 간의 언쟁으로 경기가 잠시 멈추기도 했다. 그런 신경전과 시간 지연은 모두 성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었다. 승리를 지키기 위한 성남의 플레이도 거칠었고 경고도 많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한 골이라도 만회할 수 있을까.


후반 40분 성남 선수 한 명이 경고를 두 번 받고 퇴장당했다.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만회골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수원도 무섭게 몰아쳤다.


그런데...


후반 44분. 공격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성남이 역습을 해오자 쉽게 쫓아가질 못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치고 올라왔고 돌진하던 선수에게 정확히 패스가 들어갔다. 심지어 슈팅도 침착했다. 양형모 뒤쪽에서 골망이 흔들렸고 골망 뒤쪽에 있던 원정팬들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승부는 결정 난 것이다. 핸드폰 후레시 불빛을 흔드는 성남팬들도 보였다. 아, 이렇게 또 무너지는 건가...


후반 추가 시간은 9분. 수원은 계속 공격을 펼쳤다. 장신의 김현이 두 차례 발로 골문을 위협했지만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골이 안 들어가니 공격의 형태가 단조롭게 느껴졌다. 승점이고 뭐고 한 골이라도 넣어서 워터가 뿜어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추가 시간 5분 시점에 워터가 터졌다. 김민우의 크로스가 강성진의 수원 데뷔골로 연결됐다. 골을 넣은 강성진은 세리모니를 할 엄두도 못 내고 공을 들고 하프라인을 향해 뛰었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었다. 수원은 공격을 몰아쳤다. N석은 묘한 흥분과 긴장감으로 휩싸였다. 이건희의 쏜살같은 슈팅이 골문을 향해 직진했다. 골키퍼가 간신히 쳐냈다. 수원의 코너킥이다. 대형 깃발 때문에 누가 차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골문 앞에 다다른 공은 수비수 머리를 맞고 흘러나왔다. 다행히 수원 선수가 쫓아간다. 골문 쪽으로 공을 띄워준다. 경합 속에서 누군가의 머리를 맞은 공이 수원 선수 앞에 떨어진다. 홍원진의 슈팅. 골망을 흔든다. N석은 폭발했다. 지진이나 태풍, 번개 등의 자연재해와 맞먹는 충격의 도가니였다.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종료 직전 수원은 역전골을 넣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N석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광란의 장을 펼지기엔 아직이다. 그런 건 승격의 순간에 해야 한다. 아, 올시즌 가장 짜릿하고 흥분되는 경기였다. 반대로 성남팬들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가해야 했을 것이다.


축구가 참 묘하다. 초반 5분의 위험 관리를 전후반 모두 실패한 수원인데, 유리한 상황에서 두 골이나 뒤져있던 수원인데, 이 경기를 지지 않았다. 아. 짜릿한 경험 고맙긴 한데 마음은 찢기고 난자당한 뒤라서 우리 이제 그런 경기는 약간의 시간을 두고 보도록 하자. 더운 날씨에 땀 흘려 동점 만들어준 우리 선수들 정말 고생했다. 9월에는 좀 편하게 가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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