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4. vs. 부천 @수원월드컵경기장
많은 이들이 고대했던 장기 연휴가 왔다. 연휴 중 수원은 두 경기를 치른다. 정식 추석 연휴의 첫날은 3위 부천과 그리고 연휴의 마지막 날은 1위 인천과 맞붙는다. 어느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1위는 가능성이 낮아 2위를 지키는 쪽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만 1위와 승점 8점 차이라 포기할 정도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둘 다 이겨야 복잡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부천전의 킥오프 시간이 인천전 티켓팅 오픈 시간이었다. 수원팬들을 고려해 티켓팅 시간을 바꿔줬어도 좋았을 텐데 그런 배려는 없었다. 킥오프 이후 몇 분간 경기장의 수원팬들은 잘 터지지 않는 핸드폰을 들고 티켓팅을 하느라 바빴다. 나도 거의 십 분 동안은 경기를 지켜보지 못했다. 이게 뭐 하는 상황인지 더 분노가 치밀었다.
이제 경기에 몰입할 시간. 수원의 공격이 오래간만에 빠르고 정확해 보였는데 페널티 에어리어에 들어서기만 하면 이상한 팀 컬러를 보여주었다. 왜 저렇게 둔해지는 건지. 그러다가 결국 부천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코너킥 찬스를 낮은 패스와 논스톱 슈팅 하나로 이지하게 득점을 만들었다. 한 대 얻어맞고 시작하는 경기가 재현된다.
전반전에 다소 모험적인 선택이었던 김현, 강성진, 파울리뇨 조합은 후반전이 시작되자 일류첸코, 세라핌, 김지현 조합으로 전격 교체됐다. 이 순서가 먼저였어야 하는 거 아닌가. 불안과 의심이 아직 사라지지 않을 시점에 내 불안과 의심에 동조하듯 부천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이번에도 부천은 쉽게 골을 넣었다. 부천 공격수는 많지도 않았는데 그걸 뚫린다는 게 잘 믿기지 않았다.
후반전은 아직 시간이 많은 시점이라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 희망에 동조하듯 박지원의 시원한 추격골이 터졌다. 공중볼 경합 후 운이 좋게도 박지원 앞에 떨어졌고 여기서 박지원은 한 번 더 치고 들어가거나 하는 망설임 없이 골대 측면을 향해 걷어차듯 슈팅을 날렸다. N석이 모두 일어났고 승리의 희망이 다시 일어났다. 아직 삽 십분 넘게 시간은 남아 있었다.
후반 39분, 이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부천의 공격을 잘라 역습하던 수원은 매끄럽지 않은 패스로 다시 공을 넘겨주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타이밍이 늦은 김지현이 무리한 태클을 넣으면서 퇴장 판정을 받았다. 매끄럽지 않은 패스 플레이가 1차 원인이었지만, 그런 태클이 퇴장으로 연결되어 한 명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간과한 김지현의 판단력이 아쉬웠다. 언제부턴가 퇴장이 너무 잦은 팀이 되었다. 이제 이길 수는 없는 경기가 되었다.
부천이 한 골만 더 넣으면 완전히 무너질 경기였는데 이럴 때 또 발휘되는 수원의 정신력으로 꾸역꾸역 다 막아내더니 후반 추가 시간 기어코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세라핌이 거의 다 만들어낸 골이었고 마무리는 일류첸코였다. 세라핌의 스피드를 제압하는 수비수를 거의 못 본 거 같다. 팀이 승리하고 지지 않게 하는 기여도가 최고인 선수이다. 어쨌든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승점 1점을 챙기게 만든 귀중한 골이었다.
이날 인천이 승리하면서 수원과는 다시 10점 차로 벌어졌다. 쫓아갈 것을 기대했으나 더 멀어졌다. 경기를 되돌아보면 이길 수 있는 선택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퇴장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 같다. 감독과 코치진이 이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을 리 없을 텐데 자꾸 벌어지고 있다는 건 조직의 긴장감보다 개인의 긴장감들이 관리되고 있지 않아서다. 개인 하나하나의 집중력과 냉정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디 다음 인천전에서는 지난날의 판단미스를 털어내는 침착함을 보여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