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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사나수

멀어지는 다이렉트 승격의 희망

2025.10.8. vs. 인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by nasanasu


드디어 1위 팀 인천과의 빅매치가 있는 날이 왔다. 승점 차이가 10점이라 이 경기를 이긴다고 하더라도 승격의 보장은 없으나 그래도 추격의 에너지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더불어서 3위와의 격차를 유지하는데도 유리할 것이고.


비를 걱정했지만 오히려 햇살이 따가웠다. 축구를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다. 원정석이 일찌감치 매진이라 사람들이 몰려 있는데 화장실이 단 하나라 몹시 불편했다. 모든 구장의 원정석이 이렇게 인프라가 열악한 건가. 빅버드는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인천구장의 화장실 문제는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화장실만 빼면 축구를 보기에는 가장 적합한 구장이다. 선수들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고 응원 소리도 응집되어 현장감을 즐기기엔 최적의 공간이다. 양 팀의 함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과연 오늘은 누가 이길 것인가. 수원은 또 퇴장을 당할 것인가. 또 선제골을 먹힐 것인가.


전반전은 서로를 탐색하듯 팽팽히 맞서다가 득점 없이 끝났다. 초반에 이기제의 두 차례 슈팅 찬스가 있었는데 다소 자유로운 위치였음에도 골문을 향하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실점은 없었지만 키퍼와 수비수들 간의 패스가 불안했다. 어설프게 빌드업해서 올라가느니 롱볼로 안전지역에서 경합시키는 게 나을 뻔했다. 세라핌은 여전히 독보적인 스피드를 보여줬지만 주변 선수들이 맞춰주질 못해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무고사가 등장했다. 순하게 생겼는데 이것저것 무섭게 잘하는 선수다. 수원 골문 근처에서 위기의 순간들도 잘 벗어났는데 수비수의 어정쩡한 패스가 인천의 공격수에게 다다랐고 그 볼을 건네받은 무고사가 지체 없이 돌아서 슈팅을 날렸다. 공의 아름다운 궤적과 출렁이는 그물, 이어서 인천팬들의 집단 기립 장면은 하나의 작품이라 말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팀이지만 그 위대함을 인정해야 하는 선수, 무고사였다.


수원은 이기제와 조윤성을 빼고 김현과 이민혁을 투입했다. 공격에 과감히 무게를 실은 승부수였다. 측면에서는 박지원의 침투와 크로스로 상대를 흔들었고 김현의 중앙 장악력도 나쁘지 않았다. 이민혁의 플레이가 눈에 띄게 공격적이어서 뭔가 하나 해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후반 39분, 박지원이 올린 크로스를 일류첸코가 헤더슛을 시도했는데 인천의 수비수 머리를 맞고 흘러나왔다. 수원의 누군가가 어려운 포즈로 왼발 슈팅을 날렸고 그물이 철렁였다. 원정석이 들썩였다. 골은 넣은 선수는, 이민혁이었다.


이후에도 몇 차례 수원의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우당탕탕 끝에 수비수를 맞고 나왔다. 결국 1:1 무승부로 경기 종료. 수원은 이번 시즌 인천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1위는 이제 힘들어졌다. 오히려 3위와의 승점차가 5점으로 좁혀졌다. 이래저래 갑갑한 상황이다. 어차피 리그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승격이 목표이니 남은 경기 전략을 잘 짜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 무고사와 같은 위대한 선수를 가지지 못했다면 모든 선수가 자신들만의 위대함을 풀어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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