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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Oct 11. 2023

이런 걸 희망고문이라고 해야겠지

2023.10.8 vs. 포항 @수원월드컵경기장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 2위 팀 포항이라서가 아니라 어느 팀이든 진다는 느낌이 더 강할 수밖에 없는 추세다. 11위 강원과는 승점이 4점 차로 벌어진 상태다. 이 차이 그대로 스플릿 경기에 들어선다면 다이렉트 강등은 더 가까워지고 설사 강원이 지고 수원이 이겨서 승점차가 1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그간의 무력한 기억들 때문에 희망을 가지기도 버거운 심정이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 어쩌면 1부 리그에서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니 승리로 장식해 주길 바라기는 했다.


라인업에서 특이할만한 건 선발에도 후보에도 이기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최근에 아쉬운 플레이가 많았기도 했고 너무 많이 뛰어서 지쳐있을지도 모른다. 부디 이 기회를 재충전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뮬리치가 선발이다. 김주찬과 카즈키도 있으니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겠다. 이종성에 대해서는 좀 애매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그 말은 그에게도 분명한 장점이 있다는 의미이니 그 장점이 많이 드러나는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경기의 뚜껑이 열리자 예상보다 일찍 선제골이 터졌다. 카즈키의 전방 패스를 바사니가 토스했고 김주찬이 지체 없이 감아 차면서 골로 이어졌다. 간만에 작품 같은 골이 만들어졌다. 이날도 백패스가 없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전진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김주찬이 우물쭈물거리지 않고 터치 후 바로 슛을 날린 것이 골키퍼가 준비할 시간을 빼앗을 수 있었다.


반면에 바사니는 계속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중간 지점까지 돌파는 나쁘지 않으나 수비 앞에서 주저하다가 볼을 뺏기는 일이 많다. 바사니를 향한 팬들의 비난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갈 만하다. 수비수와의 임계 거리를 정해두고 판단을 빨리하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전반전은 그대로 끝났다.


후반전엔 고승범, 김보경, 전진우, 안병준이 가세했다. 고승범은 여전히 전사의 기질을 보였으나 나머지 셋은 기존의 문제점들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김보경은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추락한 듯하고 전진우는 때려야 할 때와 건네줘야 할 때를 아직도 제대로 구분을 못하고 있다. 안병준은 기회가 왔을 때 마무리까지 고려한 위치 선점이 아쉬웠다.


후반 막판 포항의 공세는 무서웠다. 확실히 빠른 스피드와 슈팅으로 수원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그 와중에 이종성은 연달아 경고를 먹고 퇴장까지 당했다. 이종성의 리스크가 바로 경고였는데 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사실 한두 골 먹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으나 수비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양형모의 꾸준한 선방이 결국 간만의 홈 승리를 일구어냈다.


염기훈 감독대행의 값진 1승이고 아주 중요한 시점에 쌓은 승점이다. 상복 컨셉의 팬들로 가득 찬 N석은 간만에 활기를 되찾았고 선수들을 더욱 뜨겁게 격려해 주었다. 그러나 다들 마음 한구석 침울한 심정은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더 처절한 아픔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예감 때문이다. 포기하지 못한 상태는 언제나 고통이 수반된다.


이제 강원과는 1점 차이. 운이 좋아 다이렉트 강등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오프는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다. 작년의 고통이 올해에도 고스란히 계승될 테고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그 결과마저 어두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저 한 경기 단위로 슬픔과 기쁨에 몰두하는 것만이 팬들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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