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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Jul 02. 2024

내용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

2024.6.30 vs. 안산 @수원월드컵경기장


K리그 최하위팀과 대결.


지난 홈경기 대승의 기운이 남아있는 경기장이지만 전남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이 약간의 불안함으로 전이된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이상한 예감이 하루의 전 시간을 압도하는 날이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흐림으로 귀결되면서 음산한 기운에 몸을 움츠려야 했고 안산이라는 팀의 상황이 수원보다 더 절실하다는 생각이 좋은 결과를 품에 안고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을 불러일으켰다.


날씨와 상황이 비슷한 곳을 가리키는 날의 예감은 대부분 틀리지 않는다. 뮬리치와 전진우가 가장 욕을 많이 먹는 날의 플레이가 두 선수 동시에 다발했다. 뮬리치는 반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이 장점인데 정박을 고수하다가 번번이 찬스를 놓쳤다. 전진우는 스치기만 해도 일단 넘어지고 보는 안일한 행동이 수시로 흐름을 끊어놨다.


후반전에 안산의 선제골이 터졌다. 우물쭈물하던 공격수가 공을 뺏기자 안산은 저돌적으로 치고 들어와 군더더기 없는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안산의 그런 플레이는 철저히 계획된 그림이기에 더 놀라웠다. 상대가 우리를 이기기 위해 전략을 구상할 때 우리는 그 구상을 예측하기 어려웠을까. 전반전을 치르고 난 다음에는 학습효과에 따른 전략 변경이 있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뮬리치의 박자가 조금만 빨랐다면 세 골 정도는 넣었을 텐데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 채 17세 박승수와 교체됐다. 형님들이 못한 골 결정력은 17세 소년이 채워주었다. 안산의 변칙적인 코너킥 수비의 허점을 파고들어 빛나는 헤더골을 만들어냈다.


들썩이는 빅버드는 역전승의 기운이 감돌았으나 박승수만큼의 결정력이 터지질 않아 그대로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며 인사를 하고 박승수 선수가 인터뷰를 하고 팬들에게 유니폼을 벗어던질 때까지 변성환 감독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경기장을 가장 늦게 빠져나갔다. 결과로 보여주지 못한 과정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으리라. 결과에게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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