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역은 부자지간이다.
이름을 합치면 달력이다.
달은 농부였고 역은 다림질을 관두고 목수가 되었다.
달이 밀짚모자를 썼던 기억이 있다.
역이 만들었던 묵직한 나무 밥상은 결국 버려졌다.
역이 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슬프게 울던 얼굴이 내내 기억에 남아 있다.
어릴 때 엄마가 남산 근처에 옷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오갔던 교실에 몇 번 따라갔었다.
너무 지겨웠던 버스에서도 한낮의 햇빛이.
돌계단을 하얗게 태우던 커다란 햇빛이.
내 기억을 하얗게 만든 햇빛이 무서운 선생님 얼굴처럼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비가 오면 마음이 편한 이유도 모든 사물에 닿고야 마는 해를 향한 미지의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무서운 일은 대낮에 일어났다.
역이 달처럼 대낮에 쓰러졌다.
낮인지 밤인지 구별할 수 없는 병실에 누워 해를 피해 숨었다.
내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냐고 원망했던 기억이 불쑥 정수리에 박혔다.
역도 달에게 원망했을까.
달도 같은 원망을 가졌을까.
모두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에서
빈 헛간에 들어온 해에게 절박한 소원을 맡긴 클라라처럼
치료의 광선을 달라고 해에게 말해야 한다.
내 이름 지어줘서 고맙다고 역에게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