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가라고 말해주면 안 되겠니?"
우울증이 깊은 날, 그이는 물었습니다
"안돼, 아부지. 엄마가 먼저 갔으니까
아부지가 엄마 몫까지 살아줘야 돼."
그이는 떠나는 대신 발등을 잘랐습니다
뒤늦게 받은 수술의 뒤끝이 길어졌습니다
이 바닥 최고인 놈한테 무릎 수술 받으러
폐렴부터 다스리는 중환자인 그이더러
"아부지 가시면 둘째가 정신 놔버릴 거 같애.
아부지한테는 미안하지만 더 오래 사셔야 돼."
아버지 간호에 지쳤던 둘째딸네미가
암수술을 받고 항암날짜를 받아 놨거든요.
"가면 안 되겠니", 그이는 다시 묻지 않습니다
간병인을 살리기 위해 환자가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는데, 저것들이 공연히 살려놔
이 고생을 하게 만들어, 라고 탓하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