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 인생에선 없을 줄 알았던 일을 마주하다
“미안해.. 갑자기 그렇게 됐어.”
이 한마디로 약 3년 간 몸담았던 작지만 직장에서 떠나게 됐다. 회사가 급격히 어려워져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부서들이 대거 정리된 것이다.
권고사직 명단에 우리 부서와 내 이름이 통째로 들어있는 걸 본 순간, 참 뭐랄까.. 허무하고 멍- 했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보였다.
내 나이 서른넷,
아직 젊고 회사를 옮긴 경험도 많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이른 나이에 팀장도 달고 열심히 팀을 이끌어 보겠다고 정을 많이 붙였나 보다.
마음이 꽤 먹먹하고 혼란스러웠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권고사직’은 마치...
교통사고!
그래.. ‘교통사고’ 같았다.
우연찮게 같은 네 글자에 딱딱하면서 단호한 발음도 비슷한..
아무튼 갑자기 일어난 교통사고에 정신이 한동안 멍했다.
회사는 왜 이렇게까지 어려워질 동안 직원들에게 한 마디 하지 않았는지 원망도 했다가,
이곳에 내가 너무 익숙해져 안주하고 있었나? 자책도 했다가,
아니면 그저 꽤 평탄하게 살아온 내 인생에 누군가 굴곡을 한 번 주시는구나 해탈하기도 했다.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전화로는 미련 남은 내 마음이 걸릴까 하여 괜히 회사 욕을 하는 장난스러운 톡을 보냈다.
대부분 놀라거나 어이없어하며 같이 욕해주고
“넌 또 금방 좋은 데 가겠지.” 하며 마무리했다.
물론 찐친은 이따위 밋밋한 반응이기도 하다.
이처럼 친구에게 말하는 건 별거 아닌 그저 하나의 해프닝이다.
하지만 엄마에게 이 일을 얘기할 땐 입에서 쓴맛이 났다.
부모에게 안 좋은 일을 공유한다는 건
차분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지만 또 들뜨지 않게
적당함을 지키며 전달해야 하는 새삼 어려운 작업 아닌가,
그래서 쓴맛이 났나 보다.
아무튼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업무와 마음을 정리했다.
아니, 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출발을 꿈꾸며 긍정회로를 돌리고 있다.
이 글은 권고사직이라는 딱딱한 네 글자를 마주한 지 3주 정도 지나 작성되었고, 내 마음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도 열심히 만들고 틈틈이 채용공고도 곁눈질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덧 직장생활 7년 차에 접어든 내가 갈만한 회사는 예전처럼 쉽게 보이진 않는다.
내가 준비 없이 사회 밖으로 던져지자,
지금의 세상이 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물가와 집값은 오르고,
취업문은 좁아졌으며,
심지어 자영업조차 몰락의 길을 걷고 있어
다른 대안은 생각하기도 힘든 그런 세상..
그렇다고 세상탓하며 멈춰있을 순 없다.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멈추었던 글을 지금처럼 다시 풀어보기로 했다.
솔직한 내 마음과 일상의 변화들을 하나 둘 적어가며 인생의 방향을 정해 가는 순간들을 공유할 테니, 단 한 명이라도 공감을 얻고 재밌어해 준다면 내겐 더없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한*철의 블랙박스를 같이 보듯 함께하며 주었으면 한다. 아.. 블랙박스는 보통 좋은 일은 없으니 이 비유는 잊어주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