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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곰 Jun 21. 2022

꿈의 크기가 모두 같은 건 아니야

성공하려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이 많았다. 이쯤 되면 저자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할만하니 다시 내 얘기를 해볼까 한다.


요약하자면, 대단히 이룬 건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돈을 벌고 기술이 늘어가는 내 모습에 뿌듯했다.

영상 분야에서 아직 최고라 말할 순 없지만, 이상하게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내 일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면 괜찮았다. 나의 실체를 모르는 주변에서는 성공했다며 쌍엄지를 치켜 들어주었지만, 영상에 대한 내 열정은 종착지를 잃은 새처럼 비틀거렸다. 그래도 그냥 바쁘게 살았다. 서른이 되었을 무렵부터 한 번씩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의문이 들었지만, 다 이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하며 웃어넘겼다. 그러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뭘까"라는 물음을 피할 수 없게 됐을 땐, 한참을 결론 내지 못하고 상념에 빠졌다. 형처럼 올곧고 깊게 꿈꾸지 못하는 건, 지금 하는 일이 내 진짜 꿈이 아닌 것 같아 살아온 날들이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시간은 잡을 수 없이 빠르게 흘러 어느새 서른두 살이 되었다. 그리고 난 2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이 고민의 답을 찾았다. 


"난 꿈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꿈의 크기가 달랐을 뿐이다."


이게 무슨 기가 막힌 합리화 화법인가 싶겠지만, 잘 한번 생각해보라.

이런 일 저런 일 해보고 싶은 것이 아주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이 정해져 있는 사람도 있다. 오롯이 하나에 미치지 않았다고 그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 꿈이 아닌 게 아니다. 그저 사람마다 꿈의 크기가 다른 것이다. 꿈을 이루는 과정이 길고 다이내믹할수록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진 보통의 꿈들은 하나 같이 길고 우직한 모습을 띄고 있는 것뿐이다.


10년간 무명생활을 하고, 돈이 궁해 라면만 먹으면서 지하 단칸방에 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계속된 실패에도 끝없이 도전해서 결국 성공을 이뤄내는 극적인 스토리.


이것이 당신의 머릿속에 심어져 있는 성공한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들의 극적인 이야기와 나를 늘 비교했다. 오랜 시간 마음에 품고, 눈물 나게 힘든 상황에서도 놓지 않는 게 꿈이라면, 나는 왜 그런 게 없을까? 난 꿈이 없는 걸까? 이 직장을 멋있게 때려치우고 나가면 진짜 원하는 길을 찾고 성공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자꾸 맴도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건 나처럼 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인식의 오류이다.


실제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힘든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구는 우연한 계기로 일이 잘 풀려 쉽게 성공의 길을 걷기도 하고, 누구는 어려서부터 재능이 너무 뛰어나 남들보다 수월하게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하고, 누구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 없이 높은 자리에 앉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든 환경에서 시작해 순수하게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의 자리에 앉은 사람의 이야기만 기억한다. 기본적으로 금수저로 태어나 비교적 쉽게 성공한 사람의 얘기는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믿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반면 흙수저로 태어났어도 노력으로 성공을 이뤄낸 사람의 이야기는 본인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 이야기 속에서 공감과 대리만족을 느끼고 희망의 빛을 보기에 더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머리에는 성공한 사람과 꿈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단적으로 심어지게 된다. 하지만 꿈이라는 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꿈을 설명하기 위해서 비슷한 요소를 꺼내어 보겠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 꿈과 가장 닮은 건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랑이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자꾸 생각나고, 노력하게 되고, 이뤄지면 믿을 수 없이 행복하다.

잃게 되면 세상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우울해지고, 그리워하고, 평생 후회로 남는다.

사랑 대신 꿈을 넣어 다시 읽어 보아라. 놀랍지 않은가. 이토록 둘은 매우 닮아 있다.


그렇다면 사람마다 사랑의 크기가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우리는 알고 있다. 환경에 따라, 대상에 따라 사랑의 크기는 전부 다르다는 것을. 그렇듯 꿈의 크기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꿈의 크기가 다 같다고 생각하는 건, 연인들 간의 사랑의 크기가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만약 그랬다면 이 세상에는 이별과 이혼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꿈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해보고 싶은 일'과 '꿈'을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차이를 알지 못하면 살아가는 내내 큰 꿈 대신 작은 꿈들을 이루며 살았다고 합리화하는 인간이 될 수도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 세상에 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돈이 없는 세상에서 당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서두에 내가 언급했던 '해보고 싶은 일'들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있다. 유튜브를 하는 것, 카페를 운영하는 것, 작사가로 이름을 알리는 것 모두 돈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는 바라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것들은 꿈이 아니라 해보고 싶은 일에 속한다. 반면 나의 진짜 꿈을 묻는다면, "고기가 아주 많은 바닷가 앞 5분 거리에 있는 넓고 쾌적한 집에 살면서 원할 때마다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제 이해가 좀 되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돈을 벌거나 내 최종 꿈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만, 진짜 꿈은 돈을 배제하고도 그것을 이루며 살아가고 싶은 행위에 속하는 즐거움의 영역이다. 


당신은 돈이 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걸 이루고 싶은가?

아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이 질문이 당신의 삶을 돌아보게 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매일이 아니라도 좋다.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눈을 감고 잠시 시간을 내어도 좋고, 아직 잠에서 덜 깨 몽롱한 채 변기에 앉아있는 아침 시간에라도 좋다. 대가 없이도 즐거운 일을 찾아내라. 

물론 독자 중 몇몇은 저자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릴 하고 있다며 혀를 찰 수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에 순응하는 게 인간이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지금의 일을 때려치우고 당장 좋아하는 일을 해라."라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진짜 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쌓이면 당신의 현실에 그것들이 '반영'되기 시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당신은 살면서 진정으로 바라던 이성과 운명처럼 말할 기회가 생긴 적이 있는가? '그것만 아니면 된다'할 정도로 피하고 싶었던 일을 마주한 적이 있는가? 꿈에서 일어난 일이 현실에서 비슷하게 벌어진 적이 있는가? 그것이 우연이든 끌어당김의 법칙이든 중요하지 않다. 신기하게도 당신이 머릿속에 그린 것들은 현실에서 벌어질 때가 많다. 당신이 꿈에 대해 고민하고 반복적으로 생각할 때마다 그 일은 현실 속에 하나씩 반영되어 나타난다. 전혀 다른 업무로 생계를 유지하던 중에 우연히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귀인을 만나기도 하고, 답이 나오지 않던 현실 속에서도 내 꿈을 실현해볼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당신이 진짜 꿈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볼 때마다 당신의 주변 어디에서든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의 응답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하든 상관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당신의 꿈을 마음 한 구석에 던져 놓는 것보다는, 자주 고민하고 원하다 보면 방안이 생길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신이 학창 시절에 진심으로 짝사랑하던 그녀. 그녀와 이루어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떠올려보라. 

우연히 버스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녀의 옆자리에 앉기 위해 사람들을 비집고 헤쳐나가 위치를 잡고 자리가 나길 바라지 않았는가? 그녀의 곁에서 얼쩡거린 시간과 고민만큼 당신이 기회를 잡을 확률은 높아진다. 

 

일단 지금의 삶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반신반의하더라도 매일 실천해보라. 먼저 당신의 진짜 꿈이 무엇인지 찾고, 그다음 당신의 삶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민하라. 그 정도의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삶은 절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진지하게 돌아보고 상상하라. 그것이 분명 당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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