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떤 글을 읽고 머리를 띵-하게 맞은 듯하여 모든 걸 내려놓고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마음이 설레고 두근댄다. 모두는 아니지만 나의 이런 도전을 멋있다며 응원해주는 지인도 몇몇 있다.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한적한 카페에 나와 차근차근 계획을 세운다. 모처럼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노트에 최종 목표를 적는다. "나는 10년 뒤 유명한 작사가가 된다." 적은 것만으로 반은 이룬 듯한 기분이다. 그다음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 계획을 적는다. "실제 가수들에게 곡이 전달될 수 있도록 엔터 쪽과 연계되어있는 큰 작사 학원에 등록한다.",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주 3회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자기 계발을 위해 주 1회 이상 책을 읽는다."
하지만 그렇게 신나게 적다 보면 어느새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학원과 헬스장을 다니기 위해 주에 몇 번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이고, 부모님 집에서는 집중이 안될 것 같아 학원과 아르바이트 중간 지점을 찾아 월세방을 구하고 나면, 주에 몇 번만 하려던 아르바이트를 평일 내내 하게 되고, 주말에는 이사를 하면서 더 멀어진 여자 친구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만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치솟은 기름값과 시간을∙∙∙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로 시작해, 나중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본질적인 걱정, 그리고 "성공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와 같은 조바심까지 생겨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눈에 보이는 사실이라면 꿋꿋이 이겨낼 수 있겠지만, 이는 책에서만 전해지는 공식이지 현실에는 다양한 결론이 존재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라는 게 문제이다.
실제로 꿈을 이룬 사람들은 대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내 친형은 10년째 처음으로 상업 가수와 작업하는 기회가 생겼지만, 배우를 꿈꾼 내 친구는 무명 10년째에도 큰 배역을 맡지 못했다. 둘의 노력의 대한 크기는 내가 감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명확한 꿈을 꾸었다는 것과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건 동일하기에 의아했다. 심지어 둘은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쏟는 시간, 수면 시간, 각자의 꿈을 위해 쏟는 시간도 거의 비슷했다. 물론 제3자가 지켜보는 시선이니 그게 어떻게 정확할 수 있냐고 따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잠깐 더 쉬운 예를 들어보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 새벽에 일어나 노량진 학원가로 몰려든다. 수업이 끝나면 대충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다시 공부하다가 잠을 청한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3-4시만 되면 다시 눈을 뜬다. 물론 학원이 끝나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3-4시가 아닌 6시에 느지막이 학원에 가 남는 자리에 앉는 사람도 있다. 중간중간 졸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 등도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어떤가? 그런 부류의 고시생들의 패턴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주어진 시간에서 최대로 쥐어짜며 공부에 시간을 쏟고 있을 테니 일상이 크게 다를 수 없다. 꿈을 꾸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쏟은 시간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많이 공부한 사람이 무조건 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학원 맨 첫 번째 줄을 차지하는 패턴의 사람들이 모두 합격했어야 한다. 그들은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노력에 더 많은 시간을 썼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태초에 공부머리가 다를 수도 있고, 효율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은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일 수도 있다. 집중력도 사람마다 다르고 흡수하는 능력 또한 다르다. 이런 여러 요인이 노력의 시간과 합쳐져 결과를 좌지우지한다. 당신이 잊고 있었을 뿐, 똑같은 시간을 쓰고 똑같이 노력했어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건 이토록 우리 삶에도 익숙한 순리이다.
이것을 이해했다면 앞서 소개한 형과 친구의 케이스를 이 관점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나는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10년간 비슷한 패턴으로 노력하는 두 사람을 놓치지 않고 지켜봐 왔다. 그들은 하루를 비슷하게 쪼개어 썼고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노력했다. 근데 같은 시간을 쓰고도 왜 다른 결과가 나타난 걸까? 순전히 운이 따르고 안 따르고의 차이일까? 아니면 집중력의 차이일까? 이 고민은 꽤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을 발견했다.
생각해보면 형은 나에게 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곡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시각화와 목표 적기, 명상 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친구는 연기 연습은 밤새워했지만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엄청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돼"라는 말을 주로 했다.
시각화와 성공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입 아프게 설명하지 않겠다. 시각화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이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생생하게'라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생생하게 상상하면 우리 몸은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처럼 느끼고 반응한다. (운동을 한다고 상상하면 우리의 뇌는 실제로 우리가 운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우리의 몸을 실제 운동하고 있는 사람의 몸처럼 활성화시킨다!) 이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믿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믿고 싶지 않은 쪽에 가까울 것이다. 나는 한 달에 2~3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주로 자기 계발서나 성공 서적들이다. 그 많은 성공의 비법 중에서 시각화는 그 모습만 조금씩 다를 뿐, 무조건 등장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이다. 시각화와 명상을 한다고 다 성공하지는 않지만, 성공한 사람들 중에 이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꽂혀있는 자기 계발서 10권을 손에 잡히는 대로 구입하여 읽어보라. 성공을 이룬 저자들이 하나같이 "성공하려면 시각화를 하세요." 하며 울부짖는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공식을 "성공했으니까 저런 말 하는 거야."로 치부했다면 당신은 그저 핑계 대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의 공식이 뻔하게 세상에 나와 있는 게 사실이라면, 실행에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당신에게 의무로 주어지니까. 그 귀찮음 때문에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정당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시각화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공부도 공부머리가 있듯이 사람마다 재능의 크기 또한 다를 수 있다. 재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말해 뭐하겠는가. 특히 음악과 연기 쪽은 노력만으로는 정말 성공하기 힘든 분야에 속해있기 때문에 타고난 재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노력하면 모두가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이 대충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내 대답은 당연히 NO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당신의 진짜 모습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재능이 있다고 판단이 서면 겁먹지 말고 시작하라. 매일 꿈을 꾸면서 노력하라. 긍정적인 마인드셋과 시각화는 당신을 그 어두운 길 속에서 빛을 비추어 성공으로 인도해줄 것이다. 절대 의심하지 마라. 이미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책, 유튜브, 뉴스, 강연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비법을 다 풀어놓았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다 비슷비슷하게 들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기꾼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사탕발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틀렸다. 그들이 하는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말해도 대다수는 믿지 않고 행동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 그들의 외침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제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새기고 똑같이 행동하고 상상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그릇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어느새 그들과 닮아 있을 것이다.
다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겠다.
당신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는 노력의 크기가 부족했거나, 제대로 꿈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생하게 꿈꾸면서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