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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seniya Sep 19. 2020

어차피 가는 길 고행처럼 가지 말고 여행처럼 가보자

7. 플로리다에서 마지막 마침표를 찍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우 속에 흠뻑 젖은 우리의 짐과 우리 식구의 모습은 앞으로 여기서 겪게 될 상황을 예견하듯 그칠 줄 모르고 무섭게 내리고 있었다.

짐을 안전한 곳에 묶어놓고 아무래도 오늘 밤은 모텔을 찾아 들어가 하루를 묵고, 다음날 아참에 떠나는 게 나을 정도로 비가 퍼붓고 있었다.

집 주변 가까운 곳의 모텔로 들어가 일단 이제까지의 여행의 여독도 풀 겸 해서 말이다.


다음 날거짓말처럼 날씨가 개어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마음은 플로라다로 가 있는 것 같았다.

올란도!! 아이들의 천국 , 모든 놀이동산의 집합체..

엘에이 살 때  애들 구들이 해마다 명절 때 간다는 바로 그곳으로 우리 오늘 간다. 그러나 돈의 부족함은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 중에 원하는 최상의 것 보다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 더 티 나게 드러난다.

일단 떠나보자!!!


앨라배마에서 7시간 정도 걸려서 밤늦게 도착한 올란도는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아 도시의 화려함은 아직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호텔 제휴사의 프로모션으로 싼 값에 구한 호텔은 그럭저럭 만족할 수준이었다.


어제부터 내는 열대의 푹푹 찌는 날씨에 습기를 더해 사람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였다. 캘리포니아의 습기 없는 짱짱한 바닷가의 시원한 날씨가 떠나오고 나서 처음으로 생각나던 날이었다.


오늘은 아이들의 세상이 될 텐데, 이렇게 비가 내리면 어쩌나 싶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기 싫어 일단 밖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엘에이부터 약속했던 막내아들의 생일에 데려가겠단 레고랜드를 이 곳에서 데려가게 생겼다.

일단 나가 보니 과연 테마파크의 천국이었다. 각기 다른 테마파크가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디즈니 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곳을 가고 싶었지만 우리 예산하고는 맞지가 않았다. 이 곳 저곳 다니다 니 잠깐 비가 멎고 해가 나기 시작했다. 이중 한 군데를 골라 종일 표가 아닌 반나절 티켓을 끊고 들어갔다.


아이들은 신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다른 겁은 많아도 놀이기구에 한 담력은 대단해서,  그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얼굴에 동요 하나 없다.

끝이 안 보이는 미끄럼틀이 보이자 아들은 신이 나서 벌써부터 줄을 기 위해  사라졌다. 그제야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삶은 참 단순하다. 어른들의 으로 볼 때는 말이다.

나는 아들과는 달리 강심장임에도 불구하고 놀이기구 타는 건 세상 관심도 없고,  그 울렁거림이 너무도 싫어서 내 인생에 그 재미있는 놀이기구 타는 건 포기하고 산 지 오래다.

항상 애들이 타는 걸 지켜보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하곤 했다.

이 곳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물놀이 공원이란다.

주변에 있는 디니즈 월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운행 중인 화려하고 멋진 에 밀려서 그런 결정을 한 거 같았다.

 내가 보기엔 지금 시설도 나쁘지 않았는데 아쉽긴 했다. 그나마 다행이기도 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경험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물은 아이들에게 주는 최고의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깊은 물에 빠지는 물놀이는 수영 여부와 키를 쟀는데,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다들 수영을 배우고 있는 중이고 , 아들은 그중에서도 수영은 가장 잘하는 운동 중에 하나라 완전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잘도 돌아다닌다.

신난 아이들의 모습에서 기나긴 여정의 긴장을 나도 함께 풀어냈다.

밤이 어둑해지자 물놀이 공원은 문 닫는 시간이라는 소리를 알려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래도 비로 인해  반나절을 깎였지만, 원 없이 놀던 아이들도 순수하게 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호텔로 돌아와 물놀이로 피곤했는지 아이들은 곧바로 잠에 져 들었다.


이튿날 엘에이서부터 약속한 아들의 생일 공략을 지키기 위해 레고랜드로 행했다.

다행히도 공원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에는 비가 오질 않아 레고랜드는 입장을 할 수가 있었다.

아이들의 세상인 레고랜드.. 그런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심드렁하다.

시시하단다. ㅎㅎㅎ

어린아이들에게 눈높이가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아들은 더욱 심했다.

어쨌든 들어왔으니 한 바퀴는 돌아보고 탈 것들은 타야 하지 않겠냐 하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놀이 기구를 탈 시간에는 가랑비가 내려 또 모든 운행장치가 스탑 됐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에서 다시 개장됐다는 리와 함께 줄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공원 안의 모든 것을 다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들고 우린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자 미국의 대 부호들이 개인 별장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는 플로리다.  꿈의 리조트 도시인  이 곳은 나에게는 그다지 좋은 곳이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와 함께 후덥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날씨는 기분마저 구리게 했다.

플로리다도 아주 큰 주라서 바다를 둘러싼 다른 곳들은 또 다른 환상적인 곳이겠지만, 올란도는 도시 자체가 오락거리가 많은 휴양도시였다.


어쨌든 아이들을 위해 온 것이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즐거운 시간이었다면 그걸로 이번 여행은 만족스럽다.

 엘에이서의 출발을 시작으로 동부의 끝인 플로리다의 올란도에 마침표를 찍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서부의 끝에서 동부의 끝을 달리면서 어마어마한 국의 자연에 놀라고 , 한 주가 바뀌면서  분위기도 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내고 이번 여행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차는 자신의 임무를 마치기 위해 초록의  가로수가 끝없이 펼쳐진 프리웨이를 가르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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