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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seniya Sep 21. 2020

 친구의 기막힌 이혼이야기

 나쁜 것은 100프로 적중률이다.

하루하루가 참 단조로웠다. 무료하기 짝이 없는 날들이 하루를 채우면 또 달라질 것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청춘이라서 아픈 게 아니라 참 별 볼일 없는 청춘이었다. 

나는 남자 친구라도 있었지만, 친구는 그야말로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밥순이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그야말로 자신의 삶이 없었던 것이다.


안동  집안의 딸로 태어나  남동생과의 차별로 제대로 된 자아가 형성되기도 전에 남녀 차별의 희생양이 된 아이였다.

친구의 가장 큰 업무 중의 하나는 남동생을 돌보는 일이었다. 우리랑 놀다가도 저녁 무렵이 되면 남동생의 끼니 걱정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가던 친구였다.

유독 에게만 모질다 못해 표독했던  아버지보다 훨씬 젊은 엄마는, 그와는 하늘과 땅 차이로 아들에 대한 집착이 유별스러웠다.

식당을 했던 그녀 대신에 딸에게 아들의 뒤치닥 거리를 넘기고 딸의 청춘의 자유를 뺏어 버린 그녀.

우린 솔직히 새엄마인 줄 알았다. 자신의 딸인 친구도 그렇게 믿고 있는 눈치다.


친구는 집안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남자 친구를 사귈 시간적 여유도 없었지만, 유독 우리 무리 중 남자복도 없었다. 어찌어찌 연결해 줘도 성사되는 일이 없었다.

우리가 보는  친구와 남자들이 보는 눈은 달랐나 보다.

우리 중 가장 여성스럽고 수년간 다져진 집안 살림의 고수로 그 나이 또래의 우리와 다른 수준 높은 요리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착하기까지 한데...

의기소침 해진 그녀의 청춘은 같은 할 일 없는 청춘이었지만, 우리와는 또 다른 차원의  암울한  청춘이었다.



이 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었다.

자기가 밥을 사 줄 테니  점을 보러 가자고, 경희대 주변에 잘 맞추는 곳이 있다고 나랑 같이 가 달라했다.

할 일 없는 내가 마다 할 일이 뭐 있을까 싶었다.

친구의 얼굴은 그 날 따라 왜 이리 울적하고 암울해 보였을까?

온통 주변이 사주 카페다. 우린 어디로 들어갈지 몰라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다 한 군데를 정해 들어갔다.

카페 안은 어느 카페와 별반 다를 것 없었지만 조금 어두운 분위기였다.

음료를 시키니 어느 여자가 다가와 앉았다.

사주를 보러 온 사람은 친군데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내 얼굴에 뭐라도 었나?

어서 친구를 쳐다보더니 딱 한마디 한다.

"왜 이렇게 길어?"

친구는 키도 컸지만 얼굴도 길었다.

소위 말하는 팔자 세다는 말상이었다.

첫마디가 남자복이 없단다.  에고!!!

남자들이 친구 곁에 머물지를 못하고 떠난단다. 또 다른 남자를 만나도 그런 남자만 걸리는 팔자라는 거다.

그런데 친구의 반응은 더 웃기다. 자기도 그럴 줄 알았단다.

좋은 소리 하나 못 듣고 밥 값만 날리게 되었다.

같이 간 나마저도 뻘쭘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 여자 를 보더니 오렌지 주스 한 잔만 사 달란다. 내 점을 봐주겠다는 거였다.

뭐 주스값 정도야.. 그러라고 했다.

지금까지 그 날의 일들을 기억하는 건 , 그 여자가 한 말들이 소름 끼치도록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근데 그 이후의 삶을 얘기 해 주지 않아 지금의 상황까지는

몰랐다는 게..... 씁쓸하다.

친구와는 정반대로 오는 점괘들은 친구 눈치가 보일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이 보이지 않긴 나도 마찬가지인 들이였는데, 이 여자 하는 말이 비행기를 제 집 드나들듯이 타고 다닐 팔자란다.

오호!!!

이상하다 그 당시만 해도 비행기 타는 거는 부의 상징인데, 우리 집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데 그 점괘가 이상하다고 하니, 이 여자 갈수록 가관이다.

30살 전후로 원하는 걸 다 얻는단다. 몇 안 남았는데 어느 세월에 정말 뜬 구름 잡는 점괘다.

그런데, 살아보니 여기까진 진짜 다 맞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마지막 한마디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나를 엄청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한다고..... 갑자기 천둥이 친다!!!!

친구는 의기소침해졌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고 불안한 상태에 미래의 희망까지 뺏겨버린 거 같은 체념의 상태가 되어 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친구가 남자를 사귄다는 것까지만 알고 , 그 이후 나는 그 여자 말대로 비행기를 제 집 드나들듯이 하느라 친구의 연애 과정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

 다만 친구가 결혼을 할 때 마침 내가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여서,  그 결혼식 과정에 대해서도 다른 친구가 알려주는 바람에 알았다. 결혼식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다른 친구탄식으로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되었다.


너무 차이나는 결혼식이었다. 그녀의 엄마가 친모라는 사실을 우린 그때 알았다. 친구의 엄마가 결사적으로 반대했단다. 남의 이목인지 딸을 진심으로 생각해서인지 모르겠으나 후자이길 바랬다. 그런데 자신을 반대하는 엄마를 향해  이 말 한마디만 하더란다.

이 남자 아니면 누가 자길 좋아해 주겠냐고....

일생에 가장 좋아야 할 결혼식에 친구 둘은  좋아할 수가 없었다. 이 결혼을 결사반대한 친구도 기가 찬 지  미래가 뻔히 보이는 이 결혼식이 달갑지가 않았나 보다.


틈틈이 친구의 결혼생활을 들여다보니 소박하게 자신의 상황에 맞춰 지혜롭게 잘 사는 듯 보였다. 그 당시 난 정말 그 점쟁이 여자 말처럼 30대에 든 걸 이루기 위해 엄청 동분서주했다.  비행기를 뻔질나게 타고 다니면서....


삶은 그녀의 말대로 정해져 있는 것일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그녀! 그러나 삶은 친구의 편이 아니었다.

부산에서 한 의 결혼식에 두 아이를 데리고 왔던 그녀의 얼굴은 편안하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의 결혼식에서 자신의 이혼 소식을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감쪽같이 몰랐던 친구의 지옥 같은 결혼생활은 결국 경찰의 개입으로 종지부를 찍게 되었단다.

가정폭력의 희생양. 그 순한 아이가 이혼을 결심한 데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데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착하고 순하던 내 친구의 일생을 짓밟아 놓은 그 사람 같지도 않았던... 욕 나온다.


이혼을 하고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을 때,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은신아!!! 참 사람 안 변하나 봐"

"왜?"

"나는 그래도 혹시 애 아빠라서 그래도 애들은 보고 싶겠지  해서 내심 기다렸거든, 크리스마스이브 때 전화가 오더라

! 이 남자도 애는 보고 싶은 거 보니 애아빠는 맞나 보구나 내심 기대를 하고 문자를 읽었더니, 돈이 없다고 미안한데 돈 좀 부쳐 달라고 계좌번호 적어 보냈더라"


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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