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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seniya Sep 28. 2020

동그라미 위로법

역시 천재는 위로도 다르게 하는구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평소  잘 가는 사이트를 열어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인상적인 글이 하나 올라와 있다. 힘들고 지친 일상에 대한 신선한 위로법에 대한 글이었다.

2014년,  여성시대 청취자에게 그 당시 진행자였던 김창완 씨가 직접 독자에게 위로의 글을 편지로 보낸 글이다.


 힘든 직장생활로 인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이 빠진 예민하고  완벽주의자인 청취자의 사연을 듣고 그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이야기다.


동그라미에 비유한 위로 방법이었다.

그는 마흔일곱 개의 각기 다른 동그라미를 그려 낸다. 그중 가장  동그라미답게 이쁘고 완벽하게 그려진 동그라미는 표시가 되어 있는  두 개뿐이다, 나머지는 다들 제각각이다.

김창환 씨의 말은  마흔일곱 개의  동그라미와 같은 일상 중 제대로  된 동그라미 두 개 정도만이라도  제대로 된 일상을 살고 있다면 인생은 그래도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머지 찌그러지거나 동그라미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제각각의  동그라미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중에 하나인 동그라미라는 것이다.


찌그러졌다고 해도, 못생겼다고 해도,  네모라고도 세모라고도 말할 수 없는 같은  동그라미라고 말하는 그는,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말라고 그에게 위로의 말을 끝마쳤다.


이 동그라미 위로법을 나의 일상에도 적용해 보았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살아온 인생이 남과 다르다고 느끼며 ,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괴리감에서 오는 고민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찌그러진 동그라미의 일상의 삶을 위로받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나보다 더 고통스러운 이웃들의 일상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남편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남편의 장점들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자식 때문에  남의 자식과의 비교에서 속이 상했는데, 누구보다도 이쁘고 착한 자식들이 내 눈앞에 랑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모습 같은  사람이었다.


나는 박복해!

나는 인복이 없어!

내 남편은 너무 무능력해!

나는 너무 가진 게 없어!

불만투성이뿐인 나의 찌그러진 일상이,


아이러니하게도 글 속의 나는

복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고, 인복은 넘치다 못해 차고 넘칠 정도로 주변이 모두 나의 사람들이었고, 나의 남편은 무심하긴 하지만 아내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마음에 집을 고쳐주는  사람이었고, 누군가는 한 때의  나를 부러워할  정도로 너무나 가진 게 많은 사람이었다.


 오십여 년을 살면서 그 수많은  동그라미의  일상을 살면서 그 속의 제대로 된 동그라미의 일상은 외면한 채 , 찌그러진 일상만이 존재하듯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제대로 만들어질 수도 있는 일상도 찌그러진 일상으로  채우며 살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삶에 대해 위로받을 생각만 했지 나보다 더 힘든 사람에게 위로의 손을 내밀지 못했다.

남의 고단하고 지친  삶보다 불만 투성이인 내 삶을  더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펼쳐질 일상도 여러 동그라미가 존재할 것이다. 아마도 지나온 날들보다 더한 찌그러진 일상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젠 그 찌그러짐마저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 정신을 단단히 단속을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자로 잰 듯이 떨어지지 않기에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라던 김창완 씨의 말처럼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말고 여유롭게 일상을 살아가라는 위로는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위로가 아닌가 싶다.

모나고 뾰족한 내 일상에 들어온  동그라미의  위로법이 주는 신선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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