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노총각의 사랑법

나이 든 이들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by kseniya

추석이 지나고 나서 우리들의 일은 번갯불에 콩 볶듯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이보다 더 들은 노안의 노총각과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동안의 노처녀의 결혼 과정은 장애물이라고는 다들 어디로 치워졌는지 막힘 없이 쭉쭉 뻗어나갔다.

서로의 집을 방문한 날!!!

앞으로 사돈지간이 될 노인들의 입은 벌어져서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공항에서 돌아온 나를 우리 식구들은 엄청나게 기다렸다는 듯이 신발을 벗기도 전에 궁금한 눈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있었다.

엄마가 어땠냐고 물어보길래

"엄마 코가 유자 코던데...."

유자코가 옛날 사람들이 말하기를 엄청나게 복코라는 거를 어디서 들은 기억은 있어서 코가 높으면 다 유자코인 줄 알았다.

"인상도 나쁘지 않고 , 근데 너무 늙어 보여..."

"누가 보면 삼촌인 줄 알겠어 ㅎㅎㅎㅎ"

어쨌든 늙은 남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의 가족들은 앞으로의 행보가 몹시도 궁금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수밖에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서울과 진주로 오가는 우리들의 연애는 힘이 들었다.

먼저 그가 우리 부모님을 만나러 오기로 했다.

웃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젊은이들이 만나다가 시간이 흘러 부모님과 만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는 부모님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사이버에서 만나 그 시간들이 연애의 연장선상인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부모님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는 공항에서 보던 그 모습과는 다르게 핸썸했다.

나의 부모님을 만나다는 거에 조금은 긴장한 것 같기도 했고, 술이나 하나 사 가지고 오라는 내 말을 기억하고 밸런타인 30년짜리를 가슴에 꼭 안고 나의 부모님을 만나러 왔다.

나의 집은 이미 이 신기한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나의 가족들이 다 모인 상태였다.

자기의 모습이 괜챦냐고 긴장하는 나이만 먹은 이 남자에게서 수줍은 소년미가 느껴졌다.

"뭐 살짝 촌스럽지만 나쁘지는 않네"

나에게 그는 살짝 촌스러웠다. 나는 세련된 남자 좋아하는데..... 이거 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 말에 예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대답하는 이 사람!!

사람이 좋은 것만은 확실했다.


이미 나의 부모님들은 입이 벌어져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 엄마는 "저 코가 어디가 유자 코냐. 잘만 생겼구먼, " 나를 면박하면서도 기분은 좋아 보였다. 엄마는 촉이 엄청 좋아서 사람 관상이나 꿈같은 게 잘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엄마의 말에 나도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적어도 나의 대담함이 비참함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이 든 부모들에게 이 남자는 진정 멋진 남자였다. 남자답고 풍채 좋고 잘 생기고....

특히 울 아버지 얼굴에 좋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인사가 끝나고 이번엔 내가 그를 따라 진주로 내려갔다.


나의 아버님은 미국에 있는 동생을 따라 전 가족이 이민을 갔다가 아버님 혼자서 도저히 적응하기가 힘들어 시민권을 반납하고 아내와 자식들은 남겨두고 혼자서 진주에 내려와 고향을 지키고 계셨다.

아들 넷 중에 막내인 아들이 늦은 나이에 여자를 데리고 온 다 하니 적잖이 놀라고 궁금했을 터이다.

도대체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있다가 결혼이라는 것을 하겠다고 데리고 온 여자가 누군지...

진주에 도착하자마자 집안에서 나오는 아버님은 아들보다 더 미남이었다. 오히려 나이 든 아버님이 더 세련되어 보였다. 아주 멋쟁이셨다. 이 집은 산소를 잘 썼나?

아버지와 아들이 별 차이가 나 보질 않을 정도로, 아버님은 젊어 보였고 아들은 늙어 보였다.

아버님 역시 나를 보자마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셨다.

내가 앉자마자 첫마디가

너 같은 여자가 왜 우리 아들한테.....

신기한 듯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미친 듯이 웃어대신다.

(사실 지금까지도 며느리 넷 중에 나를 제일 이뻐하시고 편해하셨다.)

혼수도 다 필요 없다고 미국 가서 살을 거니깐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하신다. 전 혼수 다 해갈 수 있어요.

필요 없다신다. 내 돈만 굳었다.


미국에 사는 우리 형님네들에게는 자신의 체통과 체면으로 인해서 근엄한 모습만 보이다가 나에게는 무장해제되어서 내 앞에서 춤도 추시고 노래방도 가자고 하셨다.

나는 참 신기하게도 두 가지면을 다 가지고 있었다.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점과 편하게 하는 점인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차가울 때의 나의 모습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고, 내가 웃을 때는 사람들은 나를 무척이나 편하게 생각했다. 자신들의 약점인 속에 있는 감정들까지도 다 끌어낼 정도로... 실제로 모스크바에 가서까지 그 친구의 연애상담을 들어줄 정도였다. 내 말도 많이 하지만 남의 말도 나는 참 잘 들어준다.

아무튼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신다. 미래의 나의 시아버지가....


드디어 양쪽 부모님 상견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아버님이 우리 집으로 올라오셨다.

미국에 계신 어머니만 빼놓고 상견례가 이루어졌는데 이 말 저말 필요 없었다.

우리 쪽에서 날을 잡으면 미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연락을 하여서 그쪽 집안에서 사람들이 나올 거라고 하셨다.

울 아버님이 나에게 속으신 거였다.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노인들에게 엄청 애교가 많았는데 그 속에 가려진 차가움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마냥 애교만 떨 줄 알았던 막내며느리에게 울 시아버님 후에 나에게 많이 당하신다. 이렇게 우리들의 연애사는 나이 든 노인들에 의해 가속도를 내며 지나가고 있었다.

날이 정해지고 난 후, 결혼식이 한 달이 넘게 남아있기에 우리는 신혼여행을 먼저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