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를 대하는 법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by kseniya

그날도 나는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내 옆에 바로 있던 전화에서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사장님 바꿔주세요"

"제가 사장인데요 무슨 일이세요?"

"장난하지 말고 사장 바꾸라니까?"

내가 사장이라니까요? 무슨 일이세요?

"아이 ××× 아 장난하지 말고 사장 바꾸라니까?"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

태어나서 들어도 보도 못한 소리를 내가 지금 수화기 너머의 알지도 못하는 인간에게 듣고 있는 것이다.

"이 ××××야! 내가 사장이라니까 "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와서 확인하면 될 거 아니야?"

이번엔 그쪽에서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러고 나서 개싸움이 시작된다.

나는 하나도 지지 않고 그대로 그가 한 소리를 반복해서 그대로 들려주었다.

드디어 미친개가 날뛰기 시작했다.

옆에서 다 듣고 있던 나의 기센 오빠

내가 쥐고 있던 수화기를 뺏어 든다.

내 동생이 사장 맞는데 뭣 때문에 그러느냐고

이미 오빠도 상황판단을 하고 열이 받아 있는 상태였다.

그쪽에서 내가 욕을 했다고 난리를 쳤다.

누가 먼저 욕을 시작했냐고 물어보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여자가 그렇게 욕을 할 수 있냐고 적반하장이다.


분명 그는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일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자식이다.

서로가 함부로 대해야 할 아무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 남자 자기가 시작해 놓고 자기가 여자에게 욕을 들었다는데 흥분을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드디어 울 오 빠 성격이 나오기 시작했다.

야 이 ××××야 내 동생이 먼저 너한테 욕했으면 지금 당장 사무실로 오라고 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깐 자신 있으면 오라고...

이내 그 남자 기가 죽는다.

전화를 끊고 난 후 , 울 오빠

너도 대단하다 내 동생이지만...

"그럼 욕하는데 가만히 있냐?"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그 남자는 기다리지도 않았지만 오지도 않았다.

그 날 오후, 그 인간 대신에 그 남자를 나에게 소개해준 이태원 지점의 김 과장 동료인 현대 자동차 직원이 급하게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재수 시절에 내 친구 미자가 미팅을 주선한 적이 있었다.

남녀 3명이 쪼르륵 앉아 굴레방다리 아현역에 위치하고 있었던 우리 동네 롯데리아에서 미팅이 시작되었다.

세 명의 남자 중에 유독 껄렁껄렁하게 생긴 남자애가 내 파트너가 되었다.

운동부 출신인 거 같았는데 아무튼 내 맘에는 껄렁스러워 보이는 게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 남자의 첫마디가..

"뭐 먹을래?"

그 당시는 미팅이 주선되면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먹을 거를 주로 사 주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내 그 남자의 말투가 거슬렸다.

"난 안 먹을래. 너나 먹어""

그가 갑자기 멍하더니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근데 왜 반말을 하냐고 물어본다

"네가 먼저 했쟎어"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냐?"

기가 찬 지 웃으면서 다시 말을 한다.

"뭐 먹을래요?"

"안 먹어요"

"왜요?"

"밥맛이 똑 떨어졌어요"

그렇게 그날의 미팅은 빗속에 미끄러지듯 파투가 났다.

다른 커플들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

주선자였던 미자의 난감한 얼굴만 떠 올랐다.

그 후에 미자에게서 뜻밖의 연락이 왔다.

그 친구가 너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그날은 자기가 합기도 시합을 하고 온 후라 머리가 어떻게 된 거 같다고...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애프터 신청을 받은 것이다.

됐다고 그래라 기차는 이미 떠났다고....


서류를 보고 있던 나는 그가 왔지만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

"무슨 일인데요? "

자신에게 서류를 부탁한 사장님을 나에게 소개해준 건데 욕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 사람이 그래요? 내가 욕했다고?"

그리고 난 런 인간 없어도 잘 사니까 그런 인간 소개 안 시켜줘도 된다고..

그 당시 나는 차를 팔았지만 다른 회사의 서류 작성도 도와주고 있었다.

다른 사무실에서 잘못된 서류를 들고 오는 러시아 상인들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았다.

그 이후에 그들은 차를 사가는 더 큰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누가 먼저 했다는 이야기는 안 하고요? 욕 들은 거만 이야기했어요?"

"그래도 그렇지 (여자가 좀 참지 어떻게 그렇게 하냐?)"

"그래도 그렇긴 뭐가 그래요?"

"당신도 남자라서 남자 편드는 거예요?"

그 날 이후로 그 역시 우리 사무실에서 사라졌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이야기 하기가 상당히 꺼려지는 이야기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변했겠지만, 그 당시 여자들의 위상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수치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겪어본 일이 아니면 상대방의 감정에 둔하다. 그러나 자신이 겪는다면 훨씬 감정에 민감하다. 즉 남의 감정엔 더 둔하고 자신의 감정엔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이렇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는 내가 갑질의 위치에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갑질의 위치에서라도 욕을 들어가며 이렇게 대응해서라도 되지도 않은 갑질의 작은 쐐기를 박아 줄 수 있었다면, 아무 이유 없이 들어야 했던 욕지거지를 기꺼이 받아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같은 여자도 무슨 여자가 저렇드세냐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상황은 화가 나지만 결과적으로는 여자인데 좀 참지 하는 그런 식의 태도가 만연했던 시대이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의 무례를 지금도 참지 못한다.

이에는 이, 아니 어쩜 더한 수치심으로 돌려주는 경우도 많다.


나는 참을성이 없다. 그들의 무례함 앞에서는....

내가 그들에게 돌려주는 나의 방식이다. 무식하지만 똑같이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나는 그들의 행동에 쐐기를 박는다. 처음부터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움직이기는 하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단지 내가 느낀 수치심을 그대로 돌려주며 그 자신도 느껴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