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적기 가루다 항공기는 뉴질랜드를 떠나 호주 상공을 날고 있다.
이제 잠시 후면 자연의 보고라는 호주의 지상낙원에 내릴 것이다.
퀸즈랜드의 브리즈번에서 내려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다는 섬, 프레이저 섬 탐방을 할 것이다.
나이는 파릇파릇하다는 젊은 혈기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택한 여행 방식은 어느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돈의 문제라기보다는 더 많은 곳을 직접 내 발로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내 눈에 담기를 원했다.
편안하게 실려 다니는 여행도 물론 좋겠지만, 죽으면 쉬고 싶지 않아도 쉴 텐데 가슴이 뛰는 한, 내 걸음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곳을 담아두고 싶었다.
드디어 호주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공항과 연결된 철도를 타고 우리의 목적지로 들어가는데 모든 길이 배낭여행객들의 천국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곳곳에 안내판에 적혀 있는 백패커들의 안내판은 그들을 위한 도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지하철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배낭객들을 위한 샤워시설 또한 놀라웠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배낭을 짊어지고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나타나는 세계 각국의 배낭여행객들. 그들에게서 젊음과 동시에 열정까지도 느껴졌다.
그 무거운 짐을 맨체 손에는 지도 하나를 들고 열심히 정보를 알아보는 여학생의 패기가 눈물 나게 멋져 보였다.
그녀와 달랐지만 그녀에게서 젊은 날의 나의 패기와 열정이 오버랩되었다.
그녀의 젊음이 부러웠다. 나에겐 지나간 과거지만 그녀에겐 앞으로 펼쳐질 가까운 미래이기에....
퀸즈랜드 주의 주도인 브리즈번에 위치한 곳에 숙소를 정했다.
그곳은 한국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긴 해안선이 일품인 골드코스트가 가까이 위치한 곳이기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긴 해안선이라고 하면 해운대나 동해안밖에 몰랐던 내 눈앞에 펼쳐진 골드코스트는, 그저 흔한 외국의 해안선이라는 말고는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우리나라 해운대에 연장선상인 기장에 이름 모를 고요한 해안이 나에게는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호주에 이 해안선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호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이라고는 했지만 나에게는 최고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그 후에 숱하게 많은 바닷가의 해안가를 돌아다녔지만, 사실 제주도 만한 곳도 찾기 어렵거니와 내가 가 본 곳 중 부산에서 포항으로 이어지는 국도에 위치한 기장의 노을 진 절벽의 해안가는 아직도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해안으로 기억되어 있다.
그 유명하다는 골드코스트에서는 해안선과 같이 늘어서 있는 카페에 않아 커피 한 잔 마시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그 날은 날씨마저도 그렇게 화사하지 않은 구름 낀 날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마음과는 다르게 신혼여행이라는 타이틀에는 조금은 누릴 만한 배경인 것만은 확실했다.
길게 뻗은 끝없는 모래사장이 해안가에 늘어져 서 있는 해변의 카페들.. 석양을 등에 지고 파도 속에 춤을 추고 있는 멋진 서퍼들의 풍경만으로도 이국적인 멋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에서 하루를 즐기고 난 후 이번 여행인 백미인 프레이져 섬을 가기 위해 우리는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프레이저 섬을 가기 위해서는 이벤트 회사를 알아보고 그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일단 예약을 해 놓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터미널을 이용해 버스를 탔다.
한국처럼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프레이저 섬에 가까이 들어가려면 버스를 이용해서도 꽤나 걸리는 시간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 중에 중간지점에 잠시 휴식하기 위해 이름 모를 곳에 멈추었다.
흔한 호수에 유유히 떠 나니며 물속을 헤엄치는 오리들의 모습을 보고, 이 곳은 가는 곳마다 전부다 절경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이름 모를 지나치면 보이면 평범한 호수의 아름다움 하나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마치 거울 속을 비추는 듯한 맑고 깨끗한 호수 위에 떠다니는 오리들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버스는 우리가 예약해 놓은 이벤트 회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운영하는 도미토리 형식의 숙소는 웬만한 리조트에 버금가는 시설을 가지고 있었다.
단체로 이용할 수 있는 바비큐 시설을 갖춘 드넓은 주방과 야자수가 펼쳐져 있는 풀장이 한가운데 차지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풀장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서 긴 여행에서도 지치지 않는 젊은 청춘들의 여유가 부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숙소를 배정받고 나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난 후, 우리들의 일정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 곳에서 팀을 이루어 4륜 구동 지프차를 타고 프레이저섬을 탐방하는 일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의 일정과 같은 멤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이 같은 날 같은 배를 타고 섬을 탐방하는 멤버들이었다.
우리는 미국에서 온 두 여학생과 이태리에서 온 두 남자.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온 연인과 그리고 나머지 우리 둘, 이렇게 여덟 명이 팀이 되어 차를 타고 프레이저섬을 같이 탐방하는 것이다.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다. 오스트리아 남자가 자기가 운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자연스럽게 그는 우리 팀의 리더가 되었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남자였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여행 방식에 흥분되기 시작했다.
내일은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우리 팀들은 이미 같은 일행이라는 이유로 서로 한 팀이 되어 젊음과 음악이 한데 섞여 있는 이 흥분된 밤을 즐기고 있었다. 한 여름의 더위와 젊음이 열기가 한데 뒤섞인 이 뜨거운 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