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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seniya Aug 08. 2020

내가 아직도 응답하라 1988을 보지 못하는 이유 1.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잔인하다.

http://img.vogue.co.kr/vogue/2020/06/style_5ef16c0343484-656x930.jpg 



지난 2015년  대한민국을 거의 30년 전의 추억으로 온 국민이 열광을  드라마가 탄생했다. 그 시기에 청춘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젊은 날의 아련한 추억을 선사하였고, 그 부모들 세대에게는 그 시대 생활의 추억으로 자리한 드라마였다.

그런데 왜 하필!!!!!

배경이 문제였다 배경이......

왜 그 흔한 동네 다 내버려 두고 왜  하필이면...

쌍문동!!!!!!.

화제성이 있는  드라마라서 그런가 여기저기 틀기만 하면 나오는 간간이 보이는 드라마 장면 씬에서 그 시대의 재연은 내 가슴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완벽했다

그 시대의 나와의  추억과 완벽한 겹침이었다.


1991년 봄 나른한 오후에 우리의 할 일 없는  삼총사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약속을 잡고 하나둘씩 약속 장소인 대학로에 모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우리 셋은 그 팔자가 세다는 칼귀를 가진 69년생 닭띠들이었다.

참 할 일 없는 여자 셋은 대학도 못 들어가 한 친구는 집안 덕에 잘난 남자 만나 이른 나이에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였, 또 다른 친구는 잘난 동생 수발드는 순이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여지없이 아직도 재수학원의 미련을 못 버리고 학원가를 전전하는  소위 말하는 다수생이였다.

이렇게 모여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려는 순간 어디서 남자 이  007 가방 같은 각 잡힌 가방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흔들며 다가왔다.

이들은 아마도 돌아오는 가을이면 시집갈 친구의 미모를 보고 다가왔을 것이다. 이 친구 미진이는 우리 학교 통틀어서 가장 이쁘다고 소문났던 아이였다.

래  이쁜 거 옆에 못난 게 더 잘난 체 군다고 했던가...

미진이는 가만히 있는데 옆에 있는 못난 것들이 튕기는지 모르겠다.

왜 그러는데요? 거기다 성질도 더러운 내가 퉁명스럽게 물어봤다.

소위 말하는 그 시대의 헌팅의 장면이었다.

있는 자의 여유인 미진이는 이 상황을 즐겼고, 어쩌다 우린 술자리에 합석하게 되었다.

나의 험난한 연애사가 그때부터 시작됐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난 후 남자 은 미진이의 결혼 소식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나는  이  남자가 마음에도 들지도 않았, 나의 애매모호한 상황탓에 순간 즐기지 못하고 었다.  솔직히 따분했다. 그중 한 남자가 나에게 혹시 시간이 되면 자신의 파트너가 되어 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뭔 파트너요? " 

여전히 차가운 말투다. 그런 다소곳하지 않은 모습에서 매력을 느낀 건가? 계속 나만 쳐다보는 이 친구 뭔가 싶었다.

사실은 다음 주에 있을 ROTC 행사에 파트너를 리고 가야 하는데 그 파트너를 찾으러 나왔다는 것이다.

나는 ROTC가 뭔지도 몰랐고 그 파티에 대해서는 더더욱 몰랐다.

뭐 그까짓 거 부탁한 번 들어주지 뭐...  언제냐 물어보니 몇 월 며칠 장소는 63 빌딩이란다... 오호!!!!!



그 당시 내 동네 친구 미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고 압구정동에서 비싼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항상 날 가지고 실습을 많이 했었다. 그 친구에게 절호의 찬스가 생긴 것이다.

그날,  나는 언니의 비싼 원피스를 몰래 훔쳐 입고, 미자의 수준급인 메이컵으로 환골탈태하여 의기양양하게 그가 말해준 63 빌딩으로  갔다.

약속 장소에 내가 나올지 안 나올지 불안했던 그는 벌써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는데  날  못 알아봤다.ㅎㅎㅎㅎ

내가 아는 척을 하고 나서야 나를 알아봤다. 그런데 이 남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자신감으로 바뀌는듯한 표정이다.

파티는 화려했고 학원만 전전하던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이었다. 다른 동기들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파트너들은 나를 주눅 들게 할 정도로 이쁘고 멋진 여학생들이었다. 그나마 그 날 이 남자의 친구의  여자 친구는 익숙한 듯 나를  차분하게  대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속은 열등감으로 어찌할 줄 몰랐지만 겉은  너무나도 태연스럽다. 마치 물속에서는 바둥바둥 데는 거와 달리 물 위의 백조는 너무 편안한 거처럼 말이다......

열등감이 뭔지 여실히 보여주는 학벌에서 오는 주눅은 나라도 어쩔 수 없는 넘어지지 않는 장벽이었다. 내 안에서나 사회적인 현실로...


그 날 이후 우리 삼총사와 함께 같이 어울리는 일이 많아졌고, 대학로에 나왔던 또 다른 남자애와 소한이는 우연하게도 같은 동네 쪽에 살아서   친구처럼 편안한 남사친 관계가 되어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솔직히 소한이는 생긴 건 티나 터너였는데 속은 천상 여자라 상대방이 참 편하게 생각하는 착한 아이였다.

  날 이후로, 나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의  무료함을 잠깐 식혀 볼까 싶어  그 남자의 여자 친구가 되었고, 그는 나의 남자친구가 되었다.


남자 친구의 집은 4호선 역이 다니는 쌍문동이었고  나의 집은 2호선이 다니는 굴레방다리 아현역이었다.  

4호선 남자와 2호선 여자의 연애가 시작됐다.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보통 그때는 남자가 여자 집까지 바래다주고 다시 그 노선의 반복을 다시 하던 시절이었다. 아현동에서 쌍문동 까지는 1시간 걸릴 정도로 먼 거리였다. 대학로에서 헤어져도 될 법한데 꼭 아현동까지 바래다주었던 거 같다.

그 친구의 학교가 있는 대학로가 우연히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중앙지점이었던 것이다.

아직 대학 4학년이었던 남자 친구는 학교 수업이 있을 때는 학교 도서관이 있는 곳에 새벽부터 나와 나를 위해 자리를 만들어 주고 다시 수업을 들으러 갔다.

참!!! 나는 대학도서관에서 대학입시 문제지를 풀어야 하는 강심장이 되어있던 것이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나의 문제집에 시선이 집중될까 봐 마음속은 또다시 열등감으로 요동을 친다....

그런 나의 심정을 들키기라도 한 듯 무심코 대추차 한 잔을 놓고 나와의 자리와는 멀리 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새벽부터 용을 썼는지 다시 잠드는 남자.... 사실 그 많은 장면들 중에 그 날의 대추차의 향기는 아직도 아련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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