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자연이 80프로 라면 사람의 노력으로는 한 20프로 들어간 집이다. 그래서 자연이 주는 이로움을 만끽하며 나는 이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집으로 들어오고 나서 길에서 소비하는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 장을 보러 나가는 시간까지도 방해할 정도로, 이 집이 주는 나의 안도감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향을 많이 끼쳤다.
고쳐지기 전의 모습들
처음 이사를 오고 난 후 눈에 가는 구석진 곳의 한 공간이 있었는데, 방치되어 있던 공간이라 우리가 이사를 들어왔을 때는, 큰 쓰레기 봉지로 두 봉지의 낙엽 뭉치들을 치워 내야 했던 공간이었다.
덤으로 주어진 공간.... 그래서 집의 사이즈에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이 공간이, 나에게 근사한 나만의 공간이 되어 줄 줄이야.. 이래서 집이나 사람이나 꾸며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뒷마당 데크와 연결이 되어 있어 비가 올 때마다 빗발치는 빗줄기를 볼 수는 있었지만, 그 모습을 그대로 만끽할 수는 없었다. 문하나만 만들어 이 공간을 독립적으로 분리시킬 수만 있다면 비가 오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근사한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남편은 덱과 연결되어 있는 곳에 문과 스크린을 설치하여 비가 들어오지 못하게 완벽하게 데크와 분리시켜 독립된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원래 있던 공간은 너무 위험한 거 같아서 나무를 덧대서 다시 썬룸 주변을 나무로 다시 촘촘하게 둘러 주었다. 훨씬 안전하고 보기에도 한결 깔끔하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 쌓인 공간에서 자연의 소리인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이 순간만은 제 아무리 고관대작의 근사한 저택이라도 하나 부럽지 않다.
시원시원 스럽게 내리는 빗줄기는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세차게 내려주어 해묵은 내 마음속 찌꺼기까지 다 쓸어내리는 느낌이다. 다년간 비라고는 가뭄에 콩 나듯이 내리던 엘에이에서의 생활에 복수라도 하듯이 비는 시원스럽게 퍼붓는다.
여름은 비 오는 날 이외에는 기온이 높아 이 곳에 머무를 일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날이 좋은 가을이 오면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지인들을 불러다 계절 음식을 만들어 가을을 즐기는 것도, 소소한 행복 중의 하나가 되었다.
시원한 바람과 국화차 한 잔을 띄어 그윽한 향기를 맡으며 글을 쓰는 공간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적격이다.
처음과 달리 방치되었던 공간들이 하나하나 제구실에 맞게 꾸며져 가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고 웃음이 절로 나온다.
소소한 행복, 나이가 들어가면서 욕심은 비워지고, 사소한 작은 것도 눈여겨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또한 자연이 주는 고마움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남들과 비교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집을 꾸미면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