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이제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고 나니 , 여전히 또 다른 고칠 거리가 보인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해서,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 웬만한 부엌만 손 보면 사는데 지장이 없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집이 하나하나 고쳐질 때마다 또 다른 구석이 눈에 가시처럼 들어와 눈밖에 벗어나질 않았다.
웬만한 주부들은 알겠지만 신형 냉장고가 새로 나오면 그 물건이 내 것이 되기만 하면 , 다 가진 거 같은데 막상 그 물건이 내 소유가 되면, 또 다른 제품에 눈이 가는 이치와 같듯이 말이다.
다이닝룸과 뒷마당의 데크에 연결된 문이 자꾸 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 문만 열리면 바로 뒷마당 숲이 보여 시야가 탁 트인 뷰가 나올 것 같았다. 뭔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다.
에라 모르겠다.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내친김에 남편에게 슬며시 얘기를꺼내본다.
"아무래도 저 문을 바꿔야겠어"
"데크용 양문형 도어로 완전히 뚫어 버렸으면 좋겠는데 어때? 그럼 훨씬 시원해 보이고 뷰도 엄청 이쁠 것 같아"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이..
"하면 좋지 돈이 들어서 그렇지"
"제일 싸구려로 해도 비쌀까?"
"나는 진짜 하고 싶은데......"
"비싼 건 천불도 넘어가는데 젤 싼 거는 한 삼백 불이면 살 수 있지"
"근데 벽을 뚫는 건 힘들지 않을까?"
"세상에 안 힘든 게 어딨어"
"그냥 뚫는 거지 "
"그럼 그냥 뚫어"ㅎㅎㅎ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남편은 정말 벽을 뚫고 또 막는 걸 혼자서 핼퍼없이 다 해냈다.
더 이상은 뚫을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계속 나오는 이 집....참 염치없게 만든다.
계속되는 나의 설득에 남편은 밤만 되면 도어 검색을 해댔다. 드디어 세일가가 싸게 나온 내가 원하는 도어를 찾아냈다. 이제 일주일 후면 도어가 배달이 될 것이다.
도어가 배달이 되고 나서 공사는 시작되었다. 일단 도어가 들어갈 공간만큼 벽을 잘라낸다. 그러고 나서 도어를 넣고 서서히 공사를 진행해 나갔다.
드디어 마무리 페인트를 하고 나서 공사는 끝났다.
남편은 흔한 도어의 테두리 몰딩 처리를 과감히 없애고 페인트로만 마무리를 했는데 그 자체가 테두리가 있는 것보다 훨씬 세련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숲이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이 공간에 앉아서, 문 밖의 모습을 보며 책을 읽거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면서 창밖을 바라보면, 정말이지 어느 이름 모를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문을 하나만 뚫어 바꿨을 뿐인데 , 어마어마한 자연의 품을 선물해 주었다. 남편은 이 문을 만들고 나서 정말로 잘한 결정이라고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나의 탁월한 선택에 흡족해했다.
이 공간은 3단 변신을 통해서 이렇게 멋진 뷰를 만들어 주었다.
벽이 뚫리기 전 상태
벽이 뚫린 상태
문과 벽이 완전히 달라진 상태
처음 이 집을 들어섰을 때는 거대한 벽으로 막혀 있어서 아예 이 공간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 벽을 뚫고 나니 비로소 작은 문이 나오면서 작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작은 문을 양쪽으로 시원하게 뚫고 나서야 비로소 이 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집을 통틀어 손이 안 간 부분보다 손 간부분이 더 많을 정도로 흠이 많은 집이었지만, 사람의 손을 거치면 거칠수록 숨겨져 있던 보물이 파면 팔수록 나오듯이, 숨어있던 자연의 모습들이 집안 가득 메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커피 한잔의 여유... 누구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값비싼 보약보다도 훨씬 효력이 있는 삶의 치유제다.
오늘도 나는다람쥐가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면서 뒤적여 놓은 나무의 흔들림을 보면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