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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부초밥 Nov 25. 2024

나는 당신의 ‘느슨한 태도’가 화가 나!

어쩌면 나 자신의 반성문


   남편과 결혼 후 갑작스레 휴직하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주말부부’ 노선에서 남편이 있는 ‘시골살이’로 변경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괜찮겠어?”였다. 왜냐하면 뼛속까지 도시녀인 나를, ’슈퍼에 과자를 사러 갈 때도 풀착장을 하고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깨끗하고 예쁜 것을 좋아하고, 특히 백화점을 좋아하는 내가(물건을 사지 않아도, 백화점의 정돈되고 좋은 냄새가 나는 그 공간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백화점은커녕 이마트, 마켓컬리, 쿠팡 로켓배송 등 편의시설 하나 없는 곳에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가 걱정 포인트였다. 그것은 내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나는 아직 ‘시골살이’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벌레가 많은 것도, 가끔씩 풍겨오는 습기 찬 소똥 냄새보다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느슨한 태도’이다. 옛날부터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이 싫었다. ‘좋은 것’이라는 기준은 도대체 누가 결정하는 것이며, 그 결과가 상대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강 일처리 한 정도의 결과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한 말뿐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남편이 취업 후 처음으로 큰맘 먹고 샀다는, 그래서 더 소중한 시계의 배터리를 교체하러 금은방에 갔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A와 B 두 개의 금은방이 있었는데, 내가 A 금은방을 선택한 이유는 전적으로 문 앞에 ‘시계 배터리 교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계 배터리 교체를 프로페셔널하게 해 주겠지?라는 기대를 품고 주인아저씨께 시계를 내보였다. 시계에는 날짜판, 시계판 3개가 있다. 아저씨는 배터리 교체를 위해 뒤판을 열다가 스크래치가 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한 5분 정도 이후 핸드폰을 보면서 시간을 맞추는 것을 보았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아저씨가 “날짜판이 고장 났다면서 날짜를 맞출 수 없다”라고 하시는 거다. 남편에게 시계판이 고장 났다는 말을 들은 적 없는 나는 확인차 다시 한번 더 해달라고 했고, 몇 번 하더니 아저씨는 “요즘 날짜 누가 시계로 보냐, 고장 난 거 고치려면 돈이 더 드니 그냥 시간 맞춘 걸로 만족하라.”라고 말했다. 더 이상 말해봤자 일이 진행되지 않을 테니 값을 치르려고 했고, 아저씨는 “카드는 받지 않는다. 만원이다.”라고 말했다. 혹시 몰라 3만 원 현금 챙긴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공공연히 현금만 받는 경우를 시골에서 많이 겪어본 터라 그냥 만원을 내고 나왔다.


   퇴근한 남편에게 시계를 주고 날짜판을 맞춰보더니 잘만 맞춰진다. 남편은 “아마 이 시계를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돈을 받는 사람이라면, 값을 치르는 사람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날짜판 필요 없다는 건 “본인의 생각이지!” 만원이라는 값이 최저 임금보다 적더라도 마인드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느슨한 태도’가 화가 난다. 어떻게 당당할 수 있지? 시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적어도 검색이라도 해보거나 ‘미안한 태도’라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시골에서 이런 ‘느슨한 태도’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었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때는 신축아파트 입주청소를 할 때다. 당황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입주 청소를 한다고 온 사람이 60대 후반 이상 정도의 할머니, 외국인 여성 2

  2. 오자마자 김치찌개를 시키고 밥 먹고 시작한다고 함. (우리도 내 집에서 밥 먹은 적이 없는데? 그래. 그래도 밥은 먹고 해야지)


  3. 우리는 당황했지만 그래도 잘 부탁한다고 하고 집에서 나와 있는데, 청소가 다 끝났다고 연락 온 게 청소한다고 들어온 지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음(밥 먹은 시간 빼고 나면?)

  4. 그나마 집상태가 깨끗하길 바랐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았음. 계약 내용에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 때까지 청소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청소 상태가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했고, 점차 그들의 표정은 굳어갔다.



 5. 두 번째 연락 후 다시 확인했을 때, 여전히 더러웠으며, 돈 받고 빠르게 집에 가고자 하는 그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대표에게 전화했더니 ‘평당 가격이 싼 편이니까, 대강 ‘진상’ 피우고 끝내시죠.’라는 취지로 말함.

 6. 그러면 계약할 때 ‘싸니까 대충 청소해도 만족하세요!’라고 명시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계약 위반입니다. 아저씨!!




세 번째로 어느 토요일, 남편과의 데이트를 위해 한껏 멋을 냈을 때다. 오늘 오전 10시에 오겠다고 어제 통화했던 식기 세척기 관리 아저씨가 연락도 없이 10시 30분이 되어도 오시지 않는 거다. 그래서 남편이 전화했더니 “어제 남편과 통화한 목록은 있는데 오늘 온다고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남편의 폰은 통화하면 저절로 녹음이 되는 것이어서 우리가 확인했을 때는 분명히 오늘 오겠다고 했는데 본인이 모르겠다고 하면 어쩌자는 건지...


잔뜩 꾸미고 서 있는 우리를 보더니, ”결혼식 가시나 봐요? 죄송합니다.”라고 마지못해 말하고는 못 미덥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남편에게 식세기 관리 구독 서비스를 중지하자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느슨한 태도’가 시골만의 전형적인 특성은 아니다. 그러나 고작 1년도 되지 않은 시골 살이의 인상은 대체적으로 느슨하다. 서비스업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시간 역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시에 비해 일자리는 넘쳐나고, 일할 사람은 적기 때문에 일에 대한 나의 기준점을 이들에게 바라기는 어렵다.




  일련의 상황들을 불편하게 느끼는 나는 그럼 어떤 사람인가? 과거 나는 ‘느슨한 태도’를 가졌던 사람이다. 나는 나를 매우 아꼈다. 일정 정도 결과물을 만들면 그 이상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만족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한다고 나의 세계가 변화되던가? 더 성장하던가? 그렇지 않더라 이거다.

나는 적어도 ‘부끄러움’을 알고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합당한 것을 요구하는 사람’이다. ‘예민한’이란 수식어는 미성숙하며, 성숙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상태로 느껴진다.



  이전의 ‘느슨한 태도’의 나는 없다. 나는 ‘꼬장꼬장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꼬장꼬장이라는 수식어에는 연륜이 느껴진다. 세월의 흔적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고수 혹은 변경하면서 ‘나다움을 완성한 존재’ 그렇게 되고 싶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느슨한 태도’에 화가 난 이유는 ‘느슨했던 나’, 그래서 성장하고 변화해야 했던 시간의 나를 무시하고 허송세월을 보냈던 것이 슬프기 때문 아닐까?



2024년도 이제 끝나간다. 남은 한 달이라도 알차게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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