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필은 셀프
조언이랑 잔소리는 출발선이 똑같다.
상대를 챙기고 싶고, 좀 더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 근데 그말이 언제, 어떻게 터지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언은 살짝 쿨한 제안이다.
"우리 운동 가자. 몸 풀면 기분 업 될 거야."
상대한테 선택권을 주는 말. 근데 이게 스킵되면, 사람은 좀 더 끈질기게 간다.
“진짜, 밥 먹고 눕지 말고 좀 움직여!"
여기서 목소리가 살짝 커지면서, 짜잔! 잔소리로 변신.
잔소리는 그냥 안 먹힌 조언의 재탕이다. 처음엔 "너 맘대로 해"느낌이었다가, 반복되면 "왜 안 해?"로 돌변.
좋은 마음도 타이밍 놓치면 부담되고, 상대 속도를 안 맞추면 그냥 귀엽게 짜증 나는 소리 된다.
우리 집은 이 줄타기의 현장이다. 나는 운동으로 스트레스 푸는 스타일, 남편은 핸드폰 들고 소파랑 러브스토리 찍는 타입. 밥 먹고 나면 이 차이가 확 드러난다. "뭐 보는데?" 늘 뉴스 본다 한다.
“여보, 운동 가자. 산책이라도 하자!"
“오케이, 좀 쉬다 갈게."
”좋아. 근데 또 소파랑 붙어 있으면 잔소리 스위치 켠다?"
이쯤에서 둘 다 피식 웃는다. 유머 한 방울이 대화를 엄청 부드럽게 만든다.
조언이 잔소리로 바뀌는 순간은 단순하다. 내가 좋은 거라고 믿는 말을 상대가 받아들일 준비 안 됐을 때.
그 타이밍 못 맞추면 진심도 그냥 소음된다.
그래서 조언은 가볍게, 선택지 열어두고 던져야 한다.
속으로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안 해도 뭐, 괜찮아. 근데 좀 움직이면 진짜 좋을 텐데!'
우리 집엔 이런 농담이 자주 나온다.
”이거 지금 조언이야, 잔소리야?"
이 한마디에 분위기 풀리고, 대화가 살아난다.
조언이랑 잔소리 사이, 그 얇은 선. 결국 말보다 마음 거리가 중요하다. 너무 붙으면 답답하고,
너무 멀면 서운하다.
결국 잔소리는 이렇다. 귀엽게 성가시지만,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해 봤다.
-잔소리-
네가 없으면 평화롭다.
근데 이상하게 허전하다.
올 때는 꼭 타이밍이 엉망이고
갈 때는 여운이 너무 길다.
그러니까,
가끔은 세일도 좀 해라.
잔소리를 부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