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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 한

세 가지 덕질

by Susie 방글이





살면서 세 번, 덕질이란 걸 해봤다. 처음엔 그게 덕질인지도 몰랐다. 그냥 누군가를 떠올리면 가슴이 콩닥콩닥, 일상이 살짝 반짝이는 그 느낌. 나이도, 이유도, 시기도 따지지 않고 찾아오는 그 마음들이 내 삶에 슬쩍 끼어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한국의 여름 저녁이면 골목에서 라디오가 울렸다. "오빠~아!" 외치는 아줌마들 따라 나도 까닭 없이 소리쳤다. '단발머리'가 전축에서 흘러나오면 가슴이 두근, TV에 그가 나오면 하염없이 그 앞에 앉아 있었다.


조용필은 가수왕, KBS와 MBC 두 방송매체에서 합쳐서 10번 정도 왕관 쓴 전설이었다.

TV 앞에서 눈 빠지게 그의 무대를 봤다. 식음을 전폐(?) 하다시피 몰입했고, 가수왕이 확정되면 설렘으로 잠까지 설쳤다. 어느핸가 가수왕 타이틀을 내준 적이 있었고, 하늘이 무너지는 상실감으로 난 '통곡'했다. 누가 보면 집에 큰일 난 줄 알았을 거다. 그땐 덕질이란 개념도 몰랐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지금 그 마음을 떠올려도 미소가 지어진다. 조용필은 골목길 바람 냄새, 엄마의 "밥 먹어!"소리와 함께 내 어린 시절 한국의 추억이 됐다.


어른이 된 후, 덕질? 그게 뭐지? 싶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코로나로 집콕하던 어느 날, K-Pop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남편이 "얘네 뭐길래 이렇게 난리야?" 하며 BTS 다큐를 틀었다. 호기심에 함께 봤다가 푹 빠져버렸다. 무대 영상 보느라 밤샜고, 노래 흥얼거리고, 멤버 이름 줄줄 외웠다. 심지어 멤버들 취향까지 공부하고, RM 추천 책까지 샀다. 나도 참, 좀 웃겼다—좋은 의미로!


회사에서 힘든 날, BTS 노래와 "다 잘될 거야"메시지에 위로받았다. 그 말 한마디, 코로나로 꽉 막힌 마음을 뻥 뚫어줬다. BTS 인형, 텀블러 모으느라 정신없었고, 친구들은 "너 선물? BTS 굿즈면 끝!"이라며 굿즈를 쌓아줬다. 그들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위로를 전하며 내 일상을 반짝이게 했다. 콘서트 가보는 게 꿈인데, 이 꿈꾸는 내가 좀 귀엽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지 않았던 남편은 제품출시와 동시에 맥도널드로...(BTS 콤보세트)
RM이 추천한 책들이 진열된 미국 서점

최근 하나의 덕질이 추가됐다.

살다 살다 한국 대통령 덕질을 하다니.

엄밀히 말하면 나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외국인이다.

그러니 다른 나라 대통령을 덕질하는 셈이다.


나는 정치? 관심 1도 없었다. 뉴스? 재미없다. 근데 이재명 대통령 보니 '어? 저 사람 뭐지?' 싶었다. 계엄 사태와 시위로 어수선했던 한국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느낌,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진짜 감동이었다. 그의 연설은 지친 우리를 토닥이는 포옹 같았다. 남편이 뉴스를 틀어도 짜증 안 내고 같이 봤다. 나라가 어지러워도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숨통 트이고, 저녁이 평화로워졌다.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많은 이들이 그에게서 희망과 따뜻함을 느끼지 않을까?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던 나에게, 그는 한국을 다시 하나로 묶어주는 다리 같았다.


대통령이 긴 회의 중 '김밥으로 끼니를 때웠다'는 뉴스를 봤다. 그날 나는 닭갈비를 먹었다.

아… 나는 대통령보다 나은 식사를 한 사람이었네.

대통령은 김밥, 나는 닭갈비. 세상 참 묘하다 싶으면서, 그날 닭갈비가 더 맛있었던 건 사실이다.


내 덕질 삼대장은 조용필, BTS, 이재명 대통령.


'80년대 골목에서 통곡했던 추억'

'코로나 속 "다 잘될 거야"로 빛난 일상'

'혼란을 품고 하나로 묶어준 설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던 내게 이들은 국적도, 문화도, 시간도 뛰어넘는 다리가 되어줬다.

덕질은 나이, 이유, 시기 안 가린다. 그냥 좋아지는 순간이 오는 거다. 그때가 오면? 맘껏 즐기기로 했다.

좋아하는 건 그냥 좋은 거니까!


당신의 콩닥콩닥 덕질은 뭔가요?

다음 반짝임은 내게 뭘 가져올지, 살짝 기대된다.

요리에 젬병인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음식

내가 싼 김밥보다 맛있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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