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삶의 밭에서

잡초가 가르쳐준 인생

by Susie 방글이




세 달 만에 미국 집으로 돌아왔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밀려오는 시차 탓에 머리는 무겁고, 몸은 둔하다.

그런데 집에 발을 들이자마자 피로는 두 배가 됐다.

집은 이미 '정글'이 되어 있었다.


나무처럼 무럭무럭 키를 세운 잡초, 잔디밭을 뒤덮은 잡초, 자갈밭인지 잡초밭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틈을 비집고 올라온 잡초.

심지어 생전 처음 보는 잡초까지 등장했다.


그동안은 우리의 손길이 닿아 눈치를 보듯 움츠러들더니, 우리가 없는 동안에는 세상 신나게 자기 땅을 넓혀간 것 같았다.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앞마당 관리가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다.

지저분한 마당은 이웃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자칫 시 당국의 경고나 벌금으로 이어진다.

이웃 간의 평화는 잡초 하나에도 달려 있는 셈이다.

천천히 조금씩 정리하고 싶었지만, 결국 시차도 적응하기도 전에 삽과 장갑을 챙겨 마당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나무 그늘 아래, 잡초가 먼저 자리 잡는다
원래 모습을 찾았어요.
새로 난 잡초, 길도 자기 집이라네요.
새로 생긴 잡초는 길을 결국 사람에게 양보했다.
사람은 버리러 오고, 잡초는 살러 온다.
쓰레기 통이 놓인 곳도 말끔하게.
뒤뜰 자갈밭이 잡초밭이 되다.
이제 자갈밭이 보이네요.
화분 안에 심었던 케일보다 잡초가 더 풍성하다.
화분 안에 케일이 더 자랄 수 있게 됐어요.
진짜.. 울고 싶었습니다.
한국 '호미'가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호미는 이제 미국에서도 인기가 많아요. 아마존에서 잘 팔리고 있답니다.

잡초를 뽑다 보니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7년 전, '손바닥 선인장'이라 불리던 선인장 밭을 다 갈아엎은 적이 있었다.

관리도 어렵고 지저분해지기 시작해 완전히 없앴다고 생각했는데, 믿기 어렵게도 7년 만에 처음으로 지금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새로 돋아난 잡초와 7년 만에 되살아난 선인장.

둘 다 같은 듯 다르다.

새로운 잡초는 예기치 못한 변수처럼 찾아온 위기이고, 선인장은 오래전 묻어둔 과거가 다시 고개를 내민 것 같았다.

우리가 없는 틈을 타 제 존재를 드러낸 것들.


잡초와 선인장은 그 자체로 인생의 은유였다.

7년 만에 다시 모습을 보인 손바닥 선인장. 이 와중에 귀엽기까지 하네요ㅎ

아이들은 부모의 시선과 손길 안에서 자랄 때는 비교적 바른 길을 걷는다.

하지만 부모가 곁을 비우면 제멋대로 자라기도 하고, 오래 묻어두었던 기질이 불쑥 드러나기도 한다.

새로운 잡초처럼 돌발 변수가 생기고, 오래된 선인장처럼 과거의 버릇이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도 다르지 않다.

살다 보면 방심하는 순간이 온다.

그 틈으로 새로운 위기가 들어오고, 오래전에 끝낸 줄 알았던 일이 다시 되살아난다.

정리해 두었던 마음 밭에, 낯선 잡초와 잊었던 선인장이 동시에 올라오는 것처럼.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가다듬으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삽을 들고 잡초를 뽑아내듯, 마음도 정리하면 제 빛을 되찾는다.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이 놀랍듯, 인간의 회복력 또한 만만치 않다.


삶은 늘 새로운 잡초와 오래된 선인장 사이를 오간다.

새로운 위기와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도, 손길과 마음을 들이면 우리는 다시 길을 찾는다.

잡초와 선인장을 뽑으며 깨닫는다.


삶은 때로 방심을 허락하지 않지만, 동시에 다시 시작할 기회를 내어주기도 한다.

새로운 잡초가 불안을 주고, 다시 난 선인장이 과거를 흔들어도, 결국 우리의 손길이 닿을 때 그 자리는 다시 꽃을 위한 흙으로 바뀐다.

인생은 결국, 잡초와 선인장 사이에서 길을 찾는 끊임없는 여행이 아닐까.

어머.. 이건 고사리네요. 이 아이는 살려 두었어요.

잡초로 뒤덮인 집이 불가능할 것처럼 망가져 보여도 깨끗하게 정리가 되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엉망이 되어 보이는 순간이라 해도, 마음을 다잡고 손길을 더하면,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피어난다.

다만, 잠시 며칠 몸살을 앓을 뿐이다.


우리도 결국.... 이렇게 몸살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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