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피자 옆에 피클이 있을까

미국과 한국, 피클의 차이

by Susie 방글이




피자를 시켰다. 치즈가 녹아 흐르는 피자 한 판과 와인 한 잔이면 저녁은 충분할 것 같았다. 주문을 마치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집에 피클이 있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올랐다. 피자를 먹으며 피클부터 떠올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너무 익숙한 습관이었다.


픽업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까운 마트에 들러 스위트 피클을 하나 장만했다. 마트 피클 코너 앞에서 잠시 멈췄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딜 피클(Dill Pickle)이다. 오이와 딜 허브를 소금물에 절여 만든 미국식 피클로, 햄버거나 샌드위치 안에 들어가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내가 찾은 건 그 피클이 아니었다. 접시에 따로 담아 먹는, 달콤하고 아삭한 스위트 피클. 한국 피자집에서 늘 반찬처럼 나오던 바로 그 맛이었다.


집에 돌아와 살짝 식은 피자를 오븐에 다시 데웠다. 음료수를 따르고, 피클을 접시에 덜었다. 그제야 식탁이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피자든 파스타든 반찬처럼 피클이 따라 나오고, 필요하면 리필도 가능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피자나 파스타에 피클이 함께 나오지 않는다. 요청하면 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도 오히려 "왜?"라는 눈치를 받을 수 있다.


식은 피자를 데우고, 피클과 올리브 곁들인 오늘의 작은 식탁. 이 접시 하나에 한국인의 반찬 문화가 담겨 있다.


파스타 옆에 놓인 피클과 올리브. 접시 하나로 완결되는 서양 음식에, 한국식 반찬 문화가 조용히 스며든 순간.


감바스를 먹어도 곁에는 피클, 올리브, 심지어 파김치까지. 서양 음식에도 파김치가 잘 어울린다. 파김치는 짜파게티에만 어울리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미국식 음식을 먹으면서도 늘 한국식 반찬을 찾는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에 가깝다. 한국에서 자란 입은, 아무리 서양 음식이라도 '혼자' 먹게 두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 옆에는 반드시 입을 쉬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김치가 어울리지 않으면, 그 자리를 대신할 새콤한 존재를 찾는다. 양식집에서 피클이 김치 자리를 대신해 온 이유도 아마 거기 있을 것이다.


경양식집에서 돈가스 옆에 피클이 놓이기 시작했고, 수프와 함께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그 관습은 그대로 피자집과 파스타집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피클이 없으면 서비스가 빠진 것처럼 느껴진다. 음식의 국적은 나름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음식이 상 위에 올라오는 순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옆자리를 계산한다.


이런 반찬 문화가 한국을 특별하게 만든다. 단순히 맛을 보완하는 것을 넘어, 식사의 리듬과 균형을 만들어낸다. 피클 한 접시, 나물 한 접시, 김치 몇 조각까지도 식탁 위에서 제 역할을 하며, 음식과 사람 사이의 경험을 풍성하게 만든다.


한국에 여행 온 미국인들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나오는 다양한 반찬에 놀라고, "이 많은 음식 중 어디서부터 먹어야 하지?"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반찬 문화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임을 알 수 있다.


떡볶이 옆 피클, 단무지. 한국에서는 피클도 반찬이 된다—기름지고 매콤한 음식 옆에서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


한 상 가득 반찬이 놓인 풍경. 한국에서는 음식 하나만으로 식사가 완성되지 않는다—반찬이 곁들여져야 비로소 완전해진다.


그래서 한국의 피클은 토핑이 아니라 반찬이다. 샌드위치 속에 들어가는 딜 피클이 아니라, 접시에 따로 담아 먹는 스위트 피클로 자리 잡는다. 느끼함을 끊고, 다시 한 입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 음식은 그대로인데, 먹는 방식이 바뀌면서 피클의 정체성도 달라진다.


피자를 한 입 베어 물고, 피클을 집어 들며 와인을 마셨다. 이 조합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내가 여전히 한국식 식탁 옆에 서 있다는 걸 알았다. 외국 음식이라도, 결국은 우리 방식으로 먹게 된다. 피자와 파스타 옆에 놓인 작은 피클 접시는 식사의 리듬을 만들어준다.


반찬은 다양한 맛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한 입씩 집어 들 때마다 무엇을 먼저 먹고 무엇을 나중에 먹을지 설렘까지 준다. 토핑과 반찬은 분명 다르다. 한국의 식탁은 바로 그 차이에서 시작된다.


나란히 놓인 장독들은 하루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한국의 습관과 문화를 보여준다.


피클 하나로도, 식사는 조금 더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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