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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한 그릇

된장찌개 한 끼

by Susie 방글이





미국 이민자 사회에는 재미있는 속담이 있다.


'중국인 둘만 모이면 식당을 차리고, 한국인 둘만 모이면 교회를 세운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 말이 진짜였다. 중국 이민자들은 낯선 땅에서 생존의 디딤돌로 중국 식당을 세웠고, 한국 이민자들은 외로움과 배고픔을 달래는 교회를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 두 공간은 단순한 음식점이나 예배당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이민자들의 희망, 정체성, 그리고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었다.


미국 어느 조용한 동네, 맥도널드도 없는 곳에 'Golden Dragon' 간판이 빛난다. 문을 열자 익숙한 General Tso Chicken (제너럴 차우 치킨- 바삭하게 튀긴 닭고기에 달콤하고 매콤한 소스를 버무린 요리) 향이 코끝을 스친다. 그럴 때면 배가 안 고파도 군침이 넘어간다.

한국에 있는 지금, 나는 이 음식이 그립다.

미국 어디를 가도 중국집은 있다. 오지 중 오지 마을에서도‘China King’이나 'China Wok’ 간판이 눈에 띈다. 여행 중 햄버거에 질릴 때면, 새우 볶음밥 한 접시와 에그롤은 작은 위로가 됐다. 메뉴판을 펴면 늘 같은 풍경이다. 제너럴 차우 치킨, 새우 볶음밥, 스위트 앤 사워 치킨, 에그롤.


이 음식들은 중국 본토의 맛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깊다.


19세기 중반 이후, 중국 이민자들은 차별과 언어 장벽 속에서 음식 장사를 택했다.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이 음식들은 생존의 도구였다. 새우 볶음밥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새로운 땅에서 뿌리내리려는 그들의 땀과 눈물이었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넘어와 재냈던 때, 골목 어귀에서 비슷한 향을 맡으면 미국의 그 중국집이 떠올랐다. 그 맛은 제2의 고향맛이었다.


중국집은 밥을 파는 곳 이상이었다. 새로운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찾고, 소식을 나누는 사랑방이었다. 외진 마을에서도 중국집이 있는 이유다.

미국 차이나 타운

한국 이민자들에게 교회는 집이었다. 낯선 땅에서 처음 만난 이가 "어느 교회 다니세요?"라고 물으면, 당황하면서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 질문은 내가 어딘가에 속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교회의 점심시간은 예배시간 이상으로 북적였다. 된장국과 김치찌개를 나누며, 사람들은 어느 식당이 맛있는지부터 보험 정보까지 온갖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유학생들에게 교회는 생명줄이었다. 80년대, 미국으로 온 한국 유학생들은 돈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때 교회는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줬다. 어떤 교회는 하숙을 주선하고, 일자리를 연결해 줬다. 대학시절, 유학생이었던 한 친구는 말했다. "교회에서 먹은 김치찌개 한 숟갈이, 엄마가 해준 밥 같았어."라고.

그랬다, 교회는 배고픔을 채웠고, 외로움을 달랬다.


한국 교회의 이 따뜻함은 멀리 한국의 '정'에서 왔다. 한국인들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고, 그 문화를 미국으로 가져왔다. 교회는 낯선 땅에서 가족의 품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물론 중국집과 교회는 다르다. 하지만 둘 다 같은 꿈을 꾸었다. 중국 이민자들은 음식으로 생계를 꾸렸고, 한국 이민자들은 교회로 마음을 붙였다.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고향의 온기를 나누는 것.


가끔은 이 길에서 서로를 만난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집에서 새우 볶음밥과 제너랄 차우 치킨을 먹으며 고향을 떠올렸고, 중국 이민자 중 누군가는 친구와 한국교회에서 밥을 먹으며 따뜻함을 느꼈다. 볶음밥 한 그릇과 교회 된장찌개와 밥 한 공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언어였다.


세상은 바뀌었다. 중국인 둘은 이제 버블티 가게를 연다. 한국인 둘은 세련된 카페를 차린다. 하지만 사람이 모여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집 메뉴판엔 여전히 스위트 앤 사워 치킨이 있고, 누군가는 여전히 "어느 교회 다니세요?"라고 묻는다.


언젠가 여행 중 중국집 간판을 보거나, 교회 십자가를 보며 들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모여 밥을 나누는 곳이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찾아갈 것이다.

중국식당만큼 많이 보이는 버블티 집

또 어떤 곳이 우리의 쉼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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