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있었네
불필요한 걸 비워내고 나니, 삶이 얼마나 가벼워지는지 알게 됐다. 우리 집은 어느새 미니멀리즘의 작은 전시장이 됐다.
언니의(하나밖에 없는 남편 누나를 나는 언니라고 부른다)명품가방 스토리부터 딸의 책상 혁명, 그리고 나의 대청소 모험까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단순함이 주는 자유를 만끽했다.
먼저, 언니의 그 가방 사건.
어느 날 "그 비싼 가방 어디 갔어요?" 했더니, 언니가 쿨하게 "무겁고 안 들어. 버렸어"라고 답한다.
그 가방, 그러니까… 깔끔한 검은 사피아노 가죽에 삼각형 P 로고가 박히고, 악마도 탐낼 법한 그 브랜드의 물건 말이다. 패션잡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누구나 한눈에 "오, 그거!" 바로 그 가방.
근데 언니는 그걸 버렸다고?
내 머릿속은 '뭐야, 나 줬으면 너무나 잘 들고 다녔을 텐데!’하며 경악했다. 하지만 언니는 이미 필요 없는 건 과감히 날리는 미니멀리즘 달인이었다. 너무 잘 버려서 탈이다.
그 쿨함, 솔직히 부러웠다. 언니의 '버리기 기술'은 단순함이 자유를 준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딸의 이야기는 또 다른 깨달음.
딸은 만들기, 일명 조잡 떨기에 푹 빠져서 책상이 늘 잡동사니 천국이었다. 그러다 "할 일은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집중이 안 돼!"라며 투덜대는 거다.
남편이 슬쩍 "책상 위를 싹 비워봐. 딱 필요한 것만 놔"라고 했다. 딸은 책상을 정리하고 "와, 이게 뭐야? 머리가 맑아졌어!" 라며 눈을 반짝였다. 책상 치우기가 집중력을 뚫어주는 마법이라니, 이거 실화이다.
나도 뒤지지 않았다.
몇 달 전 혹시 나중에 이사한다면 좀 편할까 싶어 대청소를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버릴수록 보물찾기 하듯 잊고 있던 물건들이 튀어나왔다. 한 번도 안 쓴 프라이팬, 먼지만 쌓인 장식용 촛대… 버릴 때마다 집이 숨 쉬는 느낌이랄까?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불필요한 물건이 내 어깨를 얼마나 짓누르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근데 문제 하나. 왜 버리려고만 하면 갑자기 창의력이 샘솟는 걸까?
“이 상자는 선물 포장에 쓰면 좋겠네", "이 낡은 옷은 걸레로 재활용 가능!" 하며 머리가 아이디어로 불꽃놀이. 심지어 "이 오래된 영수증, 언젠가 추억용으로 쓰겠지" 같은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든다.
이러다 집이 또 엉뚱한 물건들로 채워질 판!
창의력을 잠시 꺼두고 과감히 버렸더니, 정리 속도가 빨라지고 마음도 상쾌해졌다.
우리 가족은 각자 방식으로 단순함을 실천하며 자유를 맛봤다. 언니는 쿨하게 버리며 자유를 얻었고, 딸은 책상을 비우며 집중력을 찾았으며, 나는 물건을 정리하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행복이 더 많은 소유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불필요한 것에 매달리지 않는 용기가 진짜 자유를 가져다준다.
자, 지금 책상 위에 딱 하나만 골라 버려 보자. 그 작은 용기가 여러분 삶에 가벼운 바람을 불어넣을 거다.
단순함, 의외로 중독성 있는 마법이니까!
가끔은 비워야, 진짜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