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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dog을 아세요?

출근하는 강아지

by Susie 방글이




여행 가방을 꺼내면 집 안이 분주해진다. 옷가지와 세면도구를 챙기는 내 옆에서, 우리 강아지 빼꼼이는 이미 '출발 모드'다. 꼬리를 흔들며 문 앞을 서성이던 녀석은, 자기 밥그릇과 장난감을 챙기는 순간 눈을 반짝인다.


이불까지 가방에 넣으면 확신한다. "나도 간다!"

빼꼼이는 차고로 돌진해 차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난리다.

이 녀석, 며칠 다른 집에 맡겨질 운명이란 걸 모른 채, 세상신나는 여행이라도 떠나는 양 당당하다.


친한 친구 집. 그 집은 강아지 두 마리가 사는, 규칙이 꽤 엄격한 가정이다.


'소파 위 금지'

'이층 침실 절대 출입 금지'


그 집 강아지들은 어릴 때부터 이 룰을 철저히 지키며 바닥에서 얌전히 생활하고, 밤이면 각자 매트에 누워 잔다. 하지만 우리 빼꼼이는 달랐다.


첫날부터 자기 세상인 줄 알았다. 친구가 거실 소파에 앉자마자, 빼꼼이는 가볍게 점프해 소파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았다.

주인집 개는 바닥에, 빼꼼이는 소파에
어쩌라고! 소파에 누워있는 개 처음 보세요?

아래에서 조용히 올려다보는 두 강아지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표정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바닥 불편하지 않아?"


밤이 되자, 두 강아지가 거실 구석 매트에 자리를 잡을 때, 빼꼼이는 계단을 척척 올라 지인 딸 방으로 직행.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사람처럼 베개에 머리를 얹고 잠들었다.

문자로 보내온 사진 " 나 어떻게 자?"

한편, 이번 우리 여행에는 딸이 맡기로 했다. 딸 회사는 반려견 출근이 가능한 오픈된 곳이다.

다른 직원들도 개를 데려오지만, 그 개들은 바닥에서 논다.

개 전용 방석이나 주인 발밑, 사무실 구석에서 조용히 자리잡는 게 자연스레 굳어진 룰이다.


당연히 빼꼼이는 첫날부터 달랐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빼꼼이는 딸의 책상 위로 폴짝 점프했다. 모니터 옆에 떡하니 자리 잡고 앉더니, 마치 이곳의 임원인 양 주변을 둘러봤다.


직원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지만, 빼꼼이는 아랑곳없었다. 키보드 옆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자, 회의 시작합시다"라는 표정이었다.

"들어오세요!"
"졸리면 자면 돼요."
" 그래, 너는 거기 있어."

화상 미팅이 열리면 이야기는 더 재밌어진다. 빼꼼이는 화면에 머리를 빼꼼 내밀며,


"여기요, 저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처음엔 다들 당황했다. 그럴 만도 하다.


"어머, 책상 위에 강아지가 있네요!"

"헉, 얘 회사 출근했네요?" 하지만 그 당당함에 금방 웃음이 터졌다.

"귀여워요!" "어쩜 저렇게 사람 곁을 못 떠나?"라며 모두가 빼꼼이의 매력에 빠졌다.


이젠 사무실에서 "다른 개들은 바닥, 빼꼼이는 책상 위"가 공식이다.

화상 미팅 대기 중
"미팅 언제 시작해요?"
미팅이 제대로 되겠나 ㅎㅎ

급기야 별명도 생겼다. 'Table Dog.'


"어, Table Dog 오늘 출근했네?"

"오늘 미팅에도 참석하나요, Table Dog님?"


동료들이 농담처럼 부르지만, 빼꼼이는 진지하다.

회의 중에도 책상 위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근무'를 이어간다.

"자, 다들 집중하세요!"

클라이언트와의 중요한 미팅에서도 빼꼼이가 화면에 등장했다. 클라이언트가 웃으며 말했다.


"이 강아지, 진짜 팀원 같네요. 월급 줘야겠는데요?"


다들 긴장을 푸는 시간이 됐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쯤 되면 월급 받아야지, 빼꼼아.'


빼꼼이의 출근은 단순한 귀여움이 아니다. 바쁜 사무실에 웃음을 던지고, 팽팽한 회의에 여유를 불어넣는다.

동료들은 빼꼼이 덕에 커피 한 잔 더 마실 핑계를 찾고, 클라이언트는 미팅이 더 친근해졌다고 말한다.


빼꼼이는 월급 대신 모두에게 작은 행복을 나눠준다.


가끔 빼꼼이가 테이블 위에서 나를 쳐다볼 때, 생각한다.

사람이나 강아지나, 결국 자기 자리를 당당히 만드는 게 중요하다.

빼꼼이는 그걸 본능적으로 안다. ㅎㅎ


Table Dog 빼꼼이, 오늘도 세상 당당히 출근한다.

빼꼼이 2살 생일

개나 사람이나, 세 살 버릇은 여든까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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