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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면서

은근 디스 하는 법

by Susie 방글이





저녁밥 냄새가 퍼지는 식탁.

접시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우리 가족은 또 유쾌한 논쟁을 시작한다.


"귀여운데, 평범해"

"아니, 평범한데, 귀여워!"


언듯 들으면 같은 말 같아 보인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뭐가 달라?" 하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만의 은유 속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귀여운데 평범하다'는 아이처럼 처음엔 사랑스럽게 빛나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 빛이 사그라지고 평범한 모습만 남는다는 뜻이다.


아이 때는 뭐든 귀엽다. 얼굴이 좀 특이해도, 행동이 어설퍼도, 모두가 "아이고, 귀여워라!"라며 감탄한다. 어린 조카가 영어 발음을 이상하게 해도 손뼉 치며 웃고, 삐뚤빼뚤 그림을 그려도 "세상에, 이건 거의 피카소인데?"라며 호들갑을 떤다.


조카가 어렸을 때 물감 놀이를 했다. 이것저것 섞다 보면, 빨강과 흰색을 섞으면 핑크가 되고, 노랑과 파랑을 섞으면 초록이 된다며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한국말이 서툰 조카가 물감을 열심히 섞더니,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Im mixing green and green!"("난 초록색과 초록색을 섞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가족 전원 박장대소. 세상에, 녹색과 녹색을 섞으면… 뭐가 나오긴 나오겠지.

바로 이런 게 아이의 귀여움이다.


서툰 영어, 엉뚱한 발상, 그리고 본인만의 당당함. 이 조합은 어른이 하면 이상한데 애가 하면 사랑스럽다. 그래서 아이들은 존재만으로 유죄, 귀여움으로 무죄다.

조카가 자라 20대, 30대가 되면 같은 행동이나 말투는 더 이상 '귀엽다'는 말을 듣지 못한다. 어른이 되어 버벅거리면 ‘귀엽다’기 보다 '덜렁거리네' 싶고, 엉뚱한 농담도 '뜬금없네'로 치부되기 쉽다.

처음엔 귀엽다가, 시간이 흐르면 그냥 평범해지는 것. 그게 바로 '귀여운데 평범해'의 의미다. 즉, 아이여서 귀여웠던 것이 어른이 되면서 사라지고 펑범한만 남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평범한데 귀여워'는 겉모습은 수수해도, 그 사람만의 따스한 매력으로 오래도록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치 어눌한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올 때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것처럼. 이건 쉽게 바래지 않는다.

우리 동네에도 다리가 유난히 짧은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닥스훈트 아님 ㅋㅋ). 걸을 때마다 다리가 동동거려서 좀 웃긴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귀엽다'는 건 꼭 외모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의 행동, 말투, 생각, 습관 같은 데서 스며 나오는 매력이다. 이를테면 나이 어린 누군가가 얼큰한 국물을 후루룩 마시며 "크아아~~ 시원하다!" 하는 순간, 괜히 귀엽다 싶을 때가 있다. 또는 엉뚱한 농담을 던져놓고 스스로 키득거릴 때, 괜히 정이 가는 그런 순간들.


특별히 예쁘거나 잘생겨서가 아니다.

화려한 옷을 입어서도 아니고, 누군가의 시선을 끌려고 애써서도 아니다. 그냥 그 사람 자체로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풀어지는 그런 매력.


'평범한데 귀엽다'는 건 그래서 오래간다. 유행을 타지 않고,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어느 순간 '아, 저 사람 참 좋다' 싶어지는 매력.


우리 딸은 이 주제에 유난히 열정적이다.

눈을 반짝이며 단호히 말한다.


"평범하지만 귀여운 게 훨씬 낫지! 일시적인 귀여움보다 진짜 매력이 오래가는 거야"


딸은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엄마는 평범한데 귀여운 쪽이야!

칭찬 맞지~?

칭찬이라는데, 솔직히 칭찬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야 근데… 이거 가만 보면, 못생겼다고 돌려 말하는 거 아니냐?"

"아니야! 그건 절대 아니지! 그냥 매력 있다는 거지~ 단순히 못생긴 거랑은 정말 달라!"


식탁 위엔 접시 소리 대신 웃음이 쏟아지고, 우리는 또 장난스레 따져본다.


"그래서 너는 뭔데? 귀여운데 평범한 거야?"

"아니, 나도 평범한데 귀여운 거지!"


어느 쪽이든, 그 말속에는 우리만 아는 애정과 유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어쩌면, 진짜 '귀여움'의 비결은 서로를 향한 이 따뜻한 말들 속에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미국 시애틀 마운트 레이니어 등산하려 우비를 샀는데, 결국 기후 악화로 산에는 못 가고 이렇게 라도 아쉬움을 달래요 ㅠ
그리고 이렇게 포토샵을 해봤죠 ㅎㅎ

저희만의 유머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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