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의 시대
여행을 다니면 식당과 카페를 내 집 드나들듯 매일 들른다.카페 구석에서 노트북을 펼친 사람은 가끔 보이지만, 식당 테이블엔 늘 여럿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며 웃고 떠든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어쩐지 눈에 띄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혼자 먹는 밥을 어색해할까?
딸이 사진을 보내왔다. 테이블 위엔 핫팟이 놓여 있고, 국물엔 신선한 야채와 고기가 푸짐하다. 네 가지 소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딸은 그 앞에 홀로 앉아 미소 짓는다. 처음엔 그 모습이 낯설고 조금 안쓰러웠다. 저 많은 음식을 혼자 다 어떻게 먹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딸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딸은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식사를즐긴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혼자서도 간다.
나는 아직도 고깃집이나 핫팟집은 여럿이 가야 제맛이라고 믿는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는 동안, "이거 좀 탄 거 아냐?" "소금 찍어 먹어!" 같은 대화가 오가며 테이블이 채워진다. 핫팟도 마찬가지다. 국물에 재료를 넣고 익기를 기다리며, “이거 다 익었지?” “새우 먼저 먹어!” 하며 실랑이하는 시간이 식사의 참맛을 만든다. 대화가 없으면 입은 행복해도 마음은 허전하다.
그런데 딸은 그 어색함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핫팟 앞에 앉아 소스를 정성스레 섞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엔 음식의 색감뿐 아니라 딸의 당당함이 담겨 있다.
남편도 다르지 않다. 출장 중엔 혼자 고깃집에 가서 2인분을 구워 먹고, 호텔 뷔페도 서슴없이 즐긴다. 먹고 싶으면 먹는 거다. 타인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
혼자 식당에 가기 어려운 이유를 생각해 봤다.
고기가 익는 동안의 어정쩡한 시간, 음식을 공유해야 제맛이라는 믿음, 한 사람에겐 부담스러운 양과 가격, 그리고 타인의 시선.
특히 문 앞에서 직원이 묻는 순간이 압권이다.
"몇 분이세요?"
이 짧은 질문에 대답하는데, 왜 괜히 시험장에 선 수험생처럼 심장이 두근거릴까.
"혼자요."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옆 테이블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드는 것만 같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그들은 그냥 자기 파스타와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바쁜 사람들일 뿐이라는 걸. 내게 쏟아지는 시선은 길어야 3초. 그 3초마저도 내가 만들어낸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어색함의 근원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너무 심하게 검열하는 것.
현대 사회에선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혹은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혼밥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딸과 남편처럼, 나도 언젠가 뷔페집 문을 당당히 열고 들어가 먹을 음식을 고르며 사진을 찍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 각자 자기삶을 살기 바쁘다. 나도 내 행복을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당당히 즐겨야 하지 않을까.
이제 내가 나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가도 생각해 보자.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나를 작게 만들기보단, 오늘의 나를 존중하고 충실히 대하는 일. 혼자 밥을 먹는 시간조차 나를위한 온전한 축제로 만들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외로운 식사가 아니라 나를 위한 잔치다.
누구와 먹느냐도 물론 좋지만, 누구든 없이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
오늘의 내가. 좋아하는 맛을.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 즐기는 것.
그것이면 된다.
어색함도, 허전함도 싹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