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연휴 속에 끼어있는 평일. 이런 날 사무실은 한산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알차게 휴가를 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예외였다. 광고 촬영이 얼마 안 남아 정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에 꾸역꾸역 출근한 참이었다. 그렇게 회사에 나와 아침부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른쪽 표정 다들 알잖아?(출처: 국토교통부 페이스북)
그러던 차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회를 담당하는 대관부서 직원. 그 사람도 오늘 출근해서 짜증 났나? 아침부터 호들갑이다. 어쨌든 그의 말에 따르면 국정감사 중에 우리 회사가 언급됐다는 거다. 당연히 안 좋은 쪽으로 언급됐을 터다. 수화기 너머의 직원은 우리 회사의 유튜브 광고가 문제라고 했다. 바로 그 문제의 유튜브 광고 때문에, 뭔가를 해명해야 한다나? 뭘 해명해야 할까. 그것도 하필 오늘? 아무튼 통화를 이어갔다.
“네? 뭘 해명해요?”
“A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얘기인데요. 극우 유튜버 영상에 우리 회사 광고가 집행되는 걸 봤대요.”
“극우 유튜버 영상에요?”
“네.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해명하라는데 무슨 말 인지… 이해 가세요?”
아마도 극우 성격의 유튜버 채널이었을 게다. 5.18이 실은 북한 때문이며, 폭동이었다고 주장하는 뭐 그런 영상 있지 않은가. 무슨 그런 영상을 올리나 싶다가도 관심과 이슈가 돈이 되는 세상에 살다 보면, 그 채널도 뭐 그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그렇게 문제 있어 보이는 유튜브 채널에 하필 우리 회사의 광고가 붙었던 거다. 만약 사실이라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저희 의지대로 광고가 붙은 게 아니거든요.”
나는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우리 의지가 아니라고요? 그럼 어디에 광고를 내보낼지 우리 의지로 내보낸 게 아니라는 건가요?”
“광고를 내보낸 건 우리 의지인데, 어디에 노출되는지는 우리 의지가 아니라…”
핵심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해당 채널에 광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 회사는 어디에 광고가 나갈지도 모르는 상태로 광고비를 지불하나요?”
그런 질문을 거꾸로 받고 보니 이상하게 생각될 만도 했다. 명쾌하게 대답을 해 주면 좋으련만. 광고가 어디에 나갈지도 모르고 광고비를 내냐는 그의 질문에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체 어디가 맞고 어디가 틀리다는 것인지 함께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그전에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바로 유튜브 광고의 ‘자동화 구매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광고가 어떤 채널에 노출될지 모른다고?
자동화 구매 방식이란, 말 그대로 광고 슬롯(인벤토리 inventory)을 자동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물론 자동으로 구매한다고 해서 돈 되는 대로 전부다 아무거나 구매하는 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돈대는 대로 구매해 광고를 집행했다면 나는 진작에 잘려서, 브런치에 백수 일기 같은 걸 쓰고 있었을 거다. 리얼함과 찌질함이 덕지덕지 붙은 글이 됐을것 같다.
아무튼 흔히들 프로그래매틱 광고(Programmatic Advertising)* 집행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광고주가 원하는 특정 조건만 입력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돌아가는 구조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광고 슬롯을 구글 알고리즘이 알아서 구매해 집행하기 때문이다.
* 프로그래매틱 광고: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아닌 이용자가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생긴 방문 기록(쿠키)으로 이용자의 소비 행태를 예측해 이용자가 원할 것 같은 광고를 선택하여 보여 주는 방식을 말한다. 애드테크(ad tech), 하이테크(high-tech) 광고라고도 부른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프로그래매틱 광고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뭔가 어려운 말처럼 들리는데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살펴보면 심플하다. 가령, 우리 회사에서 ‘스마트폰’에 관심 있는 고객에게 유튜브 광고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관심사 타깃팅을 ‘스마트폰’으로 세팅하면 된다. 그럼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시청하는 채널에 광고가 붙는다.**
예를 들자면 테크 리뷰 채널인 '디 에디트', '테크몽', '가전주부', '방구석리뷰룸' 등의 채널에 과고가 붙는 식이다. 물론 그런 채널 이외에도 조건을 만족하는 수많은 채널이 있을 거다. 얼마 전에 막 1,000명의 가입자를 모은 김개똥 채널도 있을 거고, 비슷한 김 소똥 채널도 있을 거다. 그들에게도 우리 광고가 집행될 수 있다. 그렇게 수많은 채널에 우리 광고가 집행된다. 결국 광고주는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볼만한 채널’에 우리 광고가 집행되는 정도만 알게 된다.
바로 이 점이 기존의 TV광고와 큰 차이가 나는 점이다. TV광고 슬롯을 구매할 때, 광고주는 우리 광고가 어떤 TV 채널에 언제 노출되는지 충분히 인지한 상태로 구매하게 된다. 예컨대, SBS 8시 뉴스 전탑 광고 슬롯을 구매했다면, 그날 SBS 8시 뉴스 직전의 광고는 바로 우리 회사 광고가 나간다. 이렇게 명확하고 확실한 상품 구매가 유튜브에서 불가능한 데는 매체 특성에 때문이다. 한번 광고를 집행할 때 최소한 수만 개의 채널에 노출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그 많은 채널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최적화된 상태로 광고를 집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것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내가 광고 인벤토리(광고 슬롯)를 구매하는데, 그 인벤토리의 위치를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다. 중국집에 들어가서 자장면이나 짬뽕을 고르는 게 아니라, "오늘은 좀 촉촉한 식감에 매콤한 음식이 먹고 싶어요" 라고 말하면 주방장이 알아서 요리를 가져오는 식이란 말이다. 중국집에 들어가서 정확히 메뉴를 골라서 시키는 방식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좀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유튜브 광고 특성 때문에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광고주가 원치도 않은 채널에 광고가 노출되는 문제 말이다. 위에서 처음 언급한 것 같은 국정감사 이슈 때의 논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진작부터 이런 이슈가 있어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2017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당시 테러단체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올린 영상에 영국 정부 광고와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가 붙었다. 아, 그러니까 실은 삭제되어야 마땅한 영상에 광고까지 붙게 된 상황인 게다. 그것도 무려 정부 광고와 글로벌 기업의 광고가 붙은 거다.
노란 음영 부분을 보면 '광고가 테러리스트 콘텐츠 옆에 집행됐다'라고 한다ㅜㅜ (출처: 블룸버그)
이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결과는 자동화 구매 방식이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놀랍게 효율적이며 효과적이기까지 한 기술의 진보가 갖는 숙명적 그림자 같다. 그렇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것은 각 플레이어들이 이런 한계를 나름의 방법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주가 찾은 나름의 해결책과 해결방안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이자 광고주를 대상으로 세일즈를 해야 하는 구글의 입장에서는 또 나름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볼 수 있다.
과연 그게 뭘까.
다음 글에서는 바로 그 부분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려고 한다. 문제를 만났을 때 해답을 찾아가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섹시해 보인다. 때문에 다음 편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가? 사실대로 말하자면 원래 이번 편에서 다 풀려고 했는데 분량 조절 실패다ㅜㅜ 다음 편을 기대해 달라
간단히 '나'에 대해 소개하자면, 유난히 광고의 턴오버가 빠르다는 통신회사에서 광고 담당자로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캠페인을 진행하며 폭망 해 보기도 하고 대박이 나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유튜브는 어렵다. 그럼에도 엎어지고 자빠지며 구르다가 이제는 어떻게 넘어지면 좀 덜 아프다는 것까지 알게 된 것 같다. 나처럼 더듬더듬 한 걸음씩 걷고 있는 또 다른 마케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도 안된다면 여기 당신처럼 어리바리하며 노심초사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한 명 정도 더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는 마케터가 과연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소소하지만 현실적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