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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Soo Seo Oct 22. 2020

지금 우리가 취향에 주목하는 이유

유튜브 '타깃 마케팅' 특집(1) 




우리 회사 점심시간은요  



직장인의 최대 고민거리이자 풀리지 않는 난제 중 하나가 바로 점심 메뉴 정하기 아닐까. 사실 요즘이야 유연근무가 확대되면서 점심시간의 경계도 흐려지고, 각자 알아서 먹는 문화도 많아지긴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회사에서 ‘밥’은 꼭 같이 먹자며, 그게 무슨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이나 되는 양 꼿꼿하게 지켜가고 있다는 거 다 안다. 아, 물론 우리 팀도 예외가 아니다. 저 멀리 회의 간 막내를 굳이 모든 팀원이 ‘의리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익숙하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메뉴 선택 또한 모두가 불만 갖지 않을 것으로 골라야 한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할 텐데, 실은 거참 뒷골 땡기는 일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말이다. 


몇 해전 같이 일한 L대리는 각종 탕이며, 찌개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아재 인생 2회 차 같은 걸쭉한 입맛을 자랑했다. 어째 나이는 Gen Z에 가까운데 입맛은 부장님이랄까. 정작 부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팀장님은 매운 건 전혀 못 드시니, 주꾸미는 상상도 못 하고, 짬뽕을 먹을 때도 꼭 백짬뽕을 시켜야 하는 뭐 그런 스타일이다. 김치를 물에 씻어줘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어린이 입맛이랄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와 햄버거였으니 말 다했다. 대체 둘은 왜 한 팀 일까 생각하다가, 어찌어찌 그 둘을 설득해 매 점심시간마다 보물섬을 찾아 나서는 해적들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냥 아무거나 주는 거 처먹어’를 외치는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식당을 찾았어야 했는데. 끝내 못 찾아 아쉽지만 나중에는 대충 내가 먹고 싶은 거 위주로 골랐던 것 같다. 


대체 왜, 점심 메뉴 하나 고르기가 이렇게 어려운 걸까. 


사실 과거라고 해서 쉬었을까 싶지만, 요즘 들어 더욱 어려워 진건 사실이다. 선택지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광화문만 하더라도 온갖 종류의 글로벌한 요리의 대 향연이 펼쳐진다. 그중에 무얼 골라야 할까. 아이스크림 31가지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렇게 넓어진 선택지는 개인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개인들의 그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경험해 보니 나에게는 이게 맞고, 또 저건 안 맞는다는 사실을 더 잘 알게 된다는 말이다. 짬뽕 한 그릇도 홍합만 넣고 깔끔하게 끓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낙지부터 전복까지 각종 해물이란 해물은 다 넣고 끓인 황제 해물짬뽕을 좋아하는 사람까지, 혹은 같은 짬뽕이라도 유난히 면발이 탱글탱글한 바로 그 집 짬뽕만을 선호하는 디테일한 취향까지 참으로 다양한 취향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축적되며 개인의 취향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꿈틀거리며 분화한다. 


정리하자면 우리의 점심메뉴 선택이 어려운 건, 선택지가 엄청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향들이 계속해서 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이 어려운 건 점심식사뿐이 아닙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선택이 어려운 게 어디 점심식사 취향뿐일까. 


방금 말한 '환경의 변화'와 '경험의 변화'에 따라 내가 소비하고 즐기는 모든 것들의 선호는 참으로 다양하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이렇게 다양한 선호가 존재하는 세상이 건강하고 좀 더 재미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이야 건강하고 재미나지만, 실은 이런 상황이 마케터에게 좀 난처하고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 마케터가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챙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파 매체가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였을 때 고객을 연령과 성별에 따라 나누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세대에 따라 취향도 어느 정도는 유사하게 움직였고, 그런 연령 분류에 따라 마케팅을 계획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어림도 없다!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굳이 L대리와 팀장님 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이 각자의 취향과 선호는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그런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게다가 그 선호와 취향이라는 게 점점 더 세분화되어 간다. 이제 피자를 좋아하는 부장님과 추어탕 마니아 L대리를 연령으로 분류해 푸드 마케팅을 한다면 결과는 폭망이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이 마케팅 업계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결국 고객에게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려면 그들을 분류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는 세상을 보는 관점의 전환과도 같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어리바리하는 이런 마케터의 니즈를 구글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데이터 매니징 능력 하나로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된 곳답게, 그들이 고객 데디터를 메니징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많은 부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유튜브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들이 분류해 놓은 기준을 따라 실제로 우리 캠페인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고객의 반응을 직접 체험하는 짜릿한 손맛을 볼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고객을 디테일하게 분류하고, 또 그들을 향해 마케팅을 하고 그 반응을 다이내믹하게 확인해 볼 수 있게 된 게 진짜 몇 년 되지 않았다! 


아 이건 진짜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어찌 보면 마케터로서 진짜 흥분되고 신나는 순간이 마침내 지금 바로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거니까 말이다. 혹시라도 아직 이런 신세계에 온몸을 던지지 않은 마케터가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곳으로 오라고 적극 호객행위를 하고 싶다. 그게 이 글을 쓴 목적이기도 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그래도 문제없다. 구글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고객 분류를 쫙~ 펼쳐놓고 그에 함께 알아가 볼 거다. 바로 이 글에서 말이다. 연령과 성별 정도의 타깃을 넘어 과연 얼마나 디테일하게 나눠 볼 수 있는지, 유튜브의 타깃 분류를 함께 보자.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아보고 나면 우리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이 분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라 확신하다. 

 



p.s.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Targeting 은 '타기팅'으로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만, 영 어색하고 맛이 잘 안살아서 이 글에서는 '타겟팅'으로 표현했습니다. 가급적이면 표기법에 맞춰 적고자 하는데 쉽지 않네요. 참로고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Lobster 는 '로브스터'랍니다 ㅎㅎㅎ






적어도 이것만은 꼭! 유튜브 타겟팅의 종류 



유튜브 타겟팅 중, 지금까지 내가 주로 사용했던 것은 아래와 같이 5가지 분류다. 물론 5가지 이외의 다른 종류의 타겟팅도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내가 경험한 바로는 아래 5가지 정도가 가장 유용했다.


 1) 관심사 / 주제 

 2) 게재 위치 

 3) 인구통계 

 4) 단말 

 5) 리타겟팅



그럼 각각의 타겟팅의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1) 관심사 / 주제 



관심사 타겟팅은 특정 항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고객군>을 분류한다. 예컨대, 마케터는 관심사 타겟팅을 통해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이런 고객들은 ‘캣타워’나 ‘고양이 탐정’ 등을 검색하거나 관련 영상을 시청함으로써 ‘고양이’에 관심 있는 고객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고양이 사료를 마케팅하고 싶어서, 관심사 타겟팅을 했다면 '고양이에 관심 있는 고객'이 보는 영상이라면 어디든 광고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고양이 영상뿐만 아니라, 자동차 리뷰 영상, 토익공부 영상에도 광고가 노출될 수 있다. 


주제 타겟팅은 특정 주제로 유튜브 <콘텐츠>를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고양이’라는 주제로 ‘주제타겟팅’을 한다면, ‘고양이’를 주제로 한 영상에만 광고가 집행될 수 있다. 즉, 고양이 사료를 마케팅하고 싶어서, 주제 타겟팅을 한다면 고양이가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노출된다. 이때 고양이와 상관없는 자동차 리뷰 영상이나 토익공부 영상에는 광고가 노출되지 않는다. 


요컨대, 관심사 타겟팅이 ‘사람’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라면, 주제 타겟팅은 ‘콘텐츠’를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둘은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타겟팅의 결과값은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에 함께 언급했다. 구글 애즈(google ads)에서 보면, 아래와 같이 관심사 항목별로 주간 예상 노출 규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2) 게재 위치 



게재 위치 타겟팅은 특정 유튜브 ‘채널’이나 특정 유튜브 영상에 광고를 붙이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제니'를 모델로 한 광고를 만들었다면, '블랙핑크' 유튜브 채널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모델에 상당한 호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노출하는 것이므로 광고효과 또한 일반 대중에 비해 훨씬 좋을 것이다. 신규 핸드폰 단말을 광고하기 위해서 IT유튜버나, 테크 유튜버 채널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된다. 


그러나 경험상 이런 게재 위치 타겟팅은 노출할 수 있는 모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따라서 노출이 충분히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관심사’나 ‘주제’ 타겟팅에 비해 도달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짧은 시간 안에 이슈화를 시켜야 하는 광고의 숙명을 오롯이 수행하기엔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게재 위치’ 타겟팅을 할 때는 전체 예산중 일정 비율만 배정해 운영해 가며 고객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3) 인구통계 



‘인구통계’ 타겟팅을 통해서는 기본적으로 연령별, 성별에 따른 타겟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자녀 유무, 가계소득 등을 기준으로 타겟팅을 진행할 수도 있다. 키즈 교육상품을 출시했을 때, 자녀 유무 타겟팅과 연령타겟팅을 동시에 걸어 최상위 잠재 고객에게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런 의문을 갖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구글에 내 소득이나 자녀 유무를 입력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그 유명한 미국 마트 Target의 일화로 대신해 볼까 한다.

 

Target 에서는 고객 맞춤형 브로셔를 보내곤 하는데, 아이가 없는 가정에 자꾸만 신생아용 육아용품 브로셔가 날아오게 됐다. 대체 이 쓰레기들은 뭔가 싶어 분노가 치밀어 오를 무렵, 그 가정은 얼마 안 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고등학생 딸이 아이를 임신했다는 놀라운 사실 말이다.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Target은 알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바로 고객의 쇼핑 패턴 등을 분석한 결과다. 예컨대, 여성이 갑자기 향이 없는 로션을 찾기 시작했다면 임신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식이다. 

 

결국 소득분포나 자녀 유무 등도 같은 방식으로 추론해 나갈 수 있다. 물론 얼마나 정교하게 추론해 낼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4) 단말 



‘단말’ 타겟팅은 상당히 흥미롭다. 고객의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 단말의 구체적인 기종을 딱 찍어서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갤럭시 S10을 사용하는 고객에게만 광고를 할 수 있다. 이는 신규 핸드폰 단말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면 유용한 타겟팅이 될 수 있다. 핸드폰 교체 주기가 평균 1.5년 정도 된다고 가정할 때, 출시된 지 1.5년 이상된 구형 플래그십 단말을 가진 고객에게만 신규 플래그십 핸드폰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좀 더 정교하게, 핸드폰 교체 니즈가 가장 큰 2030 세대를 중복 타겟팅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신규 핸드폰 모델이 나올 때마다 항상 광고를 하는데. 앞서 말한 단말 타겟팅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5) 리마케팅 



‘리마케팅’은 한번이라도 우리 회사 채널의 영상을 시청한 경험이 있거나, 우리 회사 상품과 관련된 주요 키워드를 검색한 이력이 있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어떤 방식으로는 우리 회사나 우리 회사 상품에 관심이 있는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실제 광고 집행을 해 봐도 다른 타겟군 대비 좋은 결과가 나오는 편이다. 다만, 타겟군 특성상 회사 관계자나 직원일 가능성도 있다. 엄한데 돈 쓰며 광고되지 않도록 리마케팅 비율은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정리



지금까지 유튜브 타겟팅 5가지에 대해 살펴봤다. 그 외에도 퇴근 시간에만 광고를 노출한다거나, 특정 키워드를 검색한 고객만 타깃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도 있다. 또한 특정 지역을 기준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까지 언급한 타깃들을 다양한 조합으로 중복설정 해 좀 더 디테일한 맞춤형 타깃 군을 만들 수 있다. 내가 광고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전에 없이 디테일하고 세세하게 고객을 분류해 그들 입맛에 딱 맞는 마케팅을 할 기회에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느낀다. 취향 세분화의 끝은 결국 개인 맞춤형 아닐까. 광고 또한 결국은 개인 맞춤형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곳을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써 지금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 브랜드와 상품은 생존하기도 하고 또 먼지처럼 흩어지기도 할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브랜드 들이 그랬듯 말이다. 


점점 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게 될 건 자명하다. 나는 그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다이내믹하고도 재미있는 세상이 기대가 된다. 한편으로 마케터로서 그 많은 사람들 속을 헤엄치며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아 짐을 느낀다. 한 명 한 명의 취향들을 알가며 스나이퍼처럼 딱 맞는 취향저격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고객들도 그걸 원하고 있다. 누가 말했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얼마나 디테일해질 수 있는가. 지금 마케터에게 고객은 묻고 있는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타겟팅을 실행하며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적 문제 상황을 살펴보려고 한다. 딜레마적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상당히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다.




/ 다음 편 계속 /





P.S. 마지막으로 내가 애정 하는 브랜드 나이키의 최근 광고 한편을 투척한다. 나이키는 보고 있으면 뭔가 울컥하게 만드는 광고를 참 잘해. 부럽쓰!



▶ 더 많은 마케팅 이야기


▶ 출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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