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광고의 '메시지 구성'이 궁금하다면
“이 그래프 보셨어요?”
Z대리는 유튜브 광고의 고객 이탈률 그래프를 보고 있었다. 어느 시점에 고객이 스킵 버튼을 누르는지 보려는 것이었다. 그걸 보면 우리 광고의 개선점을 찾을 수 있을 테다. 그런데 너무 당연하게도 고객들은 6초 후 '스킵 버튼'이 활성화 되자마자 대부분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다. 어느 시점에 주로 빠져나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스킵 버튼'은 폭풍 클릭 대상이었다.
“응. 그 그래프 봤지.”
“6초 후에는 대부분 다 빠져나가 버리는데요. 우리가 힘들게 만든 광고인데... 너무 아쉬워요”
“그렇지. 근데 Z대리는 유튜브 보다가 남의 광고 끝까지 본 적 있어?”
“음... 그렇긴 한데...”
“그렇긴 한데 괜찮아, 어차피 30초 이상 시청한 사람한테만 광고비가 나가거든. 그러니까 스킵 버튼을 바로 눌러서 빠져나간다고 해도 우리 입장에서 금전적인 손해는 없단 말이지. 대신 그렇게 나가는 사람한테 뭐라도 남기면 좋은 거고.”
“아, 맞아요! 30초 기준 과금이었죠? 음... 그럼 우리는 시청자가 최대한 오래 보게 해야 하나요? 아님 어차피 뭘 해도 대부분 빠져나갈 테니 광고 초입에 할 말을 해 버려야 하나요?"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어려운 질문이네.”
Z대리의 고민은 아마도 모든 마케터들의 고민일 것 같다.
유튜브 고객 이탈 그래프를 보면 허무할 정도로 대다수의 고객들이 스킵 버튼이 켜지자 마자 빠져나가 버린다. 통상 30초 지점까지 10명 중 8명이 훅 빠져나가는데,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커브를 그리게 된다. 나머지 2명은 켜놓고 화장실 갔거나 실수로 살아남아 있는 건가? ㅎㅎ
* 고객 이탈 그래프 - 6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게 보인다
다행스러운 건 이렇게 빠져나가는 이들에게는 굳이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광고비 과금은 30초 지점부터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30초까지는 공짜 광고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도입부 6초간은 스킵도 할 수 없으니 이걸 기술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결국 ‘스킵할 수 있는 인스트림’ 광고의 시간대별 포인트를 짚어 도식화(시각화) 하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가 가능하다.
* 스킵 광고(트루뷰 인스트림 광고) - 시간대별 포인트
위와 같은 구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그렇다면 6초라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라는 생각이다. Z대리의 의견처럼 아마도 두 가지중 하나를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하나는 6초 이후까지 최대한 많은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어차피 나갈 사람들은 다 나갈 테니 6초 안에 뭐라도 하나 남기는 전략이다. 둘 중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우리의 고민은 바로 이 둘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첫 번째 전략은 바로 광고 도입부에 우리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출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후좌우 맥락 없이 하고 싶은 말부터 일단 짠! 하고 보는 일종의 전진배치다. 어차피 6초 동안 스킵하지 못하니 그런 특징을 십분 활용하는 거다. 그 6초 동안 우리 브랜드나 슬로건을 배치할 수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랩을 하든 브랜드 로고만 보여주든, 어쨌든 그렇게 일단 고객에게 뭐 하나라도 남기겠다는 전략이다. 그 옛날 유튜브 광고가 태동하던 5~6년 전 'GEICO'라는 회사가 이를 파격적으로 활용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이미 수년이 지난 지금 기업들은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잘 이용하는 곳도 있고, 너무 맥락이 없어서 '이건 대체 뭥믜?!'라는 생각이 드는 곳도 있다. 이 기법은 현재까지도 진화 중이라고 봐야 할것 같다. 아무튼 밑도 끝도 없이 일단 브랜드부터 노출하는 각 사례들을 살펴보자.
[ 밑도 끝도 없이 가장 먼저 브랜드부터 노출하는 광고들 ]
* 야놀자 - “쌓이면 여행을 초특가로”
https://www.youtube.com/watch?v=-AMwTKVQmZI
* 동원참치 - ”이 집 참치 맛집이네~ 오조오억 개 참치 레시피”
https://www.youtube.com/watch?v=cPJiPphm8tg
* 동아제약 - ”숙취해소 개념 장착! I 2020 모닝케어”
https://www.youtube.com/watch?v=ZmY379YYzX0
* KT - 쓰임새 있게
https://www.youtube.com/watch?v=0zW5BjOZd9k&t=2s
재미있는 건 TV 광고의 경우, 하고 싶은 말은 항상 가장 마지막에 했다는 점이다. 정확히 6초안에 할말을 하는 위의 전략과 정 반대로 말이다. 마지막에 브랜드를 남기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항공이다. 모든 광고 말미에 한 외국 아저씨가 느끼한 목소리로 “Excellent in Flight Korean air” 라는 징글을 읽었다. 현대차도 그랬고 삼성전자도 그랬다.
시간순서대로 시청할 수 밖에 없는 TV 광고는 광고 초반부에 시선을 끌고 마지막에 하고싶은 말을 하는 '미괄식 구성'이 맞는 순서였다. 하지만 유튜브는 정 반대로 '두괄식 구성'을 할 수도 있다. 시청자가 미디어를 이용하는 행태가 바뀌니 광고의 문법 또한 이렇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법을 날래게 활용하는 기업이 있고 그렇지 못한 기업이 있으니 우린 과연 어느 쪽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 이런 방법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잠깐 멈춰 서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 보자. 우리 주변에 이렇게 다짜고짜 제일 먼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안부인사나 쿠션 멘트도 없이 본론부터 직진하는 사람 말이다.
음... 그러니까 아마도 '비밀의 숲' 황시목 검사 정도? 그는 일이라도 미친듯이 잘하지. 아님 잘생기기라도 했지.
공감능력의 결여는 사회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관계를 좀먹는 세균같은 요소다. 아마도 친구들은 이유 없이 슬슬 그를 피하게 될지 모르겠다. 직장 상사라면 불통의 아이콘이 되며 점심은 꼭 혼자서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런 불통의 아이콘이 물건을 팔려한다면? 필요도 없는 옥장판 같은 걸 자꾸 다짜고짜 사라고 한다면? 결과는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다시 '6초 만에 다짜고짜 자기 할말부터 하고 보는 브랜드'로 돌아가 보자.
그건 고객의 중도 이탈률이 높기 때문에 도입부에서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는 심상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컬 하게도 바로 그런 방식때문에 고객은 우리 광고를 혐오하며 떠나게 될 수 있다. 결국 이 전략을 잘못 사용할 경우, 우리 광고에 질려버리는 안티 팬을 대량 생산해 낼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브랜드 로고나 슬로건을 다짜고짜 제시하는 것에서 뭔가 흥미요소를 추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게 뭘까?
구글에서는 친절하게도 딱 찍어서 설명해 준다. 수많은 광고의 이탈률 분석을 하며 얻게 된 인사이트를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으니 꼭 활용했으면 한다. 그건 바로 '인물'을 정면으로 크게 배치해 '시선'을 마주칠 수 있게 등장시킨다거나 '빠른 편집' 등을 기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영상 초기에 그런 방식을 통해 광고 메시지 상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구글 - 고객 여정의 각 단계에 효과적인 동영상 광고를 만드는 방법 (출처: Think with google)
6초라는 시간을 다르게 활용할 수도 있다. 우리 광고를 좀 더 보게 만들 장치로 활용하는 것이다. 단순히 하고 싶은 말을 도입부에 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 자체에 흥미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장치를 심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광고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영상의 클라이 맥스 부분을 도입부에 배치하거나, 다음 부분이 엄청 궁금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타일러가 등장하는 리얼클래스 광고를 보면 “'코트 벗지마'를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라는 물음을 던진다.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6초 뒤 장면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 “Don't take off the coat! 는 아닙니다!”라고 말한다면? 심지어 그 답이 내가 머릿속에서 생각한 답이라면? 그 다음 말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광고를 계속 보게 만들 요인을 '헨젤과 그래텔'처럼 심어 둘 수 있다.
* 리얼클래스 - 타일러가 알려주는 영어. “취미가 영어로 뭐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uoxSXqF2JAA
그러니까 딱 첫장면에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을 갖게 된다면? 당연히 우리 광고를 좀 더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첫 번째 전략(도입부에 브랜드를 강제 노출하는 전략) 보단 브랜드 인지도나 선호도 면에서 보다 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튜브 광고 도입 초창기인 5~6년 전에는 5초 스킵 버튼을 누르지 말라는 절박한 행동을 유머러스하게 하는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그런 행동으로 6초를 더 보게 한다한들, 광고가 그냥 6초 늦게 시작하는 것 이외에 무슨 효과가 있나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 됐다. 그래서 요즘엔 제발 스킵 버튼을 누르지 말라는 애원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신, 초반에 어떻게 해서든지 관심을 끌어 일단 ‘스킵’ 자체를 보류하게 만드는 광고가 늘었다.
고객이 일단 ‘어? 저게 뭐지?' 정도의 호기심만 갖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심리학에서는 <Put in the Door>라는 용어로 이런 전략을 설명한다. 이는 작은 요구에서 시작해 결국 그와 관련된 더 큰 승낙을 얻어내는 방법을 말한다. 옛날 옛적에 영업사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물건을 팔던 시절, 일단 집에 들어가기만 해도 판매할 확률이 올라가던 걸 빗댄 말이다.
실제로 흥미로운 스토리를 이용해 시선을 붙잡아 끄는 사례 2개를 살펴보자. 일단 몇 초동안 시선이 머무르면 나도 모르게 다음 내용이 궁금해질 수 있어 광고를 넋 놓고 보게 된다.
* KCC - "기안84의 페인트 교실 (밥아저씨편)"
https://www.youtube.com/watch?v=6WN8jAJ7NTQ
* 스위첸 - "2020 문명의 충돌"
https://www.youtube.com/watch?v=B0wcoNbqihc
유튜브 광고에선 전파 광고에서 먹혔던 문법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1)결국 핵심 메시지를 광고 도입부에 등장시키거나, (2)호기심을 유발해 우리 광고를 좀 더 보게 하거나 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 두 가지 방법이 서로 상충하는 면이 있다. 그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결국, 둘은 상황에 맞게 선택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신규 브랜드나 상품을 론칭할 때는 (1)번 전략이 유용하다. 설명이 필요한 광고나, 무형의 서비스 광고일 때 (2)번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건 하나의 스킬을 익히려는 것이 아닌, 우리의 브랜드와 서비스를 고객에게 알리고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함이니 말이다. 광고가 콘텐츠화 되어가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콘텐츠 자체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킬지, 최초 6초간 할 말을 압축적으로 넣어야 할지 마케터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이건 우리 콘텐츠에 흥미와 호감을 만들어 가기에 엄청나게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유튜브가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공짜 광고 시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30초 까지도 공짜 광고 시간은 계속된다. 이걸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마케터들이 더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 다음 편 계속 /
p.s. 오늘 마지막으로 붙일 광고는 최근 온에어 된 오레오 광고다. LGBT를 과감하게 다루고 있는데, 국내 기업은 감히 도전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