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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Soo Seo Dec 11. 2020

모르면 손해 보는 유튜브 광고 노출 원리

디지털 광고의 브랜드 세이프티 문제. 우짤겨?!(하)


전편의 글에서 징검다리 휴가에 출근한 구구절절한 내 사연을 설명했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이었지만 더 슬픈 건 우리 광고가 요상스러운(?) 유튜브 영상 앞뒤에 붙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니까 뭐 518이 폭동이었다거나 북한군의 소행이었다거나 하는 그런 영상 있잖은가. 바로 그런 영상에 우리 광고가 붙다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은 징검다리 휴가기간에만 일어날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해명해야 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저희 '의지'대로 붙은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핵심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그런 몹쓸 채널에 광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그 모든 건 유튜브 광고 슬롯 구매 방식이 ‘자동화’ 방식 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광고주가 타깃 범위만 설정해 주면 자동으로 광고 인벤토리를 구매해 집행하는 이 방식은 전편*의 글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 전편 참고



이번 글에서는 이런 자동화 구매 방식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니, 단순하게 해프닝이라고 하기엔 당사자들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사건(?)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럼 이제 모니터 앞에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 보자. 






지금으로부터 불과 3년 전인 2017년에 있었던 일이다



테러단체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영상을 찍었다. 찍은 것 까진 좋은데 무려 유튜브에 해당 영상을 업로드해 만천하게 공개했다. 뭔가 좀 극단적인 사람들은 꼭 그렇게 자기 생각과 행동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 하던데 아무튼 이번에도 딱 그런 케이스였다. 뭐 유튜브에 올리는 것 까지는 그렇다 쳐도 거기에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 영상에 광고가 붙은 것이다. 그것도 심지어 영국 정부 광고와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였다. 


그러니까 총을 든 테러리스트가 등장하는 영상 딱 중간에 갑자기 영국 정부에서 만든 국뽕 가득한 광고가 돌아간다고 생각해보자. 곧이어 이 샴푸만 쓰면 머릿결이 비단 같아진다는 샴푸 광고가 등장한다고 생각해 보자. 광고가 끝난 후 복면을 쓴 테러리스트들이 다시 나타나 쇼미더머니 랩배틀 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극단적인 주장을 설파한다고 생각해 보잔 말이다. 



예를 들면 뭐... 이런 거? ㅜㅜ 한 달에 5파운드를 내면 가디언 멤버가 될수 있군요ㅜㅜ 멤버 가입 안하면 뒤에 형들이 탄알집으로 정수리 찍을것 같은 포스




광고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아찔한 일이다. 그게 왜?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심리학 이론 중에 ‘고전적 조건화’라는 게 있다. 파블로프 개 실험으로 잘 알려진 심리학 이론인데, 광고 업계에서도 줄기차게 적용되는 이론이다. 그러니까 개에게 밥을 줄 때마다 종을 쳤는데 나중에는 종만 쳐도 개가 침을 흘리더라는 내용인데, 광고주가 유명 광고모델을 쓰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유명 광고 모델의 호감도를 자사 상품과 연결시키려는 의도로 말이다.


이 고전적 조건화라는데 얼마나 고리 골짝부터 먹히는 방법이었으면 이름에 ‘고전적’이라는 말이 붙어있다. 하여간 광고주들이 자사 광고를 심혈을 기울여 만들며 브랜드 자산을 금지옥엽 각별하게 대하는 걸 생각해 보면 위의 테러리스트 광고 사건은 가벼히 여길일이 아니었다. 종갓집에서 신주를 뒷간에 모신 것만큼이나 불경스럽고 무례한 거라고 보면 어떨까. 하여간 뒷목 잡을 일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게 불경스럽고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 



누가 종을 친 것 같긴 한데...




구글의 수익 배분 구조를 보자. 


광고주가 광고비를 지불하고 나면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을 그 돈을 유튜버와 나눠 갖는다. 그러니까 의도했든 안 했든 결과적으로 광고주는 해당 유튜브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광고비로 말이다. 쉽게 말해 영국 정부와 로레알이 그 극단주의자들에게 광고를 함으로써 그들에게 금전적으로… 아,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아무튼 이게 참 이렇게 나비효과 같은 일이 생긴다. 물론 해당 광고주들은 기겁해서 광고를 내렸고, 유튜브에서도 대응을 했지만 일단 벌어진 일을 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열 받은 광고주들은 유튜브 광고 보이콧을 선언하기까지 이르렀다. 


거기에 CNN은 2018년에 300개가 넘는 기업들의 광고가 극단주의자들이 올린 영상에 집행됐다는 기사를 냈다. 무려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다소 심층적으로 다뤘다. 이 300개 기업 안에는 미국 정부가 고용한 대행사도 포함돼 있어, 결국 미국의 세금이 극단주의자들에게 흘러간 꼴이라는 말을 더했다. 더구나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광고가 이런 채널에 올라갔는지도 알지 못했다는 언급도 있었다.   


점입가경이란 이럴 때 쓰면 딱 들어맞나? 어째 점점 더 꼬이는 것 같다. 



유튜브가 극단주의자 채널에 광고를 돌렸다는 내용의 기사(출처: CNN 기사) 






그래서 등장한 유튜브의 자정 노력



결국 광고주들을 ‘혹시 우리 광고도?’ 라며 유튜브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유튜브는 당연하게도 자정 노력을 약속했다. 좀 웃기지 않나? 이 글의 전편에서 언급한 ‘극우 영상에 우리 회사 광고가 붙은 사건’과 정확히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쨌든 유튜브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특정 영상에는 광고가 붙지 않도록 필터링을 강화하게 됐다. 


이른바 노딱으로 불리는 노란 딱지 제도가 강화된 배경이다.  


유튜브 노란딱지 관련 영상들



결국 노란 딱지로 분류된 영상에는 광고가 붙지 않게 된다. 물론 노란 딱지 붙은 영상은 시청자가 시청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오직 해당 영상을 올린 유튜버 입장에서 불편하다. ‘노란 딱지 = 광고 불가’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고 불가 = 수익 감소’라는 3단 논법에 의해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튜버들이 노란 딱지만 보면 발끈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노란 딱지는 대체 어떤 영상에 붙게 될까? 여기서 유튜브 경영진의 의견을 들어보자. 



“유튜브에 존재하는 자유로운 표현과 광고주가 원하는 콘텐츠는 서로 다른 것이다”

- 아리엘 바딘 유튜브 부사장 - 


출처: JTBC뉴스



그의 말은 심플하고 명확하다. 광고주가 싫어할만한 영상에 노란 딱지를 붙인다는 말이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노란 딱지다. 자비란 없다.* 



* 참고 - 유튜브 공식 가이드 







그리고 등장한 광고주의 노력 - 화이트 리스트 & 블랙리스트



이러한 유튜브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영상을 일일이 막아낼 순 없다. 


그래서 광고주들이 자체적으로 찾아낸 방식이 바로 채널 타깃팅이다. 특정 채널에만 자사의 광고가 나갈 수 있도록 타깃팅을 한다는 말이다. 이는 자동화 구매에서 일부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광고주가 특정 채널을 딱딱 찍어서 정해주고 그 안에서만 집행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IT제품 광고를 위해 <가전주부>, <디에디트>, <방구석리뷰룸> 등의 채널을 딱 찍어서 해당 채널에만 광고를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심플하게 화이트 리스트 방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쉽게 말해 채널 타깃팅이라고 하는 것이다. 


광고 매체로서 이렇게 디테일하게 타깃팅을 할 수 있다는 건 마케터에게 신나는 일이지만 그보다 단점도 엄연히 존재한다. 저렇게 특정 채널만 골라서 광고를 집행할 경우 광고 노출이 상당히 더딜 수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광고 노출할 수 있는 모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사실상 광고 노출이 거의 안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정된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코 유리한 세팅이 아닌 것이다. 즉, 우리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굳이 ‘가전주부’ 채널에만 광고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냥 IT/테크 마니아 고객을 타깃으로 하거나, 핸드폰 구매 의향이 있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면 된다. 


내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면 한 번은 인기 아이돌을 모델로 써서, 그 아이돌 채널에 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며칠 만에 광고를 중단했다. 거의 광고 집행이 안되고, 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외국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특정 채널만 골라서 광고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그 어려운 일을 직접 해내는 광고주도 분명히 있다. 




P&G가 그렇다. 

바로 이 친구들



P&G는 특정 채널에만 광고가 나가도록 하는 화이트 리스트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그렇게 딱 1만 개의 채널을 직접 엄선했단다.* 기존 광고 집행 시 약 300만 개 채널에 광고가 노출됐던 것에 비하면 광고 커버리지가 30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결국 광고 도달률이 엄청나게 떨어질 것이고 비용은 드라마틱하게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만 P&G는 그 보다는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지키고자 했다. 이게 딱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자사의 브랜드를 철통처럼 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그런 의지가 관철되는 환경은 브랜드 마케터로서 엄청나게 부러운 부분이다. 


*출처: 더PR [혐오영상 넘쳐나는 유튜브, 광고주에 필요한 ‘블랙·화이트리스트’] 




이렇게  특정 채널만 골라서 광고를 집행하는 방법과 정 반대의 방법도 있다. 특정 채널만 배제하고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 광고는 <가전주부>, <디에디트>, <방구석리뷰룸> 채널을 제외하고 집행할 수 있다. 그렇게 딱 3개 채널을 배제한 채 특정 조건하에서 자동화된 광고 구매를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블랙리스트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런 블랙리스트 방식은 실제로 많은 브랜드 광고가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정치, 젠더, 종교 등의 극단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채널의 리스트를 만들어 해당 채널에는 광고가 집행되지 않게 하고 있다. 또한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정도의 퀄리티가 낮은 채널 등은 배제할 수 있다. 그러니까 각 브랜드들은 대부분 이런 채널에는 우리 광고가 나가면 안 된다는 기준을 갖고 있고, 그에 부합하는 배제 채널 리스트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필터링을 하며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다. 





정리. 결국엔 <브랜드 세이프티>의 문제 



두 편에 걸쳐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 먼저 다른 부서 직원의 갑작스러운 전화가 있었다. “우리는 어디에 광고가 나갈지도 모르는 상태로 광고비를 지불하나요?” 결론적으로 대답은 '예쓰'다. 유튜브 광고의 노출 위치는 광고주도 잘 모르는데 그건 바로 유튜브의 ‘자동화 구매 방식’ 때문이었다. 이런 방식 때문에 테러리스트 영상에 정부 광고가 붙기도 하는데, 이는 유튜브 매체가 갖는 한계점이기도 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튜브는 대대적인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1)노딱 제도를 통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영상들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이런 자정 노력에 빈틈이 생길수록 플랫폼의 신뢰도는 낮아지고 광고주는 떠나갈 수 있다는 걸 유튜브는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활을 걸고 노력할 거라고 본다. (2)광고주 또한 광고 노출 위치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정 채널에만 광고를 노출하는 ‘화이트리스트 방식’과 특정 채널의 광고 노출을 사전 차단하는 ‘블랙리스트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브랜드가 어떤 매체와 채널에 노출되느냐는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급 명품 브랜드 들은 빳빳하고 두꺼운 잡지에만 광고를 내기도 한다. 우리 브랜드의 로고와 상품이 길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에 인쇄돼 길바닥에서 발자국이 남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매체의 특성이 얼마나 고급감이 있느냐에 따라 광고 단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무'라도 썰듯한 빳빳함! 요게 바로 잡지 광고의 찐매력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유튜브는 그다지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태생 자체가 ATL 매체가 갖는 고루한 면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매체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이유 만으로 유튜브를 멀리 할 순 없다. 아무리 구더기가 많더라도 장금 담가야 하니까. 추락할까 무서워 비행기를 안탈 순 없으니까.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유튜브의 First Media 로써의 입지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렇기에 유튜브를 제외하고 마케팅을 이야기할 수 없다. 


오히려 찐마케터라면 유튜브의 강력한 장점과 한계 분명하게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을 짱짱하게 쌓아가기 위해 마케터가 조금 더 섬세하게 매체를 다뤄야 하는 이유다. 매체의 도달률과 효율을 고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위 말해 매체의 신뢰도나 고급감 등 정성적인 지표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화이트 리스트 방식과 블랙리스트 방식은 단순히 '타깃 마케팅' 이라는 미시적 관점을 넘어 브랜드 자산 관리를 위한 거시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채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걸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마케터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생각해 보면 바로 그 점이 유튜브의 엄청난 매력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매력은 동시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겨 주기도 한다.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유튜브 광고는 어떻게 노출시킬 것인가.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과감히 배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과연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 브랜드는 어떤 것들을 쌓아갈 수 있을까. 이제는 마케터 스스로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 다음 편 계속 / 



이 매거진은 아래 [브런치북]의 후속편 입니다 ^^ 더 많은 정보와 재미는 아래 클릭!








간단히 '나'에 대해 소개하자면, 유난히 광고의 턴오버가 빠르다는 통신회사에서 광고 담당자로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캠페인을 진행하며 폭망 해 보기도 하고 대박이 나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유튜브는 어렵다. 그럼에도 엎어지고 자빠지며 구르다가 이제는 어떻게 넘어지면 좀 덜 아프다는 것까지 알게 된 것 같다. 나처럼 더듬더듬 한 걸음씩 걷고 있는 또 다른 마케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도 안된다면 여기 당신처럼 어리바리하며 노심초사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한 명 정도 더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는 마케터가 과연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소소하지만 현실적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




p.s. 신호체계를 모르고 일단 차부터 몰고 나가면 우찌 될까요? 유튜브의 광고 노출 로직을 잘 모르고 일단 광고부터 하면 우찌 될까요. 콩알만 한 정보라도 같이 나눠 먹는 마케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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