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8)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생성형 AI는 광고를 어떻게 바꿀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살펴보자.
뜬구름 잡는 AI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마케팅에 적용되고 성과를 만들고 있는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렇게 다양한 브랜드 사례를 시리즈로 엮어가는 중이다.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저마다의 통찰을 길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AI를 활용한 광고 시리즈, 이번에는 민트 모바일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Chat GPT 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조금 어설픈 부분이 있었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그럴싸하게 말해주는 이른 ‘할루시네이션’*이 대표적이다.
* 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이란?
환각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통상 AI가 만들어낸 잘못되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결과를 의미함. 이러한 결과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학습된 데이터가 편향되었거나, 모델의 가정이 잘못되었거나 데이터가 충분치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으로 유명한 일화도 있는데,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초기의 Chat GPT에게 ‘세종대왕이 맥북을 던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줘’라고 하면 아래와 같이 차분게 답을 해 줬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15세기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새로 개발한 훈민정음의 초고를 작성하던 중, 문서 작성 중단에 대한 담당자에게 분노하여 맥북프로와 함께 그를 방으로 집어던진 사건입니다… (중략)“
물론, 지금의 GPT는 버전 업이 많이 되어 위와 같은 답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의 내용을 처음 봤을 때는 너무 그럴듯해서 순간 적으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짧은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해당 사건이 너무 구체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종 대왕이 분노한 포인트가 충분히 수긍이 될 정도로 논리 정연하다.
그렇지만 이건 당연히 거짓말이다. 15세기를 살았던 세종과 2000년대에 등장한 맥북프로가 동시대에 존재할 수 없으니까. 무슨 거짓말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할까 싶다. 그래서일까. 한 동안 이 답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처럼 돌았다. Chat GPT의 어설픈 답변을 놀리는 목적으로 사용되며 말이다.
이처럼 초기 Chat GPT가 등장했을 때 불완전한 모습을 보며, 나를 비롯한 많은 마케터는 생각했다. ”재미있긴 한데, 아직 마케팅용으로 쓰긴 좀 이르네.” 한마디로 시기상조였다. 그래서 좀 더 발전된 모델이 기다리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나태한 의견인지 알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GPT의 어설픈 답변마저도 위트로 사용하며 하나의 완성된 광고를 만들어 버리는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민트 모바일이다. 민트모바일은 CEO 이자 '데드풀'의 주연 배우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자사 광고에 상시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스스로 데이풀 같은 삶을 살고 싶은 건지, 단순히 광고에 출연만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망가지고 웃음거리가 되며 이른바 B급 광고를 만들어 낸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광고 한편을 소개하자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광고 대신 PPT를 만들었다며 그걸 광고로 내보낸 것이다.
민트 모바일이 알뜰폰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해, 기존의 주류 통신사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가져가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실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자아실현 욕망도 조금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데드풀이 되어 만들고 싶은 거 맘대로 만들어 볼까라는 욕망?
그렇다면 과연 이번에는 어땠을까. GPT를 처음 본 민트 모바일은 그것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이번에도 한결같은 일관성을 유지하며 위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 같다.
민트모바일의 광고에서, 라이언 레이놀즈는 Chat GPT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광고를 만들어 달라며, 4가지 조건을 준다. 그리고 그걸 만족하는 광고 내레이션을 써달라고 한다. 조크 Joke와 쌍욕 Curse Word을 넣어 달라는 것. 그리고 홀리데이 프로모션이 여전히 진행 중 Still going이라는 것과 심지어 대형 통신사들 Big Wireless은 해당 프로모션을 이미 종료했다는 것을 광고에 담아 달라는 것. 그렇게 차분하게 Chat GPT에게 광고 시나리오를 주문하는 라이언의 모습이 등장한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일단, ”민트모바일은 개똥이다”로 시작한다. 그걸 무심하게 읽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모습에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특유의 B급 코드를 또한 번 시전한다. 라이언이 읽는 시나리오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어찌 됐든 처음 주문한 4가지 조건을 하나씩 만족하게 된다. 다음은 광고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라이언 레이놀즈입니다. 먼저, 민트 모바일은 개똥 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다른 대형 통신사들의 연휴 프로모션은 모두 끝났지만 민트 모바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는 계속 행사를 이어갈 겁니다. 우린 아주 멋지기 때문이죠. 민트 모바일을 한 번 사용해 보세요. 아! 그리고 추가 혜택이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신 분들은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 때마다 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농담입니다. 그건 실제 혜택이 아니죠.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용~”
* 광고: ChatGPT Writes a Mint Mobile Ad
각 조건을 어떻게 만족시켜 나가는지 찾으며 보게 맛이 있다. 특별한 설정이나 대단한 후반 공정 없이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그런대로 궁금한 부분이 있어 좀 더 보게 한다. 세상에 재미있는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다음 말이 궁금해지는 콘텐츠가 만들어졌다면 그걸로 나쁘지 않은 성공이었다고 본다.
사실 이렇게 GPT의 어설픈 모습을 위트로 승화시켜 버린 광고는 국내에도 있다.
바로 닭가슴살 브랜드 아임닭이다. Chat GPT가 써준 시나리오를 한 글자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촬영한다는 컨셉이다. 그러다 보니 자취생이 요리하는데, 아이 엄마와 직장인이 '갑툭튀' 등장하기도 한다. 대화체가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제품이 등장하는 시점도 좀 어색하다. 사람이 기획했다면 절대로 통과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렇게 맥락 없어 어설픈 시나리오를 허둥지둥 대며 그대로 연기하는 설정은? 그게 재미있어 오히려 웃음 포인트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혁신적인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 대체로 열광한다. 기술은 전문가들과 얼리버드 그룹이 사용하며 그 진가를 알린다. 아직은 부족한 모습이 그들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다 기술은 대중화에 다다르지 못하고 캐즘에 빠지기도 한다. 무언가 부족한 면이 두드려졌을 때 이러한 현상은 좀 더 빠르게 나타나는데, GPT에서는 할루시네이션이 바로 그런 점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마케터의 본질적 역할은 바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것이다.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마케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마케팅이나 다름없다. 그런 면에서 마케터의 본질은 사실, 기술 진보 단계와는 무관하지 않을까.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했을 때 주저함 없이 집어 들어 사용한 브랜들을 보라. 민트모바일이 그랬고, 아임닭이 그랬다. 그들은 다른 브랜드들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무엇인가 결과를 만들어 내고 관심을 끌며 이슈를 만들어 냈다. 심지어 기술의 조금 모자란 부분까지도 위트로 이용하는 재치를 보여준다.
결국 창의적 광고는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획력이 부족해 태어나기 힘든 것 아닐까. 아직도 진화 중인 생성형 AI의 부족한 면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글이었으면 한다.
* 마케터를 위한 팁
- 생성형 AI 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의 활용가치에 의문을 제기했음
- 그럼에도 민트 모바일 같이, 그것을 적극 활용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브랜드도 있음
- 창의적 광고는 어떻게 탄생하나? 기술력이 부족해도 기획력으로 탄생할 수 있음